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7억 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로 맞은 과징금입니다. 그 액수를 뽑아낸 계산식이 이번 주에 바뀌었어요.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과 시행령이 같은 날 나란히 시행됐습니다.
과징금 상한이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열렸습니다.
숫자만 보면 완전히 남의 동네 얘기죠. 절반은 정말 맞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이 주문서 엑셀을 카톡으로 주고받는 쪽으로 굴러왔어요.
과징금 10%가 열리는 세 가지 조건
10% 구간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습니다. 셋 중 하나에 걸려야 해요.
고의나 중과실로 3년 안에 같은 유형을 또 위반했거나, 고의·중과실로 1천만 명 이상 피해를 냈거나, 시정명령을 안 지키다 유출이 났거나.
1천만 명이면 국민 다섯 중 한 명입니다. 내 스토어 고객 명단으로 닿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죠.
기본 상한은 종전 그대로 전체 매출액의 3%입니다. 매출 산정이 곤란하면 20억 원 이내에서 정하고요.
그러니까 6,247억 같은 숫자가 찍히는 10% 칸은 저 세 조건에 걸린 회사들 머리 위에 있습니다. 작은 스토어가 서 있는 자리는 여전히 3% 칸이에요.
새로 생긴 40% 두 칸
같은 날 시행된 시행령 쪽이 훨씬 흥미롭습니다. 과징금을 깎아주는 칸이 두 개 생겼거든요.
하나는 사전 투자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예산과 인력, 설비를 얼마나 꾸준히 넣었는지를 보고 기준금액의 최대 40%를 깎아줍니다. 보는 범위가 위반이 난 해의 직전 3개 사업연도예요.
다른 하나는 신속 회복입니다. 빨리 발견하고, 빨리 신고·통지하고, 번지는 걸 막았으면 역시 최대 40%.
벌금표만 세진 줄 알았는데 옆에 할인표가 같이 붙은 셈입니다. 그것도 3년치를 미리 쌓아두는 방식으로요.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번 시행을 두고 개인정보 보호가 '비용'이 아니라 '선제적 투자'로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할인표를 굳이 그 자리에 둔 이유가 저 한 문장에 다 들어 있죠.
거기다 영세·중소기업의 경미한 위반은 기술지원을 받아 시정하면 과징금을 깎거나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술지원'이 뒤에 다시 나옵니다.
유출 신고 72시간의 시작점
유출 통지 규정도 같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유출을 확인한 다음에 알렸는데, 이제는 유출이 가능함을 알게 된 때부터 72시간입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파일이 밖으로 나간 정황이 없어도 누가 건드린 흔적만 보이면 시계가 돌아요.
여기서 갈리는 건 보안 실력이 아니라 목록입니다. 주문자 이름과 연락처가 든 파일이 지금 몇 개고 어디에 있는지 바로 말할 수 있는 쪽과, 메일함과 카톡방, 외장하드를 뒤져야 하는 쪽은 사흘의 밀도가 다릅니다.
앞에서 본 신속 회복 40%가 붙는 자리가 정확히 여기입니다. 파일 위치를 적어둔 종이 한 장이 나중에 감경 증빙이 되는 구조죠.
1만 명 미만과 0원짜리 진단
의외로 안 알려진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소상공인·개인·단체이면서 보유한 개인정보가 1만 명 미만이면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상 완화 유형이라, 내부관리계획을 아예 안 만들어도 됩니다.
빠지는 서류가 있으니 남는 목록은 그만큼 짧습니다. 짧은 목록은 주말에 끝나고요.
그리고 그 목록을 대신 봐주는 창구가 공짜로 열려 있습니다. 개인정보포털(privacy.go.kr)의 개인정보보호 기술지원인데, 소기업과 소상공인, 벤처기업이 대상이에요.
메뉴가 셋입니다. 법·제도 일반상담, 온라인 컨설팅, 현장방문 컨설팅. 온라인 컨설팅은 처리방침과 수집·이용 동의, 내부관리계획, 위·수탁 계약서까지 진단해줍니다.
위·수탁 계약서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택배사나 CS 대행, 문자 발송 대행에 주문자 정보를 넘기고 있다면 그게 전부 위탁이거든요.
신청은 상담이면 바로, 컨설팅이면 자가진단을 먼저 돌리고 그 결과파일을 첨부하면 됩니다. 법 시행일에 맞춰 쇼핑몰이 뭘 챙겨야 하는지는 AI 기본법 시행 때 정리해둔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자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광고성 정보 전송 규정도 10월 1일부터 매출액 6% 이하 과징금이 새로 붙습니다. 수신동의와 무료거부 표기를 이번에 같이 훑어두면 두 번 일 안 합니다.
큰 회사들은 지금 이사회 열고 CPO 신고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우리 쪽 준비물은 A4 한 장과 자가진단 링크 하나고요.
같은 표를 보는데 한쪽은 10% 칸을 걱정하고 한쪽은 40% 칸을 챙깁니다. 30분만 내서 진단서 한 장 받아두면, 그게 제일 싸게 산 보험이 됩니다!
김윤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