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마존에서 100파운드(약 132달러) 넘는 상품의 재고가, 팔리지도 않았는데 0이 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건 결제 확인 전 상태로 멈춘 아마존 대기 주문(Pending)이에요.
물건은 창고 선반에 그대로 있습니다. 대기 주문이 재고를 먼저 붙잡고 있어서, 진짜 손님은 '품절' 표시만 보고 돌아가죠.
영국 판매자 포럼에 첫 신고가 올라온 건 9월 20일입니다. 영국 IT 매체 더레지스터가 흩어진 사례를 한데 모아 기사로 냈어요.
52시간 동안 30건, 그중 절반은 우편번호 7곳
한 셀러는 상품 하나에 52시간 동안 대기 주문 30건을 받았습니다. 그중 15건의 배송지가 우편번호 일곱 곳에 몰려 있었어요.
그 30건만 떼어 보면 주문 화면에선 대박 난 이틀, 정산 화면에선 0원인 이틀이죠.
다른 셀러는 사흘 새 72건, 금액으로 2만 5천 파운드어치가 대기 상태로 쌓였다고 했습니다. 평소 일주일 주문량의 두세 배라는 증언도 나왔고요.
그래서 포럼에선 의심이 돌았습니다. 잔액 없는 카드로 주문만 걸어 재고를 묶는 방식이, 사람이 일부러 서버를 마비시키는 공격(DoS)과 모양이 같다는 거예요. 경쟁 셀러를 의심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악의인지 아마존 시스템 오류인지는 아직 증거가 없습니다. 아마존은 보도 시점까지 공식 답을 내지 않았어요. 취재 문의가 들어간 뒤 몇 시간 만에, 포럼에 "관련 부서(partner teams)로 올려 조사 중"이라는 글이 붙었을 뿐이죠.
셀러 지원팀의 첫 반응은 더 담백했습니다. "다른 판매자 신고는 없다." 같은 증상을 적은 포럼 글이 이미 여러 개 떠 있을 때였어요. 포럼 검색창이 지원팀보다 한발 빨랐던 셈입니다.
대기 주문 앞에서 셀러는 취소 버튼이 없습니다
아마존 설명으로는 대기 주문은 대개 구매자 카드 승인이 안 났거나, 기업 구매라 사내 결재를 기다리는 주문입니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주문 수량만큼 판매 가능 재고에서 빠지죠.
걸리는 건 이 주문을 셀러가 직접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아마존 직원이 판매자 포럼에 남긴 안내로는 확인 절차가 최장 21일까지 갈 수 있고, 그 뒤에야 주문이 취소되며 재고가 돌아옵니다.
국내 오픈마켓 화면으로 옮겨 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입금 안 된 주문이 재고를 최장 3주 붙잡고 있는데, 판매자 쪽 취소 버튼은 회색이에요.
달력에 대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9월 20일에 걸린 대기 주문이 21일을 꽉 채우면 풀리는 날은 10월 11일입니다. 아마존이 공식 발표한 올해 프라임 빅딜데이는 영국·미국 모두 10월 6~7일이고요. 가을 대목 이틀을 재고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이 모양 자체가 새 일은 아닙니다. 아마존 판매자 포럼엔 4년 전 "1분마다 가짜 주문이 들어온다"는 글이, 2년 전 "대기 주문 172건" 글이 남아 있어요. "13시간에 주문 600건"이라는 글도 있고요.
이번이 다른 건 두 가지입니다. 100파운드 넘는 고가 상품에 여러 셀러가 한꺼번에 걸렸다는 점, 그리고 셀러 포럼 밖의 매체가 기사로 다뤘다는 점이에요.
주문 수는 좋았는데, 출고 수를 보기 전까지는요
2년 전 판매자 포럼에는 대기 주문이 3,000건 가까이 쌓였던 셀러의 글이 있습니다.
"11월 숫자가 아주 좋아 보였어요. 실제로 출고된 주문이랑 비교하기 전까지는요."
한국 셀러에게 닿는 건 이 대목입니다. 아마존 비즈니스 리포트의 주문 수량은 들어온 주문을 상태와 상관없이 셉니다. 나중에 취소된 주문도 그 안에 들어 있거든요. 출고된 것만 모아 보여주는 건 정산(Payments) 쪽이고요.
FBA 재고를 얇게 들고 가는 셀러에겐 이 차이가 곧 발주서입니다. 한국에서 FBA 창고까지 배로 몇 주씩 걸리는 물건이라면 더 그렇죠.
판매 가능 재고가 0이 된 걸 보고 "다 팔렸다"며 항공으로 급히 채운다고 해볼게요. 3주 뒤 대기 주문이 한꺼번에 취소되면, 돌아온 재고와 새로 보낸 재고가 같은 선반에 나란히 섭니다. 급하게 낸 항공 운임과 늘어난 보관료가 다음 달 계산서에 같이 찍히고요.
대기 칸을 따로 세면 연말이 덜 흔들립니다
다행히 아마존 화면에는 대기 주문을 따로 셀 칸이 이미 있습니다.
주문 관리(Manage Orders)에서 상태를 '대기(Pending)'로 거르면 걸린 주문만 모여요. FBA 재고 화면의 예약(Reserved) 수량 중 '고객 주문(Customer orders)' 칸은 출고 전 주문에 잡힌 개수인데, 대기 주문도 여기로 들어갑니다. 이 숫자가 평소보다 튀는 상품이 지금 봐야 할 상품이에요.
거기다 상품마다 최대 주문 수량(Max Order Quantity)을 걸 수 있습니다. 주문 한 건에 담는 개수만 막고 주문 횟수는 못 막아요. 그래도 한 번에 여러 개씩 묶이는 속도는 늦출 수 있죠.
패턴이 이상하면 주문번호를 모아 신고하고, 21일이 지나도 안 풀리면 케이스를 열면 됩니다. 지난 포럼 사례에서 아마존 직원이 안내한 순서도 이 둘이었어요.
이번 일이 공격으로 판명되든 오류로 끝나든, 연말 재입고는 '들어온 주문'이 아니라 '나간 주문'을 보고 정하는 게 맞습니다. 아마존 조사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재고 화면은 오늘 밤에도 열리죠.
빅딜데이 전에 판매 가능 재고 옆 '고객 주문' 칸 숫자 하나만 따로 적어두면, 11월 발주서가 그만큼 정확해집니다. 꼭 한번 들여다보세요!
— 미나킴, 4년 치 포럼 글을 날짜순으로 줄 세워놓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