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3개짜리 후기가 하나 올라와요. "좋긴 한데 얼굴이 하얗게 떠요."
그 밑에 비슷한 말이 열 개쯤 더 붙죠. 창고엔 그 물건이 아직 3천 개 남아 있고요.
고칠까요, 다 팔고 나서 생각할까요.
한국의 어떤 K뷰티 인디 브랜드는 여기서 제품을 갈아엎었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죠. 최근 그 회사 지분 40%는 1,720억 원에 팔렸고요.
남의 화장품을 팔던 회사가 자기 브랜드를 냈어요
액시스와이(AXIS-Y)라는 브랜드예요. 한국에서는 좀 낯설 거예요. 그럴 만해요, 이 브랜드는 만들어지고 6년 동안 한국에서 안 팔았거든요.
시작은 브랜드가 아니라 도매였어요. 서울 강남의 아시아마스터트레이드라는 회사가 2013년부터 한국 스킨케어와 미용기기를 해외로 넘겨 파는 일을 했어요.
남의 물건을 파는 자리에선 보이는 게 있죠. 어느 나라에서 뭐가 반품되는지, 손님이 어떤 대목에서 화를 내는지.
2019년, 이 회사 대표 매기 유(Maggie Yue)가 자기 브랜드를 냈어요. 컨셉이 특이했어요. '기후'였거든요.
한국 겨울 기준으로 만든 크림을 인도네시아 사람이 바르면 답이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제품을 설계하기 전에 68개국 인플루언서 1,000명한테 먼저 물었어요. 그 나라 날씨에서 피부가 어떻게 되냐고요.
거기서 나온 게 '6+1+1'이라는 자체 규칙이에요. 영양 성분 6개, 목표 성분 1개, 기술 1개. 제품마다 이 틀을 지켜요.
해외부터 판 K뷰티가 처음은 아니에요. 한국 화장품 사용법만 팔아서 1,500억원을 벌었어요에서 다뤘던 브랜드도 같은 순서였죠.
2주 만에 완판, 근데 팔로워는 6,900명
2020년에 첫 대박이 터졌어요. 머그워트 포어 클래리파잉 워시오프 팩. 출시 2주 만에 다 나갔어요.
마스크 때문에 턱에 뭐가 올라오던 시절이었죠. 매기 유는 이 팩을 모공 관리 제품이 아니라 '갇혀 있는 동안 하는 자기 관리'로 놨다고 했어요.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에요.
2021년 이 브랜드의 틱톡 팔로워는 6,900명이었어요. 그런데 #axisy 해시태그 조회수는 6,100만이었고요. 팔로워의 아홉 배쯤 되는 사람들이 남의 계정에서 이 브랜드 얘기를 하고 있던 거예요.
매기 유가 이렇게 말했어요. "인플루언서와 일할 때 따라오는 온갖 수고를 우리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진짜 걸러지지 않은 후기를 올려줘요."
근데 두 번째 버전이 더 욕을 먹었어요
문제는 선크림이었죠. 컴플리트 노스트레스 피지컬 선크림.
첫 버전은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개선판이라며 두 번째 버전을 냈는데, 이게 더 욕을 먹었어요.
백탁이 더 심해졌다는 말이 늘었어요. 제형이 뻑뻑해서 바르기 불편하다는 후기도 줄줄이 붙었죠. 한 리뷰어는 1버전은 대체로 좋아했는데 2버전부터 불만이 확 늘었다고 정리했더라고요.
여기에 하나 더 있었어요. 향을 내려고 넣은 에센셜 오일이 민감성 피부와 여드름 피부에 자극이 된다는 지적이요.
정리하면 이렇게 된 거죠. 개선한다고 손댄 결과가, 이 브랜드가 처음부터 잡겠다고 한 손님한테 제일 안 맞는 물건이 됐어요. 더운 나라의, 예민한 피부. 브랜드의 존재 이유였던 그 손님들이요.
보통 이럴 때는 그냥 버텨요. 용기도 이미 뽑아뒀고, 재고도 쌓여 있거든요. 후기창은 잠깐 시끄럽다가 조용해지고요.
