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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달러 고양이 화장실, 틱톡샵에서도 안 깎는다고요?

한이룸 · 2026.10.08 · 읽는 시간 6분

틱톡샵 화면에서 지구본처럼 생긴 통 하나가 천천히 굴러가요. 고양이가 볼일을 보고 나가면, 잠시 뒤 통이 한 바퀴 돌면서 덩어리만 아래 서랍으로 떨어뜨려요.

가격은 699달러, 우리 돈 98만 원쯤이에요. 틱톡샵이면 으레 붙는 반값 딱지는 없어요.

미국 자동 고양이 화장실 '리터로봇'을 만드는 위스커(Whisker) 얘기예요. 이 회사는 올여름 틱톡샵에 공식 매장을 열었어요. 다들 할인으로 첫 손님을 모으는 판에, 가격은 그대로 두고 '돌아가는 장면'만 들고 들어갔죠.

미국 유통 매체 모던리테일이 이 전략을 짚었는데, 첫 반응이 꽤 좋았대요. 이게 운이 아니란 건 26년 전 어느 박람회 부스를 보면 알 수 있죠.

"우리 고양이는 절대 저기 안 들어가요"

2000년 4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반려동물 박람회. 브래드 백스터는 자기 집 지하실에서 조립한 첫 시제품을 부스에 올려놨어요.

브래드는 포드에서 카라디오 손잡이 같은 플라스틱 부품을 설계하던 기계공학도였어요. 전 여자친구한테서 고양이를 넘겨받은 뒤로, 이틀에 한 번 모래 퍼는 게 일이 됐죠.

갈퀴로 긁는 자동 화장실도 사봤어요. 결과는 걸려서 멈추고, 치울 게 더 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시멘트 믹서처럼 통째로 굴려서 거르는 방식을 떠올렸고, 비슷한 특허를 가진 발명가 돈 라이츠와 사용권 계약을 맺었어요.

부스 앞 반응은 차가웠어요.

"사람들이 와서 '저게 뭐예요?' 해요. 설명해주면 바로 '우리 고양이는 절대 저기 안 들어가요' 하더라고요."

그런데 몇몇은 멈춰 서서 통이 도는 걸 구경했대요. 브래드는 그 얼굴을 이렇게 기억해요. "작동하는 걸 지켜보는데, 눈이 반짝이는 게 보였어요."

그날 받은 주문은 다섯 대. 브래드는 집에 오자마자 그 다섯 대를 손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35만 달러를 붓고 5년째 되던 해, 아내가 물었어요

시작 돈부터 빠듯했어요. 아버지 짐 백스터가 3만 5천 달러를 넣고 지분 35%를 가져갔거든요. "그 돈을 마련하려고 부모님이 집을 담보로 재융자를 받으셨어요."

값은 한 대에 300달러쯤. 브래드 말로도 "싼 물건이 아니었죠." 웹사이트는 직접 짜서 열었는데, 손님들은 사이트를 구경만 하고 전화로 주문했대요. 카드번호를 인터넷에 넣는 게 무섭던 시절이었거든요.

만드는 방식도 발목을 잡았어요. 사출 금형을 팔 돈이 없어서 진공 성형으로 조금씩 찍었는데, 만드는 값이 파는 값에 거의 붙어 있었어요.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였죠.

"5년쯤 됐을 때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왔어요. 사업 살리겠다고 30만~35만 달러를 부었고, 월급은 쥐꼬리만큼 가져갔거든요. 아내가 5년을 참다가 결국 '대체 뭐 하는 거야?'가 된 거죠."

브래드는 접는 대신 공장을 바꿨어요. 공급업체 한 곳과 금형값을 나눠 갚기로 하고 대출을 받아, 2005년 사출 금형으로 만든 리터로봇 2를 냈어요. 그제야 한 대 팔 때마다 돈이 남기 시작했죠.

25일 동안, 남의 집 거실을 빌렸어요

2015년 매출은 750만 달러. 15년 동안 꾸역꾸역 키운 숫자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물건이었어요.

그해 마케터 제이콥 주프케가 합류하면서 마케팅비를 매출의 8%에서 15%로 올렸어요. 돈 쓴 방식이 재밌는데요. 크리스마스 전 25일 동안, 고양이 키우는 인플루언서들한테 리터로봇을 보내 자기 집에서 쓰는 모습을 매일 보여주게 했거든요.

"매일 이벤트가 있었어요. 받은 사람이 리터로봇을 어떻게 쓰는지 얘기하고, 우리는 경품 추첨을 같이 했죠."

행사 전 한 달 방문자는 3만 명쯤. 행사 뒤엔 30만 명을 넘었어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매출이 두 배가 됐어요."

박람회에서 눈 반짝이던 몇 사람을, 이번엔 수십만 명의 화면에서 다시 만든 셈이에요. 지금 위스커는 직원 600명에 연 매출 3억 달러가 넘고, 지금까지 판 로봇은 200만 대예요.

