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대학에 보내는 게 이제 진짜 현실이 됐어요."
미국 보정속옷 브랜드 셰이퍼민트(Shapermint)의 브랜드 디렉터 가브리엘 리처즈가 크리에이터 한 명과 통화하다 들은 말이에요. 그 크리에이터는 틱톡샵에서 셰이퍼민트 속옷을 소개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아요.
리처즈가 직접 연결해온 크리에이터 중엔 40대 중반, 50대가 많아요. 이 프로그램으로만 3만 1,900달러 넘게 번 사람도 있고요.
여기서 고개가 갸웃해지죠. 틱톡샵은 20대가 언박싱하고 춤추는 곳 아니었나 싶고요. 우리 손님은 마흔이 넘었으니 거긴 우리 판이 아니라며 창을 닫은 적, 한 번쯤 있잖아요.
셰이퍼민트의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키는데요.
틱톡샵 크리에이터 60%가 35세 이상이었어요
셰이퍼민트는 지금 5,000명 넘는 틱톡샵 제휴 크리에이터와 일해요. 그중 매출을 제일 잘 내는 상위권의 60%가 35세 이상이에요.
매출도 그쪽을 따라 컸어요. 올해 첫 넉 달 동안 틱톡샵에서만 150만 달러를 팔았고, 전달보다 매출이 515%까지 뛴 달도 있었죠. 올해 틱톡샵 매출은 1,000만 달러 언저리를 바라보고 있고, 연말엔 한 달 400만 달러 페이스를 찍는 게 목표래요.
비결을 물으니 리처즈의 대답은 싱거울 만큼 짧았어요. "우리 손님은 처음부터 35세에서 65세 여성이었어요."
손님이 그 나이니까, 파는 사람도 그 나이로 맞췄다는 거죠. 틱톡샵을 열었더니 학부모 모임이 통째로 카메라 앞에 와 앉아 있는 셈이에요.
근데 이 당연해 보이는 답까지 오는 길이 생각보다 꼬불꼬불했어요.
만져볼 수 없는 속옷을 화면 너머로 팔아야 했어요
셰이퍼민트를 만든 사람들은 속옷 업계 출신이 아니에요. 공동창업자 마시밀리아노 티로키는 열여덟 살이던 2012년, 스페인어 블로그 15개를 묶은 '블로글레아'를 차렸어요. 우루과이 ORT 대학에서 만난 산티아고 사발라, 루카스 베라와 광고를 팔아 한 달에 1만~3만 달러를 벌었고요.
이들이 차린 회사 트라필레아는 브래지어부터 수건까지 이것저것 온라인으로 팔았는데요. 그러다 판매 데이터를 보니 보정속옷 사이트 하나가 유독 돈을 벌고 있더래요. 그게 2018년 문을 연 셰이퍼민트예요.
출발은 빨랐지만 벽이 줄줄이 서 있었어요. 먼저 보정속옷엔 '몸을 꽁꽁 숨기는 민망한 물건'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어요. 티로키는 그 인식을 깨는 게 초기의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해요.
게다가 손님 상당수가 이 물건을 처음 사보는 사람들이었어요. 티로키 말로는 보정속옷 손님의 "거의 절반이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대요. 사이즈 감이 없으니 고르는 것부터 어렵죠.
판매의 큰 축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였어요. 하루 10만 달러 넘게, 1년에 6,000만 달러쯤을 광고에 부었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미국을 덮친 2020년 3월, 판매가 꺾였죠. 결혼식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미국 보정속옷 시장 전체가 그해 두 자릿수 퍼센트 줄었고요.
2년쯤 전 틱톡샵을 처음 시험할 때도 막막했어요. 뷰티나 건강식품과 달리, 의류, 그것도 속옷을 전문으로 다루는 제휴 크리에이터가 별로 없었거든요. 결국 대행사 손을 빌려 판의 규칙부터 배워야 했죠.