그래서 세 번째로 다시 만들었어요
액시스와이는 세 번째 버전을 만들었어요. 선크림 이름에 버전 번호가 붙어 있는데요. 소프트웨어도 아닌데 말이죠.
백탁의 주범이던 티타늄디옥사이드를 뺐어요. 향과 에센셜 오일도 뺐고요. 제형은 에센스 젤 로션으로 갈아끼우고 히알루론산을 넣었어요. 차단 지수 SPF 50+ PA++++는 그대로 지켰죠.
방향이 재미있죠. 좋은 성분을 더 붙인 게 아니라, 욕먹은 걸 지웠어요.
비슷한 시기에 아예 라인 하나를 손님이랑 같이 만들었어요. 'ay&me'라는 라인인데, 68개국 1,000명 넘는 사람들에게 2년 동안 설문과 투표, 샘플 테스트를 돌려서 나왔어요. 피부 타입과 고민, 성분은 물론이고 용기 디자인까지 물어봤다는데요.
매기 유는 이 라인을 두고 "지난 2년간 설문과 투표, 제품 샘플링을 통해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었다"고 했어요.
감이 오시죠. 이 브랜드는 신제품을 쏟아부어서 이긴 게 아니에요. 이미 파는 물건을 계속 다시 만들었어요. 지금 공식몰에 걸린 제품이 서른 개쯤인데, 7년 치예요.
이 K뷰티 인디 브랜드,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2024년 3분기에 이미 전년 한 해 매출을 넘겼어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7% 성장, 4년 누적으로는 780% 성장이었죠.
2025년에야 올리브영에 들어갔어요. 온라인몰과 전국 129개 매장에 동시에요. 창업 6년 만의 국내 데뷔였는데, 주요 제품이 올리브영 온라인 랭킹 1위를 찍었어요.
지금은 약 100개국에서 팔고, 매출의 90% 넘게가 해외에서 나와요. 다크스팟 코렉팅 글로우 세럼은 누적 2,000만 개를 넘겼고, 아시아마스터트레이드의 최근 연매출은 740억 원이었어요.
그리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이 회사 지분 40%를 약 1,720억 원에 사기로 했죠. 기업가치로 치면 4,300억 원. 창업자는 60%를 그대로 쥐고 경영도 계속해요.
이걸 따라 하려면 발주서부터 작아야 해요
액시스와이가 한 건 대단한 기술이 아니에요. 손님이 싫다고 한 걸 다음 배치에서 지운 거예요.
그런데 이게 되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해요. 다음 배치가 빨리 와야 해요.
한 번에 3만 개를 찍어두면 후기를 읽어도 못 고쳐요. 이미 만든 게 창고에 그대로 서 있으니까요. 반대로 3천 개씩 열 번 찍으면 두 번째 배치부터 후기가 반영돼요. 개당 단가는 조금 올라가죠. 대신 안 팔리는 2만 7천 개를 떠안을 일이 없어요.
유행이 반년씩 가던 시절엔 크게 찍는 쪽이 이겼어요. 요즘처럼 주기가 짧아지면 계산이 뒤집혀요.
그래서 소싱처와 한 번 다시 이야기해볼 만해요. 최소 발주 수량을 낮추는 대신 단가를 조금 얹어주고, 재발주 리드타임을 당겨달라고요.
여기서 막히는 게 "그렇게 조금씩 찍어줄 데가 어디 있냐"는 대목이죠. 화장품 쪽은 최소 1,000개, 생산 리드타임 6주를 내건 팩토스퀘어 같은 소량 생산 중개가 이미 돌아가고 있어요. 고친 버전을 어느 나라에 먼저 던질지도 같이 정해두면 좋고요. 액시스와이가 선크림 3버전을 인도네시아에 먼저 밀었던 것처럼요.
후기창에 "좋은데 이거 하나만 아쉬워요"가 붙어 있다면, 그건 불만이 아니라 다음 발주서예요. 3천 개짜리로 한 번 찍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