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라이브 배경은 AI로 바꿔도 손에 든 상품은 진짜여야 한다

한이룸 · 2026.11.07 · 읽는 시간 4분

72달러.

라이브커머스 AI 하나를 한 시간 내내 켜 두는 값이에요. 미국 AI 회사 디카트(Decart)가 실시간 영상 편집 모델 '루시 2.6'을 기본 모델로 올렸거든요.

방송이 흐르는 동안 화면 속 사람의 옷, 주변 소품, 뒤 배경을 글 한 줄이나 참고 사진 한 장으로 바꿔 줍니다. 이번 판에서 회사가 내세운 건 "캐릭터·옷·상품을 더 또렷하게, 전부 라이브로"예요.

디카트는 올해 5월 엔비디아·어도비 등에서 3억 달러를 투자받은 회사입니다. 소개 페이지 쇼핑 항목엔 "루시가 보는 사람 위에 상품을 라이브로 얹는다"고 적어 뒀죠. 라이브 화면을 통째로 진열대처럼 쓰겠다는 얘기예요.

한 시간 72달러짜리 의상실

요금은 초당 0.02달러예요. 화면 지연을 더 줄이는 빠른 모드는 두 배고요. 한 시간 방송이면 72달러, 1달러 1,400원으로 치면 10만 원 남짓입니다.

구독료도 최소 결제액도 없이 쓴 만큼만 냅니다. 새 계정엔 시험용 무료 크레딧을 얹어 준다는데, 얼마인지는 안 적혀 있더라고요.

이 값이 라이브 제작비 중 어디를 건드리냐면, 쇼호스트 출연료보다는 세트와 의상 쪽이에요. 니트 방송 중간에 배경을 크리스마스 거실로 갈고, 다음 상품으로 넘어갈 때 쇼호스트 재킷을 바꾸는 일이요. 공식 문서를 보면 참고 사진은 방송을 끊지 않고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손이 좀 갑니다. 화질은 720p(풀HD보다 한 단계 아래)까지이고, API(프로그램끼리 이어 주는 연결구)로 팔아요. 폰 라이브 앱에서 버튼 하나로 켜는 물건은 아직 아닌 거죠.

상품 바깥은 마음껏

라이브에서 AI로 바꾸기 좋은 건 손님이 택배로 받지 않는 것들이에요. 뒤 배경, 계절 소품, 쇼호스트가 입은 옷(그 옷을 파는 방송이 아니라면요).

이런 건 바꿔도 손님이 받는 물건은 그대로입니다. 크리스마스 거실 배경을 보고 니트를 산 손님이 "거실은 왜 같이 안 왔어요?" 하진 않으니까요.

손에 든 상품은 받는 물건 그대로

진짜 유혹은 상품 쪽에 있습니다. 루시 2.6은 화면에 물건을 더하거나, 작은 물건을 크기에 맞게 바꿔 넣는 솜씨가 좋아졌다고 하죠.

그러면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쇼호스트가 든 기존 색 텀블러를, 아직 입고 안 된 새 색상으로 덧씌우는 장면이요. 샘플 없이도 예약 판매 방송을 열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여기서 선이 갈립니다. 라이브 속 상품은 손님에겐 곧 상품 정보거든요. 네이버는 이미 스마트스토어 기준에서 "판매 상품의 외형이나 화장품 발색 등을 실제와 다르게 보정·생성하는 경우"를 금지했고, AI 표시를 했는지와는 상관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쪽 사정도 같은 방향이에요. 디카트는 상품이 원본과 얼마나 똑같은지 숫자로 공개한 적이 없어요. 한 분석 매체는 빠른 카메라 움직임, 가려지는 장면, 작게 움직이는 물체를 약한 곳으로 짚었고요.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리는 텀블러가 딱 그 경우죠.

그래서 점검 질문은 하나면 충분해요. "이 장면 속 이것, 손님 집에 그대로 도착하나?" 도착하는 건 진짜를 들고, 도착하지 않는 건 AI로 마음껏 바꾸면 됩니다.

11일까지 의견 받는 공정위 초안

공정위가 「인공지능(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고 11월 11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어요. 이 장면까지 다루는지 법무법인 세 곳이 정리한 초안 내용을 훑어봤는데, 라이브 방송을 콕 집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초안 대부분은 AI 기능을 부풀리는 광고 얘기예요. 사례 16건과 사업자용 자가점검 8문항이 들어 있고, 법적 구속력은 없는 안내서죠.

그래도 단서는 있어요. 거짓·과장 유형에 "AI(딥페이크, 생성 이미지 등)를 도구로 삼아 거짓·과장된 내용을 만들어 내는 광고"를 넣어 뒀거든요. 없는 색 텀블러를 쥔 장면이 여기 들어갈지는 확정본을 봐야 알지만, 방향은 앞의 점검 질문과 같아요.

이미 시행 중인 선도 둘 있습니다. 6월부터는 AI 가상인물이 상품을 추천하면 "가상인물" 표시를 인물 가까이에 붙여야 하고요. 11월 27일부터는 식품·화장품 광고에서 AI로 만든 의사·약사 같은 가상 전문가의 추천이 아예 금지됩니다.

루시엔 쇼호스트를 다른 캐릭터로 바꾸는 기능도 있는데, 라이브라고 이 두 줄에서 빠진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어요. 거꾸로 보면 의견 마감 전인 지금이 "라이브 배경 교체도 표시가 필요한가" 같은 질문을 공정위에 직접 던져 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하죠.

다음 라이브를 준비하는 분께

세트 바꾸느라 방송을 끊던 일은 이제 한 시간 10만 원 남짓에 맡길 수 있어요. 배경은 하와이로 보내도 괜찮아요, 택배는 어차피 우리 창고에서 출발하니까요.

API를 붙이기 전이라도 오늘 손에 쥘 수 있는 건 있습니다. 앞에서 본 점검 질문을 다음 방송 큐시트 맨 위에 옮겨 적는 거죠. 라이브 배경 교체에도 표시가 필요한지 궁금하다면, 11일 마감 전에 공정위에 의견으로 직접 물어볼 수도 있고요.

그 한 줄 붙인 큐시트로, 다음 방송은 창고에서 막 꺼낸 진짜 상품을 번쩍 들고 시작해 보세요!

— 화상회의 배경을 아직도 기본 회색으로 두는 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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