리처즈는 이 물건의 약점을 이렇게 털어놔요. "직접 만지고 느껴보지 않으면 사람들이 감을 잡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이긴 영상엔 평범한 하루가 찍혀 있었어요
첫 힌트는 사실 그 2020년 봄에 이미 와 있었는데요. 판매가 꺾인 와중에도 꾸준히 팔리는 게 있었거든요. 집에서 아이들 원격수업을 봐주던 일하는 엄마들이 하이웨이스트 보정 팬티를 사 가고 있었어요.
셰이퍼민트는 곧장 말을 바꿨죠. 집에서 하루 종일 입어도 편한 속옷이라고요. 바꾸고 얼마 안 가 한 주 매출이 30% 뛰었어요.
틱톡샵에서 그 힌트가 다시 살아났어요. 리처즈가 꼽은 '이기는 영상'의 공식은 이거예요. "여성이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면서, 제품이 흘러내리거나 당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자기 집에서 찍어요. 잘 팔리는 하이웨이스트 보정 반바지는 노출이 적어서, 40·50대 여성도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입어 보일 수 있었고요.
보정속옷 입어본 사람은 알죠. 하루 중 제일 얄미운 순간은 의자에서 일어설 때예요. 허리 밴드가 돌돌 말려 올라가거든요.
셰이퍼민트 틱톡 계정에 올라온 영상 문구도 딱 그 얘기예요. "44DDD인데 딱 맞아요. 넘치지도, 흘러내리지도 않아요."
여기서 나이가 일을 해요. 리처즈는 보정속옷만큼은 나와 비슷한 체형의 여성이 입은 걸 봐야 어떤 사이즈를 살지 그려진다고 말해요. 손님이 속으로 묻는 건 "나한테도 맞을까?" 하나거든요. 그 질문엔 같은 나이의 몸이 제일 빨리 대답해요.
팔로워 수는 생각보다 일을 안 했어요
틱톡샵은 어떤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얼마를 팔았는지 브랜드에 숫자로 보여줘요. 리처즈는 미디어포스트 인터뷰에서 그걸 보다 보면 "팔로워 수가 꼭 결정적인 건 아니라는 걸 자주 보게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셰이퍼민트가 세는 건 영상 수와 판매 숫자예요. 샘플을 받아 가고 정해진 기간 안에 영상을 안 올리면 플랫폼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 영상이 빠르게 쌓여요. 올해 들어 2만 편이 넘었고, 최근 30일에만 5,000편 넘게 올라왔어요.
팀은 디스코드 채널에서 매주 제작 가이드를 나눠요. 제일 잘 판 크리에이터가 어떤 영상을 올렸고 무슨 말을 했는지 뜯어보고, 다른 크리에이터가 따라 할 수 있게 정리해 주는 거죠.
결국 셰이퍼민트가 찾은 건 손님이 아침마다 거울에서 보는 바로 그 몸이었어요. 모델이 나와 다를수록 손님은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하고, 상상이 길어지면 장바구니에서 나가요.
몸에 닿거나 직접 써봐야 아는 물건일수록 이 원리가 세게 먹히죠. 레깅스, 신발, 돋보기 안경, 기초화장품처럼요. 손님 나이대가 뚜렷한 가게라면 더 그렇고요.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상세페이지 맨 위 모델 컷 옆에 우리 구매자와 같은 나이대 손님이 입고 하루를 보내는 사진 한 장을 놓는 일이에요. 체험단을 뽑을 때 팔로워 수 칸보다 '나이대·체형' 칸을 먼저 보는 일이기도 하고요.
리뷰가 어떻게 상세페이지 노릇을 하는지는 고객 리뷰로 매출을 키우는 방법에서도 이어서 볼 수 있어요.
덤으로 손님과 같은 나이의 크리에이터에겐 이게 부업이 되고, 그중 누군가에겐 딸 등록금이 돼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같은 동네 사람인 장사죠.
오늘 열어볼 건 우리 포토리뷰 상위 열 장이에요. 한 장씩 넘기면서, 그 속 사람이 우리 물건을 제일 많이 사는 나이대와 닮았는지 세어보세요. 닮은 한 장을 찾았다면, 그 사진을 상세페이지 맨 위로 올려보세요!
의자에서 열 번 일어나 보며 허리 밴드를 확인한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