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미국 소비자들의 올해 연말 쇼핑 예산 가운데 10월 말까지 쓰일 몫입니다. 딜로이트가 미국 소비자 4,000명에게 물어 낸 숫자인데요, 6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해요.
모던리테일은 이 결과를 쇼핑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에 몰리지 않고 시즌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아마존이나 쇼피파이로 미국에 파는 한국 셀러에겐 "벌써 늦었다"는 말처럼 들리죠. 하지만 숫자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반대입니다. 연말 재고를 블프 한 날짜에 다 맞춰 보낼 필요가 줄었다는 얘기거든요.
미국 연말 쇼핑은 블프 닷새보다 길어졌습니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응답자 넷 중 하나는 6월 할인 행사 때 이미 연말 선물을 샀습니다. 산타보다 반년 먼저 움직인 셈이죠.
10월 할인 행사에서 쇼핑하겠다는 사람은 열에 넷이에요. 2023년보다 18%포인트 늘었고, 사이버먼데이(44%)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블프 주간이 작아진 건 아닙니다. 쇼핑 중인 손님 비율은 11월 말 77%, 12월 초 78%로 높게 이어져요.
가구당 연말 지출은 1,654달러로 4% 늘었고, 그중 물건값은 988달러로 10% 뛰었습니다. 그래도 딜로이트의 브라이언 매카시는 연말에 쓸 돈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a finite amount of spend)"고 말했어요.
돈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같은 돈이 10월과 11월, 12월로 나뉘어 나간다는 뜻이죠.
10월에 먼저 지갑을 여는 손님은 값을 따집니다
10월에 움직이는 손님이 누군지도 조사에 나와 있습니다. 딜로이트가 '연말 가성비 사냥꾼(holiday value seekers)'이라 부르는 사람들이에요.
돈 아끼는 습관을 다섯 가지 이상 가진 응답자로, 전체의 38%입니다. 아끼는 사람들인데 다른 손님보다 오히려 12% 더 쓸 계획이고, 65%는 이미 10월에 쇼핑을 시작했어요.
매카시는 이들이 "적립금과 리워드를 쓸 줄 안다"고 했습니다. 할인 폭과 배송 속도, 포인트까지 견주고 산다는 거죠. 그래서 그의 조언은 "가치가 쉽게 보이게 하라(make this concept of value easy to see)"였습니다.
아마존에서 배송 속도가 가장 쉽게 보이는 곳은 프라임 배지입니다. FBA 상품이라면 물건이 이미 미국 창고에 들어가 있어야 붙어요.
그러니 10월의 가성비 손님은 지금 미국 창고에 있는 재고가 맞이하는 셈입니다.
아마존 블프 입고는 10월 28일까지, 손님은 그 뒤에도 옵니다
아마존이 정한 블프·사이버먼데이 입고 마감은 세 개예요. 그중 AWD(아마존 보관·배분 창고)는 10월 14일로, 이미 지났습니다.
FBA는 입고 창고 수를 최소로 고르면 10월 21일, 아마존이 정한 대로 여러 창고에 나눠 보내면 10월 28일이죠. 셋 다 출발일이 아니라 도착일입니다.
한국에서 이제 배에 싣는 물건으로는 맞추기 어려운 날짜예요. 12월 초에도 손님 78%가 쇼핑 중이니, 늦게 닿는 박스에도 손님은 남아 있습니다.
거기다 아도비는 할인 폭이 사이버위크엔 최대 30%까지 깊어졌다가, 12월엔 10~15% 선으로 얕아진다고 내다봤습니다. 늦게 도착한 물건도 덜 깎고 팔 기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죠.
어떤 물건을 먼저 보낼지도 매카시가 짚었습니다. TV처럼 한 집에 하나만 사는 큰 물건은 "일찍 잡는 게 낫다(win that one early)"고 했어요. 거실 벽에 TV를 두 대 거는 집은 드무니까요.
반대로 옷과 장난감은 손님이 늦게까지 고른다고 봤습니다. 단, 그 가게에서만 파는 단독 상품은 예외예요.
연말 재고를 한 번에 다 실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추석 대목과 비슷합니다. 연휴 사흘이 아니라 몇 주 전 예약 판매부터 대목이 시작되죠. 미국 연말도 블프 닷새가 아니라,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긴 시즌이 됐어요.
거리는 따로 재 둘 필요가 있습니다. 딜로이트 숫자는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물어본 '계획'이라 실제 영수증과는 다를 수 있어요. 아마존이 7월에 낸 연말 일정표도 입고 마감을 블프·사이버먼데이용까지만 적었고, 12월용 날짜는 비어 있습니다.
그래도 판단은 분명합니다. 미국 손님은 이제 블프 닷새만 기다렸다가 사지 않아요. 지금 미국 창고에 있는 물건이 10월의 가성비 손님을 맞으면 됩니다.
다만 두 번째 물량을 12월 초 손님 반응을 보고 나서 보내면 늦습니다. 한국에서 배로 띄우는 박스는 그때 출발하면 연말 안에 미국 창고에 닿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순서를 거꾸로 짭니다. 옷이나 장난감처럼 손님이 늦게까지 고르는 물건을 이번 주 배에 먼저 싣는 거죠.
날짜는 12월 첫 주에서 뒤로 세어 보면 나옵니다. 11월 30일까지 아마존 창고 처리가 끝나야 그 주 손님을 맞을 수 있어요.
아마존 입고 대행사 AMZ Prep은 8월에 닷새 걸리던 입고 처리가 11월엔 15일까지 늘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 창고 도착은 11월 15일이어야 하죠.
항구에서도 시간이 듭니다. LA·롱비치 항구에서 컨테이너가 트럭에 실려 나가기까지 8월 평균 2.95일이 걸렸어요(PMSA, 태평양상선협회 집계). 부산에서 LA까지 배편은 컨테이너 하나를 통째로 쓰면(FCL) 평균 18일이고요.
다 빼면 늦어도 10월 25일 출항입니다. 다른 화물과 컨테이너를 나눠 쓰는 혼적(LCL)은 평균 22일이라 10월 21일로 당겨지는데, 이 글이 닿을 때쯤엔 이미 지났어요. 컨테이너를 통째로 쓰는 FCL도 이번 주말까지입니다.
이 계산엔 통관과 항구에서 창고까지 달리는 시간이 빠져 있어요. 숫자도 아마존 공식이 아니라 운송·입고 업체가 낸 평균이라, 실제 출항은 며칠 더 일찍 잡아야 안전합니다.
10월 28일을 놓쳤다고 올해 연말을 접을 이유는 없어요. 올해는 재고를 두 번에 나눠 보내 보세요!
— 6월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다는 넷 중 하나가 조금 부러운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