틱톡샵에서도 699달러에는 손을 안 댔어요

틱톡샵 카드를 다시 꺼낸 건 지난해 위스커 첫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온 휴 로이드예요. 2023년부터 "할까 말까"만 3년째 하던 숙제였대요.

망설인 이유는 분명했어요. 리터로봇은 몇 주, 몇 달 고민하고 사는 물건이고, 틱톡샵에서 잘 나가는 가격대는 그보다 한참 아래거든요. 로이드도 지금 틱톡샵에서 남는 장사를 하긴 어렵다고 인정해요.

제일 걸린 건 할인이었어요. 로이드가 모던리테일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에요.

"우리는 원래 할인을 지렛대로 안 써요. 쓴다면 묶음 상품 정도죠. 틱톡샵도 할인 전략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매출 70%가 자사몰에서 나오는 회사예요. 오프라인 매장들과 맞춰둔 가격선도 있고요. 틱톡샵만 싼 곳이 되면 나머지가 다 흔들리죠. 다행히 틱톡샵 안에서도 가격을 직접 쥘 수 있었대요.

그럼 할인 딱지 자리에 뭘 걸었냐면, 그 통이 도는 장면이에요. 회사는 이걸 '엄지를 멈추게 하는 장면'이라고 불러요. 스크롤하던 손이 '저게 뭐지?' 하고 멈춘다는 거죠.

"영상을 보면 '세상에, 저것만 자동으로 되면 내 인생이 훨씬 나아지겠다' 하는 반응이 나와요. 그 냄새, 그 난장판이 없어진다면요."

숫자도 따라왔죠. 위스커 틱톡 노출은 2025년 1~7월 50만 회가 안 됐는데, 2026년 같은 기간엔 1억 5,500만 회를 넘었어요. 좋아요·댓글 같은 반응도 1만 1천 건에서 40만 건으로 뛰었고요.

진행자가 "두 단어로 줄이면 고양이 영상이네요" 하니까 로이드가 이렇게 답해요. "우리 사업 전체를 고양이 밈으로 줄이고 싶진 않지만, 엄청난 힘인 건 맞아요."

영상 찍어줄 사람도 천천히 골라요. 한 달에 영상 7,000편을 쏟아내는 브랜드도 있다는데, 위스커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대요. "예전엔 얼마나 유명한 사람을 찾을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같은 관심사로 모인 사람, 정말 잘 찍는 사람을 어떻게 찾을지 고민해요."

틱톡샵 매출 숫자는 아직 안 밝혔어요. 대신 로이드는 업계 지인들한테 들은 셈법을 꺼냈어요. 틱톡샵에서 생긴 매출 증가분 중 20%만 틱톡샵 안에서 나고, 80%는 자사몰과 아마존으로 흘러가더라는 거예요. 영상 보고 반한 손님이 결국 익숙한 곳에서 결제한다는 거죠. 그러니 가격은 어디서나 같아야 했고요.

물론 쉽진 않았어요. 2월에 시작한 준비가 8월에야 끝났어요. 자사몰이 쇼피파이가 아닌 마젠토라 연동을 개발팀이 맨바닥부터 짰거든요. 로이드 말로는 "힘들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요."

깎기 전에, 한 번 돌려 보여줬어요

26년을 놓고 보면 이 회사가 판 건 늘 같았죠. 박람회 부스에서도, 남의 집 거실에서도, 틱톡샵에서도 '돌아가는 걸 본 순간'이요.

비싸고 설명이 긴 물건 앞에서 손님은 '이거 진짜 되나?'부터 따지잖아요. 할인은 그 질문에 답을 못 해요. 값이 내려간다고 안 들어가던 고양이가 들어가진 않으니까요. 작동 장면은 그 질문에 몇 초 만에 답하고요.

이 방식이 통하는 조건은 둘이에요. 쓰기 전과 후가 화면으로 확 갈리는 물건일 것. 그리고 그 불편을 매일 겪는 사람들이 모인 좁은 동네가 있을 것. 위스커에겐 '모래 퍼기 지겨운 고양이 집사'가 그 동네였죠.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상세페이지 맨 위 '오늘만 30%' 배너 자리에 15초짜리 작동 영상을 거는 거예요. 음식물 처리기면 껍질이 가루가 되는 장면, 무선 청소기면 카펫 위 모래가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요. 쿠폰은 그 아래 줄에 둬도 늦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반전 하나. 휴 로이드 집엔 고양이가 없어요. 개 두 마리를 키우는 집이에요. 대신 어린 시절 내내 집안 고양이 화장실 담당이 그였대요.

어릴 때 모래 퍼던 아이가 커서, 모래 안 퍼도 되는 장면을 팔고 있는 거예요. 우리 물건이 제일 잘 돌아가는 15초, 오늘 한 번 찍어보세요!

박민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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