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쿠팡 주가는 신저가, 마진 되찾을 시한은 2027년 중반

한이룸 · 2026.10.08 · 읽는 시간 4분

3.9%.

쿠팡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찍은 날, 증권 기사들이 하나같이 꺼낸 숫자입니다. 뉴욕증시에서 장중 13.35달러까지 밀렸습니다. 1년 안 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이죠.

직매입으로 쿠팡에 물건을 대는 입장이면 반가운 뉴스는 아닙니다. 거래처 주가가 빠지면 다음 계약 자리부터 떠오르니까요. 그래서 쿠팡 주가 신저가 뉴스를 판매장려금과 납품 단가 쪽에서 다시 읽어봤습니다.

3.9%는 달러로 잰 숫자였습니다

3.9%는 2분기 매출 88억 5,600만 달러를 1년 전과 달러로 비교한 값입니다. 원화가 약해진 탓에 달러로 바꾸면 쪼그라들어 보이죠.

환율 효과를 빼면 매출은 10% 늘었습니다. 원화로는 13조 3,007억 원이고요. 로켓배송과 마켓플레이스가 들어 있는 프로덕트 커머스도 달러로는 1%, 환율을 빼면 8% 컸습니다.

손님이 빠져나간 회사의 숫자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주가 창은 매일 안 열어봐도 됩니다. 정산서는 매주 열어봐야 하고요.

쿠팡이 2027년 중반까지 되찾겠다는 숫자가 있습니다

셀러가 실적 발표문에서 오래 볼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매출총이익률 28.2%입니다. 1년 전보다 1.88%포인트 내려갔고, 프로덕트 커머스만 떼어 보면 2.04%포인트 빠졌습니다.

매출총이익은 쿠팡이 판 값에서 사 온 값을 뺀 몫이죠. 그럼 직매입 납품사가 적어 낸 공급가는 어디로 갈까요? 바로 이 '사 온 값'에 들어갑니다.

가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는 하락 이유로 공급망 쪽 역풍, 그리고 떠난 고객을 다시 데려오려고 잠깐 늘린 프로모션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 중반까지 프로덕트 커머스 마진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전 수준 가까이 되돌리겠다고 했고요.

김범석 의장의 말은 더 구체적입니다. "올해 놓치고 있는 물량 기반의 공급망 절감이 상당하고, 내년에는 되찾을 것으로 본다." 주문 물량이 기대만큼 안 늘어서 못 챙긴 절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절감이 들어올 칸은 계약서에 두 개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아직 분석입니다. 쿠팡이 납품사에 단가나 장려금 조정을 요구했다는 공문이나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수익성 방어 과정에서 직매입 납품사를 향한 장려금 인상이나 단가 인하 압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낸 정도고요.

다만 '물량 기반 절감'을 납품 계약서 언어로 옮기면 들어갈 칸은 많지 않습니다. 공급가, 그리고 판매장려금.

대규모유통업법 제15조는 판매장려금을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지급 목적·시기·횟수·비율을 적어 약정했을 때만 받을 수 있게 해뒀습니다. 숫자가 움직이는 때는 결국 연 단위 계약이 돌아오는 때입니다.

이 칸이 실제로 다툼이 된 적도 있었죠. 공정위는 2026년 2월, 쿠팡이 2020~2022년 상품별 목표 마진(PPM)에 못 미치면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 것 등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쿠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요.

물량이 늘 때만 내는 장려금은 법이 먼저 허락한 모양입니다

공정위 판매장려금 심사지침은 장려금을 여덟 가지로 나눠 셋만 인정합니다. 성과장려금, 신상품 입점장려금, 매대장려금입니다. 팔리든 말든 매입액의 일정 비율을 떼는 기본장려금은 인정 목록에 없죠.

성과장려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납품액이 약정한 목표만큼 늘었을 때 내는 돈입니다. 목표에 못 미쳤는데 받아 가면 문제가 됩니다. 장려금 액수와 납품사가 늘어난 물량으로 얻은 이익 사이에 비례도 맞아야 합니다.

쿠팡이 말한 '물량이 돌아오면 생기는 절감'과 결이 같지 않나요? 쿠팡이 물량을 키운 달엔 장려금을 받고, 못 키운 달엔 안 받는 구조니까요.

숫자로 놓고 보겠습니다. 공급가 1만 원짜리 주방세제를 작년 이맘때 한 달 1,000개, 1,000만 원어치 납품했다고 치죠.

  • 매입액의 3%를 매달 떼는 모양: 판매와 상관없이 매달 30만 원, 1년이면 360만 원이 나갑니다.
  • 전년 같은 달보다 10% 넘게 늘면, 늘어난 납품액에만 5%를 붙이는 모양: 1,200개를 넣은 달은 늘어난 200만 원의 5%, 10만 원입니다. 1,000개 그대로인 달은 0원입니다.

뒤쪽 모양이면 장려금이 나가는 달은 언제나 물건도 더 나간 달입니다. 3%·5%·10%는 계산을 위한 예시라, 실제 협상 값은 카테고리마다 다르니 내 숫자로 바꿔 넣어 보세요.

단가도 같은 계산기로 보면 됩니다. 월 1,000만 원 납품에서 공급가를 1%만 내려도 1년에 120만 원입니다. 마진 10%짜리 생활용품이면 남는 돈의 10분의 1이죠. 장려금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걸 단가 인하로 먼저 내주면, 물량이 안 늘어도 그 돈은 매달 빠집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직매입 대금을 상품 받은 날부터 35일 안에 주라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공포 후 1년 뒤 시행됩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쿠팡의 직매입 대금 지급 기간은 평균 52.3일이었고요. 17일 당겨지는 돈은 법이 주는 몫이라, 계약 자리에서 단가와 맞바꿀 카드가 아닙니다.

주가가 반 토막 난 거래처 앞이라고 납품사가 먼저 몸을 낮출 이유는 없습니다. 쿠팡이 스스로 내년 마진의 열쇠를 '물량'이라고 말했으니, 장려금도 물량이 늘 때 내겠다고 하면 같은 말을 주고받는 셈이니까요. 지난 12개월 월별 납품액부터 뽑아두면, 그 표가 다음 계약 자리의 기준선이 돼줄 겁니다!

— 쿠팡 실적표에서 매출 줄 대신 이익률 줄에 형광펜을 그은 김윤아

← 이룸회보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