20분.
쇼피파이가 새로 내놓은 디자인 화면 쇼피파이 캔버스(Canvas)로 맞춤 쇼핑몰 하나를 세우는 데 걸린다는 시간입니다. 코드를 직접 짜는 게 아니라, AI 비서 사이드킥(Sidekick)과 채팅만 하면서요.
이 숫자를 내건 사람은 쇼피파이 제품 디렉터 벤 셀(Ben Sehl)입니다. 캐나다 의류 브랜드 코튼(Kotn)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데요. 발표문에서 옛날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12년 전 코튼을 만들 때 저는 코딩을 할 줄 알았는데도, 대충 돌아가는 가게 하나 만드는 데 2주가 걸렸습니다."
자기 회사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창업 시절 고생담부터 털어놓은 셈이죠. 그 2주를 20분으로 줄였다는 게 이번 발표의 요지입니다.
화면 한 장에 깔린 가게 전체
캔버스를 열면 가게의 모든 페이지 템플릿이 한 화면에 나란히 펼쳐집니다. 지도처럼 끌어서 전체 느낌을 보고, 확대해서 세부를 고치는 방식이에요.
고칠 곳을 직접 클릭해도 되고, 채팅창에 "메인 배너를 더 차분하게"처럼 적어도 됩니다. 사이드킥은 테마 코드를 고친 뒤 코드를 검증하고, 바뀐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확인하고 나서 결과를 돌려줍니다.
정지된 시안이 아니라 실제 코드를 그려 보여주는 화면이라, 내 상품과 다양한 화면 크기로 바로 확인할 수 있죠.
사이드킥이 테마를 만지는 게 처음은 아닙니다. 2026년 상반기에만 테마 수정을 2,500만 건 넘게 했다고 하는데요. 기획전 페이지까지 만들어 올리는 비서로 쓰이던 기능을 이번에 디자인 전용 화면 하나로 모은 겁니다.
디자인 디렉터 오스틴 나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이드킥이 코드를 쓰게 하는 건 쉬웠습니다. 좋은 디자인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데 시간과 공이 많이 들었죠."
도움말 센터의 '아직 안 되는 것' 목록
발표문에는 "기존 편집기를 대체하기 전에 메워야 할 빈틈이 있다"는 말만 나옵니다. 구체적인 목록은 쇼피파이 도움말 센터에 따로 있어요.
지금 캔버스에서 안 되는 건 이렇습니다.
- 다른 개발사가 만든 테마(테마 스토어에서 돈 주고 사는 테마들)
- 앱 블록·앱 임베드 추가와 설정
- 마켓(나라)별 테마 커스터마이징
- 테마 문구 번역
여기에 조건이 몇 개 더 붙습니다. 얼리 액세스라 "일부 스토어에서만" 열리고, 데스크톱 전용이에요. 캔버스로 고친 테마는 쇼피파이의 자동 업데이트가 끊기고, 파일을 내려받을 수도 없습니다.
막힌 칸을 다시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리뷰 위젯 같은 앱, 나라마다 다른 화면, 여러 언어, 큰돈 주고 산 테마. 전부 가게가 커가면서 하나씩 붙이는 것들이죠.
결국 돈과 시간을 더 들인 가게일수록 대기 줄 뒤쪽에 서는 구조입니다. 프리미엄 테마를 산 쪽이 입장권 대신 번호표를 받은 셈이에요.
쇼피파이는 다른 회사 테마를 뺀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이트의 설명에 힌트가 있어요. "테마마다 고유한 디자인 규칙과 골라 쓸 패턴 묶음, 그리고 산더미 같은 평가 데이터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만든 테마부터 그 데이터를 쌓았다고 읽히는 대목입니다.
조건을 다 갖춘 첫 가게
거꾸로 보면 지금 캔버스를 온전히 쓰는 가게의 모습이 또렷해집니다.
미국 한 나라에만 팔고, 영어 한 언어로 운영하고, 쇼피파이가 직접 만든 테마를 쓰는 가게. 테마 스토어의 무료 테마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앱도 아직 거의 깔지 않은 상태라면 더 잘 맞죠.
해외 자사몰을 처음 여는 한국 셀러가 딱 이 모습입니다. 오래 운영한 대형 몰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쪽이 앞줄에 서는 드문 경우예요.
거기다 사이드킥은 한국어를 포함해 20개 언어로 대화합니다. 지시는 한국어로 하고, 가게 문구는 영어로 받는 작업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앱 쪽도 기다릴 만합니다. 앱 개발사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전에 연동이 깨진다고 항의하자, 쇼피파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앱 지원을 넣겠다고 답했어요. 날짜를 박은 약속은 아니지만요.
처음 시도할 땐 쇼피파이 도움말이 안내하는 대로 기존 테마의 복제본에서 작업하는 게 편합니다. 업데이트가 끊기는 건 그 복제본뿐이라, 원본은 그대로 남아요.
한국 셀러가 잴 두 칸
첫째 칸은 내 테마가 대상인가입니다. 관리자 화면의 '온라인 스토어 > 테마'에서 지금 쓰는 테마가 쇼피파이 자체 테마나 직접 만든 커스텀 테마인지 보면 됩니다. 유료로 산 다른 회사 테마라면 당분간은 대기예요.
그 대기가 영영 길지는 않아 보입니다. 쇼피파이는 개발자 커뮤니티 공지에 "캔버스가 기본 편집기가 되기 전에 다른 회사 테마 호환을 맞추겠다"고 적었거든요. 일정은 비어 있지만, 캔버스가 결국 기본 편집기 자리로 간다는 방향은 이 한 문장에 다 들어 있습니다.
둘째 칸은 한국에서 연 스토어에도 열리느냐입니다. 이건 아직 아무도 확답을 못 합니다. 쇼피파이는 나라 제한을 따로 공지하지 않았고, "일부 스토어"를 대상으로 며칠에 걸쳐 순서대로 열고 있어요.
확인법은 단순합니다. 테마 페이지에 캔버스 진입 버튼이 보이면 들어온 것이고, 안 보이면 아직 순서가 안 온 겁니다.
블프 전에 열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제 판단은 분명합니다. 무료 테마로 미국에 영어 가게를 처음 열 계획이라면, 캔버스가 지금 가장 잘 맞는 손님은 바로 그 가게입니다. 막힌 칸이 전부 아직 필요 없는 칸이니까요. 반대로 유료 테마와 앱이 이미 돌아가는 가게라면 이번 시즌은 기존 편집기로 치르고, 캔버스는 복제본에서 손에 익혀두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12년 전 창업자도 2주 걸렸던 일을 지금은 첫 가게가 제일 먼저 20분에 해볼 수 있습니다. 미뤄뒀던 해외몰이 있다면 이번 주 테마 페이지부터 열어보세요!
— 미나킴, 창업자의 2주짜리 고생담에서 한 번 웃고 쓰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