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낭독된 결의문, 요구 세 줄에는 숫자가 하나도 없었어요.
국회 계단 앞, 숫자 없는 결의문 세 줄
소상공인의날 오전 열 시, 떡볶이 가게를 하는 감자 씨(가상 인물)도 피켓을 들고 섰어요. 가맹점주협의회와 숙박업중앙회, 라이더유니온까지 함께 연 '플랫폼 민생입법 촉구대회'였죠.
요구는 셋이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법 연내 처리, 배달플랫폼법으로 수수료 규제, 정부의 소상공인 종합대책.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25년간 장사하면서 단 하나 바라는 것은 '내일도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요.
결의문을 보면 이날이 왜 뉴스인지 보여요. 22대 국회에 온라인 플랫폼법이 수십 건 쌓였는데, 이번 정기국회 법안심사소위 안건에도 못 올랐다는 거예요. 결의문은 배달앱·숙박앱 옆에 이커머스도 "높은 수수료와 광고, 각종 프로모션"이 붙는 곳으로 적었습니다.
지난 #93에서 윤아 선배가 다룬 정산기한 35일이 '언제 받느냐'였다면, 이날 계단 앞 질문은 '얼마를 떼 가느냐'였어요.
같은 아침 도착한 2만 원짜리 영수증
숫자는 참여연대가 같은 날 아침 따로 낸 설문 자료에 있었어요. 배민·쿠팡이츠에서 광고와 프로모션을 쓰는 점주 336명에게 약 2주 동안 물은 결과예요.
참여연대가 배민 2만 원 주문을 뜯어 본 계산은 이렇습니다. 중개수수료 7.8% 1,560원, 배달비 3,400원, 결제수수료 3% 600원. 여기에 가장 많이 쓰는 '통합할인' 2,000원만 얹어도 7,560원, 38%가 나가죠.
할인을 겹치면 더 커지는데요. 타임할인에 메뉴할인까지 붙이면 11,560원, 58%까지 간다는 게 참여연대 시뮬레이션이에요. 이때 감자 씨 손에 남는 정산금은 8,440원입니다.
15% 상한, 같은 숫자에 다른 항목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배달 수수료 법안이 세 건 계류 중이에요. 두 건이 15%를 적었는데, 그 15%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이 다릅니다.
- 박정훈 의원(국민의힘) 안: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배달비 합계를 주문액의 15% 안으로
- 이강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안: 중개·결제수수료+광고비를 15% 안으로, 배달비는 따로 상·하한
-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안: 총액 상한 대신 영세·소규모 가게에 우대 수수료율
갈림길은 배달비예요. 박정훈 안대로면 2만 원 주문에 허용되는 총비용은 3,000원인데, 업계는 점주가 내는 배달비만 건당 3,000원 안팎이라고 말합니다.
쿠폰을 켠 이유 1위, 효과 아닌 옆 가게
그런데 감자 씨 영수증에서 가장 크게 출렁인 줄은 할인이었어요. 참여연대는 대부분의 프로모션은 점주가 전액 부담한다고 적었습니다.
보도로 정리된 법안 항목에는 중개·결제수수료, 광고비, 배달비가 나와요. 점주가 내는 할인 쿠폰을 그중 어느 줄로 셀지는 기사들에서 확인되지 않았고요. 참여연대가 상한제와 함께 "풍선효과"를 막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따로 적은 것도 이 대목입니다.
설문 답도 볼 만하죠. 프로모션을 쓰는 이유(중복 응답) 1위는 '다른 매장들이 다 사용해서 안 하면 불이익을 얻을까봐'로 244건. '실제로 효과가 좋다고 생각해서'는 12건이었어요. 효과를 믿고 켠 사람보다 옆집이 켜서 따라 켠 사람이 스무 배 넘게 많았던 거예요.
감자 씨 계산기에 처음 찍힌 숫자
가게로 돌아온 감자 씨는 배달앱 정산서와 광고 결제 내역을 나란히 폈어요. 수수료와 광고비, 내가 낸 쿠폰을 주문 한 건 위에 몰아서 더해 봤죠.
박경민 연세대 교수는 광고와 마케팅까지 합친 '통합 부담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법이 그걸 정하기 전에도, 내 가게 몫은 내 계산기로 먼저 나옵니다.
참여연대 계산대로 할인 세 개를 겹친 주문이라면, 감자 씨 계산기엔 '2만 원 중 손에 남는 돈 8,440원, 42%'가 찍혀요. 국회가 15% 안에 넣을 항목을 정하기 전에, 내 정산서 한 장으로 같은 덧셈을 먼저 해 보세요!
— 배달앱 장바구니에 쿠폰부터 담고 메뉴는 나중에 고르는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