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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트가 1년 앞당긴 도시락, 엄마 둘이 냈어요

한이룸 · 2026.09.11 · 읽는 시간 5

아침 7시 반,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 3분째 서 있어요. 아이 간식으로 뭘 넣을지 몰라서요.

결국 어제 넣은 걸 또 집죠. 이 장면, 미국 마트 매대 앞에서도 똑같이 벌어졌어요.

다만 거기 서 있던 두 사람은 그날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거든요.

아기 이유식도 신선한데, 애들 간식만 그대로였어요

케이티 터커와 리제트 하워드. 12년 전 육아 모임에서 만난 친구 사이고, 각자 아이가 셋이에요.

터커는 주 80시간씩 일하던 자리를 놨고, 하워드도 회사를 나왔어요.

마트를 돌다 보니 좀 이상하더래요. 아기 이유식 칸엔 갓 만든 신선 제품이 줄줄이 놓여 있죠. 반려동물 코너에도 생식이 있고요.

그런데 아이들 간식 칸만 수십 년째 똑같은 브랜드들 차지예요. 신선한 걸 찾아 매대를 아무리 훑어도 없었고요.

그래서 2020년 8월에 '써니(Sunnie)'를 차렸어요. 브랜드 이름은 터커의 할머니 성함이에요. 백 살까지 사셨고, 회사를 차린 그해에 돌아가셨대요.

터커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부모가 자기가 산 물건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첫 제품은 스무디까지 들어간 풀세트였어요

두 사람이 처음 만든 건 지금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첫 버전은 도시락 한 통이었어요. 크래커와 딥에다 생채소, 스무디, 코코넛설탕으로 단맛을 낸 쿠키까지 다 들어갔죠.

미국 마트에서 30년 넘게 팔린 '런처블'을 정면으로 받아치겠다는 구성이었어요.

그리고 두 달 뒤에 세상이 멈췄죠. 마트들은 신규 브랜드 미팅을 죄다 접고 휴지랑 밀가루 채우느라 바빴고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써니 제품은 냉장이라 유통기한이 짧아요. 바이어 눈엔 그게 그냥 재고 위험이었죠.

"업계는 유통기한이 여섯 달 넘는 제품에 익숙해요. 그런데 저희는 제품에 이상한 걸 넣는 걸 거부했어요." 두 사람이 나중에 한 말이에요.

"초반엔 많은 소매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그건 안 되는 일'이라고 했어요."

돈도 안 붙었어요. 초기 시드로 모은 게 60만 달러 남짓, 그것도 몇 해에 걸쳐서요.

그래서 두 사람은 자사몰만 돌렸죠. 이 기간을 시제품 시험대로 썼어요. 버전을 계속 바꿔 가며 팔고, 산 사람들 반응을 그대로 모았거든요.

바이어를 만나려고는 아는 사람을 총동원했어요. 업계 시상식과 피칭 대회에도 계속 이름을 올렸고요. 2022년 겨울엔 식품업계 피칭 대회 결선까지 올라갔어요.

정문이 안 열리니까 옆문을 찾은 거예요.

미국 마트 매대에 자를 대봤어요

두 사람이 제품을 갈아엎은 계기는 줄자였어요.

상자 하나가 진열대에서 몇 센티를 먹는지를 재본 거예요. 신생 브랜드가 달라고 하기엔 너무 큰 자리였고요.

그래서 스무디를 뺐어요. 생채소도 뺐고, 쿠키도 뺐어요.

남은 건 손바닥만 한 팩 하나. 카사바 가루로 구운 크래커와 찍어 먹는 딥이 전부예요.

대신 안쪽은 촘촘하게 짰어요. 소아영양 전문가 질 캐슬과 같이 설계해서, 딥 하나에 지방이든 단백질이든 식이섬유든 하나는 꼭 들어가게 했거든요. 크래커만 먹고 30분 뒤에 또 배고파지는 일이 없게요.

"'빨리 실패해보는 것'의 가치가 저희한텐 핵심이었어요."

