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턱시도요? 저 안 시켰는데요"
미국 밀워키 FOX6의 소비자 담당 기자 제나 색스네 현관에 찌그러진 아마존 상자가 놓였어요. 뜯어 보니 보라색 턱시도 한 벌과 아마존 반품 전표가 들어 있었죠.
상자엔 색스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요. 보낸 사람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고요.
일주일 뒤엔 어린이용 보라색 턱시도가 왔어요. 그다음 주엔 분홍색 쓰리피스 턱시도가 도착했고요. 소비자 피해를 쫓던 기자가 자기 집 현관에서 제보를 받은 셈이에요.
"손님은 아마존이 준 라벨을 붙였을 뿐이에요"
색스는 상자가 올 때마다 자기 아마존 계정으로 신고했어요. 아마존이 내놓은 설명은 이랬어요. 해외 셀러 한 곳이 색스의 집 주소를 반품 주소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거죠.
색스가 상자를 부친 손님 한 명과 연락해 보니, 그 손님은 아마존이 준 라벨을 그대로 붙였다고 했대요. 셀러가 적어 둔 반품지가 손님 라벨에 고스란히 찍혀 나온 거예요.
그 셀러가 왜 하필 그 주소를 골랐는지는 보도에도 나오지 않아요. 색스는 해외로 돌려받는 배송비보다 미국 안 주소로 받는 쪽이 싸서였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턱시도는 안 돌려보내셔도 됩니다"
아마존 대변인 렉스 에번스는 "셀러와 이 문제를 처리했고, 불편을 드린 점을 사과했다"고 밝혔어요. 턱시도는 돌려보낼 필요가 없고, 색스의 개인 계정이 뚫린 흔적도 없다고 해요. 셀러 판매 페이지는 기사가 나간 시점에도 열려 있었고요.
사실 이 셀러 앞엔 정식 길이 셋 있었어요. 아마존은 해외 셀러에게 미국 반품 주소를 내거나, 물건을 돌려받지 않고 환불하거나, 이틀 안에 선불 국제 반품 라벨을 주라고 해요. 남의 현관을 빌리는 길은 그 목록에 없어요.
아마존 선불 라벨로 보낸 반품이 틀린 반품지 때문에 배달되지 못하면, 아마존은 그 상자를 '버려진 물건'으로 보고 팔거나 기부하거나 처분할 수 있어요. 적어 둔 주소 한 줄에 내 물건의 행방이 걸려 있는 거죠.
"우리 반품지, 아직 옛 사무실로 돼 있네?"
한국 스토어도 구조는 똑같아요.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정보의 배송정보 주소록에, 쿠팡 윙은 판매자정보의 주소록/배송정보관리에 반품지 칸이 있는데요. 손님이 반품을 신청하면 상자는 이 칸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요.
사무실을 옮겼거나 위탁 공급처가 바뀌었는데 이 칸만 그대로라면요? 지금 누군가의 현관에 내 반품 상자가 턱시도처럼 쌓이는 중일지도 모르는 거예요.
오늘 주소록 한 번 열어서 반품지 한 줄만 소리 내 읽어 보세요. 상자도 길을 알아야 집에 오니까요!
— 현관 앞 상자 개수 세다 온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