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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안 온 영양제, 환불 뒤엔 고무신이 왔어요

한이룸 · 2026.10.08 · 읽는 시간 2분

영양제 상자를 열었더니 짝짝이 고무신이 나왔어요. 오픈마켓 '유령 업체'를 쫓는 이야기는 이 상자 하나에서 시작돼요.

"환불도 받았는데, 이 상자는 뭐죠?"

직장인 A씨는 쿠팡 해외직구로 미국산 유명 복합영양제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열흘이 넘도록 배송이 시작되지 않았죠.

결국 환불을 요청해서 돈은 돌려받았어요. 며칠 뒤, 영양제 판매업체 이름이 찍힌 택배가 도착했는데요.

안에는 크기도 모양도 서로 다른 고무신이 들어 있었고요. 비타민 대신 신발이라니, 발 건강부터 챙기라는 뜻이었을까요?

"지금 거신 전화는 당분간 착신이 정지돼 있습니다"

A씨는 판매 페이지에 나온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어요. 돌아온 건 이 안내 음성뿐이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 페이지도 사라졌어요. 물어볼 사람과 상품이 한꺼번에 없어진 거예요.

"여기 등록된 건 맞는데, 공유 오피스예요"

경향신문 기자가 이 영양제의 국내 중개업체, B유한회사의 등록 주소지를 직접 찾아갔는데요.

사무실 앞엔 손님들이 반품한 걸로 보이는 택배 상자만 쌓여 있었어요. 문에는 부재 시 남기는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여러 장 붙어 있었고요.

건물 관리자는 "해당 업체가 등록된 곳은 맞지만 여러 업체가 함께 쓰는 공유 오피스"라고 했어요. 주소는 있는데, 사람은 없었던 거죠.

"오픈마켓 해외 판매자는 다 유령 아니에요?"

이런 사연이 쌓이면서 손님들 사이엔 경계 팁이 돌고 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영상 플랫폼엔 "일반 판매자가 중국에서 보낸 영양제는 위조품일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대요.

얼마 전엔 식약처가 청주 물류창고에서 중국산 가짜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을 적발하기도 했는데요. 네이버·쿠팡 등에서 정품보다 10%쯤 싸게 팔렸고, 판매액은 약 45억 원이었어요.

만화 속 주황 앞치마 셀러는 가상 인물이에요. 그래도 해외 영양제를 정직하게 파는 쪽까지 한 묶음으로 의심받기 딱 좋은 분위기인 건 맞아요.

"전화가 울리네요? 주소에도 사람이 있고요"

기자가 유령 업체를 가려낸 단서는 두 가지였죠. 판매 페이지 전화번호는 착신 정지, 등록 주소지는 반품 상자가 쌓인 공유 오피스.

이 두 칸은 손님도 똑같이 볼 수 있어요. 전자상거래법상 오픈마켓은 사업자 판매자의 상호·대표자 이름·주소·전화번호·사업자등록번호를 확인해서, 주문 전에 손님에게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 사업자등록번호를 넣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서 통신판매업 신고 내역도 조회돼요. 유령을 들킨 칸이, 정직한 셀러에겐 신분증이 되는 셈이에요.

고무신은 짝이 안 맞았지만, 내 가게 정보 칸은 진짜 전화·진짜 주소와 짝만 딱 맞으면 되니까요!

— 고무신 짝 맞춰 보다 포기한 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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