신생 브랜드가 매대에서 겨루는 건 사실 맛이 아니라 자리예요. 자리를 적게 달라고 하면, 바이어가 거절할 이유가 하나 줄어들죠.

첫 매대는 2021년 브리스톨팜스였어요. 그리고 2023년 가을엔 타깃 남부 캘리포니아 매장에 깔렸고요.

그런데 크래커 맛이 달라졌어요

2024년엔 크게 한 번 삐끗했어요. 물량을 맞추려고 크래커 생산을 중서부 공장으로 몰았는데, 나오는 물건의 질이 떨어진 거예요.

두 사람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어요. 뭐가 잘못됐는지 그대로 적고, 이미 산 사람들에겐 다시 보내줬고요. 그리고 예전 생산 방식으로 되돌렸죠.

손님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붙었어요. 그 크래커는 올해 굿하우스키핑에서 체다 크래커 부문 상까지 받았거든요.

작은 팩이 데려온 큰 자리

2025년 6월, 홀푸드 전 매장에 크래커가 들어갔어요. 같은 달 타깃 매장 수는 180개에서 477개가 됐고요.

지금 써니가 깔린 매장은 1,500곳이 넘어요. 하이비, 프레시타임, 온라인 식료품몰 스라이브마켓까지 합친 숫자예요.

같은 해 여름엔 산타테라 캐피털에서 100만 달러를 받았어요. 직원은 27명이고요.

타깃에서 딥 팩 하나가 3.99달러예요. 런처블은 2달러쯤 하죠. 두 배 가까이 비싼데도 팔려요. 피자 딥 팩이 250칼로리에 당 4그램, 런처블 피자가 380칼로리에 당 17그램이거든요. 나트륨도 490밀리그램 대 690밀리그램이고요.

참고로 런처블은 연 18억 달러짜리 물건이에요. 그 옆에 손바닥만 한 팩을 끼워 넣은 거예요.

6년 만에 원래 만들려던 걸 꺼냈어요

그리고 올해, 써니는 '런치팩'을 냅니다. 2020년에 접었던 바로 그 풀세트예요.

딥 팩에 그래놀라바, 육포 스틱, 치즈 한 덩이가 같이 들어가죠. 타코 팩과 타깃 전용 잼 팩이 먼저, 피자 팩은 연말에 나오고요.

"타깃은 원래 2027년에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기들 웰니스 전략에 잘 맞겠다는 걸 금방 알아채고 2026년 9월로 앞당겼어요." 터커의 말이에요.

6년 전엔 미팅조차 안 잡아주던 쪽이, 이번엔 일정을 1년 당겨서 자리를 비워줬어요.

우리가 훔칠 건 순서예요

우리도 신상을 낼 때 보통 '풀세트'부터 만들죠. 구성 알차게, 사은품까지 챙겨서요.

써니가 한 건 정반대예요. 만들고 싶은 걸 먼저 다 만든 다음, 그걸 매대가 받아줄 크기로 깎아서 넣었어요.

내 자리로 치면 매대는 검색 결과 한 칸이고, 쿠팡 진열 한 자리예요. 상대가 내주기 부담스러운 크기면 애초에 심사대에 못 올라가요.

작게 들어가면 두 가지가 생기죠. 거절할 이유가 줄고, 회전이 빨라져요.

그리고 회전 기록은 그 자체로 다음 자리의 입장권이 되고요. 리뷰창의 단어 하나로 미국 매장 580곳에 들어간 한국 브랜드도 결국 같은 순서를 밟았어요.

물론 아무 때나 통하는 순서는 아니에요. 작게 잘라도 그 안에서 사는 이유가 완결돼야 해요. 써니가 딥 하나에 지방·단백질·식이섬유 중 하나를 꼭 넣은 게 그 장치였고요.

큰 제품은 그대로 두세요. 순서만 뒤로 미루면 되거든요.

6년 미뤄뒀더니 유통사가 1년을 당겨준 도시락이라니, 기다린 값을 이자까지 쳐서 받은 셈이에요.

지금 만들고 있는 게 너무 크다 싶으면, 접지 말고 반만 잘라서 먼저 내보내세요. 나머지 반은 도망 안 가요!

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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