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 구독 박스 회사 스티치픽스(Stitch Fix)의 손님이 5년 새 190만 명 줄었어요. 2021년 가을 418만 명이던 활성 고객이 지금은 228만 명이에요.
그런데 손님 1인당 매출은 592달러로, 회사 생긴 뒤 가장 높아요. 1년 전보다 7.8% 올랐고, 분기 매출은 여섯 분기 연속 늘었어요.
식당으로 치면 손님이 반 가까이 줄었는데, 남은 손님들이 하나같이 코스 요리를 시키기 시작한 셈이죠.
미국 커머스 매체들은 이번 결산을 'AI가 전략의 더 큰 몫이 됐다'는 얘기로 읽었어요. 옷 입은 내 모습을 그려주는 AI 기능이 출시 1년도 안 돼 이미지 2,200만 장을 손님에게 보여줬거든요.
하지만 결산 발표를 끝까지 읽으면, 회사가 1인당 매출 이유로 먼저 꺼낸 건 상자 크기예요.
아파트 거실에서 20달러짜리 상자를 부쳤어요
2011년, 카트리나 레이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이었어요. 컨설팅 회사와 패션 사이트 폴리보어를 거친 스물여덟 살이었죠.
그는 친구들에게 설문 도구 서베이몽키로 옷 취향을 물었어요. 답을 보고 옷을 직접 골라 상자에 담았고, 케임브리지 자기 아파트에서 첫 주문을 부쳤어요.
방식은 지금도 거의 그대로예요. 스타일링비 20달러를 내면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옷 다섯 벌이 와요.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사고, 나머지는 돌려보내요.
레이크는 훗날 "이 회사를 가정투성이로 시작했다"고 털어놨어요. 이 방식이 사업이 될지부터 확신이 없었다는 얘기예요.
대신 입소문이 돌았어요. 2015년 레이크는 "유료 광고도, 협찬 게시물도 안 쓴다"고 했어요. 광고비 없이 컸다는 거죠.
2017년 11월, 서른넷의 레이크는 어린 아들을 안고 나스닥 상장 무대에 섰어요. 당시 회사를 상장시킨 최연소 여성 창업자였죠.
418만 명을 찍고, 2년 만에 미끄러졌어요
2021년 가을, 손님은 418만 명까지 불었어요. 1인당 매출도 당시 최고인 524달러였고요. 그해 매출은 21억 달러, 시가총액은 110억 달러까지 갔는데요.
같은 해 레이크는 대표 자리를 엘리자베스 스폴딩에게 넘겼어요. 회사는 상자 없이 옷을 바로 사는 '프리스타일'을 활짝 열어, 새 손님을 더 넓게 받으려 했어요.
손님 수는 반대로 움직였어요. 2022년 6월 사무직 직원 15%, 약 330명을 내보낸 게 시작이었죠.
반년 뒤인 2023년 1월엔 CEO가 물러나고 사무직 20%를 또 줄였어요. 솔트레이크시티 물류센터 직원 약 150명도 일자리를 잃었어요.
그날 레이크가 임시 대표로 돌아왔는데요.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그는 감원이 "정말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한 줄을 붙였어요. "지금이 힘든 순간이지만, 이사회와 저는 여전히 스티치픽스의 사업과 사명, 비전을 깊이 믿습니다."
그 무렵 시가총액은 약 3억 8,600만 달러였어요. 110억 달러짜리 회사가 2년 만에 30분의 1 가까이로 쪼그라든 거예요. 3만 원짜리 셔츠가 천 원 남짓이 된 셈이죠.
광고비를 40% 깎았는데, 87%는 남아 있었어요
2023년 6월, 새 CEO가 왔어요. 월마트와 메이시스에서 온라인 사업을 맡던 맷 베어예요.
베어는 전임자가 벌인 일부터 되돌렸어요. 프리스타일은 다시 '상자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손님'만 쓰게 닫고, 영국 사업도 접었어요.
이 무렵 미국 유통 전문지 리테일다이브가 짚은 숫자가 있어요. 회사가 마케팅비를 40% 줄였을 때, 활성 고객은 13%만 빠졌다는 거예요. 광고를 크게 끊어도 열에 아홉 가까이는 그대로 있었던 거죠.
그 남은 사람들이 이후 3년을 정했어요. 베어는 포춘 인터뷰에서 손님 수에 선을 그었어요. "손님 숫자는 엄청나게 모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건강한 사업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순서도 서두르지 않았어요. 그는 "전환이 성공하려면 단단한 바닥 위에 지어야 한다. 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고 했어요.
2024년 8월, 베어는 회사 블로그에 계획을 올렸는데요. 스타일리스트를 손님에게 더 잘 보이게 하고, 상자를 원래 다섯 벌에서 최대 여덟 벌까지 고르게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회사가 592달러의 첫 이유로 꼽은 건 여덟 칸 상자예요
상자 하나에 든 옷 개수는 8분기 연속 늘었어요. 한 번 주문 금액은 1년 전보다 4.9% 올랐고요.
재밌는 건 값을 올린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베어가 실적 발표에서 직접 짚었어요. "큰 상자와 유행에 맞춘 상품 구성이,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라 구성 변화로 평균 판매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새로 생긴 칸엔 원래 이 상자에 없던 물건이 들어갔어요. 운동복·애슬레저 매출은 21%, 신발은 14% 늘었어요. 셔츠만 받던 손님이 같은 상자로 레깅스와 운동화까지 받게 된 거죠.
그럼 AI는요? 베어는 AI 이미지 기능 '비전'을 쓴 손님이 90일 동안 바로 사기(프리스타일)에서 더 많이 샀다고 했어요. 3월엔 그 폭이 100%를 넘는다고도 밝혔고요.
다만 이 숫자는 비전을 누른 손님만 본 거예요. 원래 옷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 새 기능도 먼저 눌렀을 수 있어요. 비전이 1인당 매출을 올린 원인이라고 보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죠.
반면 상자 크기는 모든 손님의 주문서에 찍혀요. 8분기 내내 한 방향으로요.
그래서 지금 나온 근거로 이 반등에 이름표를 붙인다면, 'AI'보다는 '여덟 칸' 쪽이에요. 회사가 댄 이유엔 유행에 맞춘 상품 구성도 나란히 있긴 해요.
광고비가 비쌀 때 세는 숫자는 따로 있어요
물론 끝난 얘기는 아니에요. 스티치픽스는 다음 회계연도에 손님 수가 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새 손님을 데려오는 광고비가 4분기부터 비싸졌거든요.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8% 넘게 빠졌어요.
상자를 여덟 칸으로 늘려도, 문 밖에 있는 손님까지 데려오진 못하죠. 이번 결산은 그 선을 같이 보여줬어요.
그래도 이 회사는 빚 없이 현금·투자자산 2억 2,090만 달러를 쥐고 다음 판을 준비해요. 창업자 레이크도 이사회 의장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우리 쪽으로 옮기면 어렵지 않아요. 스마트스토어 통계에서 방문자 그래프 말고, 결제 상품 수를 결제 건수로 나눠 '주문 한 건에 담긴 개수'를 따로 적어두는 거예요. 그리고 단골이 한 번도 산 적 없는 카테고리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거죠.
단골 혜택이 실제로 매출을 얼마나 바꾸는지와 함께 보면 그림이 더 또렷해져요.
신규 광고비가 부담스러운 달이라면, 스티치픽스가 한 일은 생각보다 작아요. 이미 우리를 믿는 손님의 상자에 칸 세 개를 더 열어준 거예요.
그 세 칸에 뭘 넣을지부터 골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