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시간 30분.
인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불이 완전히 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에요. 아침 6시 54분에 신고된 불이 닷새째 밤에야 잡혔죠.
지난 #92에서 다뤘던, 가스라이터 재고를 창고 밖으로 내보낸 바로 그 화재입니다. 그 뒤 석 달 만에 경찰 수사가 끝났고, 소방청 조사단도 쿠팡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내놨어요.
초기 진화에만 61시간이 걸려 역대 물류센터 화재 중 초기 진화가 가장 길었던 불로 꼽혔는데요. 재산 피해는 1,140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먼저 짐을 싼 가스라이터
충전식 손선풍기를 로켓그로스에 맡겨 온 셀러 보름 씨(가상 인물)는 그때 공지부터 열어 봤어요.
불이 난 뒤 쿠팡은 가스라이터·가스토치·가스점화기 같은 액화가스 제품의 로켓그로스 입고를 막았거든요. 남은 재고는 10월 11일까지 팔고 판매자가 직접 빼 가야 했습니다.
"우리 건 가스 아니니까." 보름 씨는 한숨을 돌렸죠.
쿠팡 물류센터 화재 원인, 생활용품 속 배터리
그런데 조사단이 짚은 최초 발화 지점은 B동 6층 메자닌 2층의 물품 선반이었어요. 그 선반엔 리튬이온배터리가 든 생활용품이 쌓여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도 타 버린 배터리의 셀 절연이 깨지며 불이 났을 가능성이 확인됐대요. 다만 너무 심하게 타서, 처음 불붙은 제품이 정확히 뭔지는 찾지 못했다고 해요.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제품 케이스와 포장재, 종이박스를 타고 8층 식당까지 올라갔죠.
보름 씨는 책상 위 손선풍기를 슬쩍 쳐다봤어요. "너… 아니지?"
입건자 0명,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
경찰은 입건자 없이 수사를 마쳤습니다. 방화도, 실화도, 소방시설법 위반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도 정상 작동했고, 누가 소방시설을 임의로 조작한 흔적도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불은 109시간 넘게 탔습니다.
이 센터는 2020년 5월에 건축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시행된 대형 물류창고 소방시설 강화 기준 대상이 아니었어요. 최용철 소방청장은 "물류창고는 종이박스와 포장재 등 가연물이 많아 작은 불씨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죠.
소방청장의 부탁 하나, 충전량
소방청은 창고에 보관하는 배터리의 충전상태(SOC)를 일정 수준 아래로 묶는 안전기준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어요. 몇 퍼센트까지,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안 정해졌고요.
대신 배터리 상품을 보관하는 사업장에 건넨 부탁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가급적 배터리 충전량을 낮춰 보관해 주시길 바란다."
보름 씨는 다음 입고 박스를 테이프로 감기 전에 손선풍기 전원 버튼을 눌러 봤어요. 표시등 네 개가 전부 켜지더라고요.
박스를 닫기 전, 그 불빛이 몇 개 켜지는지 한 번만 세어 보세요!
— 충전기 꽂아 둔 채 잠든 밤이 많았던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