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켓이 챗GPT 안에 상품을 올렸습니다. 챗GPT에 로그인해 왼쪽 플러그인 메뉴에서 'gmarket'을 연동한 뒤 "부모님께 드릴 20만원대 한우 추석 선물세트 골라줘"라고 치면, 조건에 맞는 지마켓 상품이 뜨고 구매 페이지까지 이어져요. 국내 오픈마켓 중에선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마켓 쪽 설명은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검색창에서 AI와의 대화로 확장되고 있다"였습니다. 맞는 말인데요, 셀러 입장에서 더 눈여겨볼 건 그 대화창의 생김새죠.
거기엔 입찰란이 없습니다.
90원짜리 자리와 0원짜리 자리
지마켓에서 상품을 위로 올리는 기존 방법은 파워클릭입니다. 최저 입찰가 90원(부가세 별도)에 10원 단위로 올려붙이고, 클릭이 생길 때만 돈이 빠져나갑니다.
노출 순위 공식도 공개돼 있는데요. 입찰 금액 × 품질평가 점수 × 구매 고객 특성. 이 셋을 곱해서 자리를 정합니다.
이 공식에서 소액 셀러가 당장 만질 수 있는 칸은 사실상 첫 번째 하나였습니다. 품질 점수도 클릭과 판매가 쌓여야 오르니까, 광고비를 못 태우면 출발선부터 뒤에 섰죠.
거기다 챗GPT 대화창에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안내에도 광고 얘기가 없습니다. 예산·용도·사용 대상 같은 조건을 넣으면 거기 맞는 상품을 골라준다는 설명뿐이고요.
검색 1등이 곧 매출이던 시절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는 한동안 남 얘기 같았는데, 이번엔 국내 오픈마켓 화면에서 벌어졌습니다.
챗GPT는 뭘 보고 5개를 고르느냐면요
지마켓은 선별 기준을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먼저 AI 검색을 연 11번가가 기준을 공개해 놨죠.
11번가 AI 검색은 가격 경쟁력, 배송비, 배송 속도, 구매 후기를 함께 보고 조건에 맞는 상품 5개 안팎을 추립니다. 7월 도입 뒤 구매전환율이 기존 통합검색의 2배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보이는데요. 하나, 뽑히는 자리가 5개뿐입니다. 둘, 그 5개를 정하는 항목이 전부 셀러가 직접 손대는 값이고요.
배송비 설정, 발송 소요일, 판매가, 리뷰. 광고 계정 잔액은 목록에 없습니다.
지마켓이 자기 가이드에 이미 써놨습니다
ESM PLUS 판매자 가이드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상품 2.0으로 등록된 상품에 검색 랭킹 추가점수가 부여되고, 높은 데이터 신뢰도로 개인화 지면 추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개인화 지면 추천'을 그냥 넘기면 손해입니다. 사람이 검색어를 치는 화면이 아니라, 시스템이 알아서 상품을 골라 얹는 화면을 말합니다. 챗GPT 대화창이 딱 그 화면이고요.
이게 진짜 문제인데, 상품 1.0에 그대로 둔 상품이 아직 많습니다. 전환은 상품관리에서 '전환등록'을 누르면 기존 정보가 자동으로 넘어오고, 여러 개를 한 번에 바꾸는 일괄 전환도 있습니다. 정책이 허용되는 카테고리라면 검색용 상품명 수정, 주문옵션명 직접 입력, 상품별 배송비 설정이 그때부터 열립니다.
버튼 하나에 랭킹 점수가 붙는데 안 누르고 계신 분이 꽤 됩니다. 정산일에 통장 확인하는 속도의 절반만 내면 됩니다.
추석까지 2주, 그래서 지금입니다
타이밍이 공교롭습니다. 쿠팡 광고 자료가 정리한 명절 검색 흐름을 보면, '추석 선물 세트' 같은 말은 명절 2주 전부터 상위권에 올라오고 1주 전엔 'LA갈비'·'한우 선물세트'처럼 구체적인 말로 바뀝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입니다. 지금이 딱 그 2주 구간 초입이에요.
그리고 지마켓이 플러그인을 알리며 든 예시가 하필 명절 선물세트였습니다. 명절 선물은 원래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 카테고리라, 말로 물어보는 방식과 제일 잘 붙습니다.
AI가 골라줬다고 바로 결제부터 누르는 손님은 드뭅니다. 이름을 확인하고 나면 그 상품명을 다시 검색해서 상세페이지랑 후기를 봅니다. 대화창에서 불린 이름과 검색으로 다시 본 정보가 어긋나지 않는 상품이 결국 팔리고요.
그 손님이 실제로 얼마를 샀는지는 AI 유입을 채널로 따로 찍어보는 방법으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예산 싸움이 아닙니다
새로 열린 매대에서 상품을 고르는 항목은 배송비, 배송 속도, 가격, 후기, 그리고 상품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게 등록돼 있느냐입니다. 전부 돈이 아니라 손이 드는 항목이죠.
물론 자리가 5개뿐이라 다 들어가진 못합니다. 그런데 광고 상단을 돈으로만 사던 구조에서는 애초에 후보 명단에도 못 올랐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같은 기준으로 겨루기는 합니다.
이번 주말에 잘 팔리는 상품 하나만 골라서 해보면 어떨까요. 상품 2.0으로 전환하고, 발송 소요일을 실제로 나가는 날짜에 맞추고, 상품명에서 나만 아는 약어를 빼는 것. 이 셋이면 시작으로 충분합니다.
챗GPT가 내 상품 이름을 부르는 화면, 이번 추석에 직접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