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4천억을 토해내면 그 구멍은 어디서 메우겠어. 결국 우리 정산이겠지."
쿠팡 과징금 기사를 본 셀러라면 한 번쯤 이렇게 중얼거렸을 겁니다. 지난 #93 '안 지운 열쇠 하나가 4,235억이 됐습니다'에서 다뤘던 바로 그 과징금인데요. 이번엔 법원이 첫 판단을 내놨습니다.
쿠팡 과징금 4,236억, 법원이 가른 두 갈래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가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반만 받아 줬습니다. 약 3,750만 명 개인정보 유출로 매겨진 과징금 4,235억 7,500만 원은 효력이 그대로입니다. 소송이 끝나기 전이라도 돈은 내야 한다는 뜻이죠.
재판부 설명은 짧았습니다. "과징금 부과 처분으로 신청인이 입게 되는 손해는 금전보상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쿠팡이 이기면 돌려받으면 되니, 지금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은 멈췄습니다. 안전조치 강화, 비회원에게 유출 사실 알리기,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역할 보장 같은 숙제가 본안 1심 선고 뒤 30일까지 미뤄졌죠. 이쪽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습니다.
이 갈림이 처음도 아닙니다. 공정위가 매긴 1,600억 원대 과징금 때도 법원은 시정명령만 멈추고 과징금은 그대로 뒀거든요. 쿠팡은 그 돈을 나눠서 내 왔습니다.
2년 동안 여섯 번, 회당 약 706억 원
그럼 이 돈이 셀러 쪽까지 번질 만큼 무거울까요. 쿠팡은 심문에서 과징금을 내면 보유 현금이 거의 바닥나고, 그 피해가 고객과 소상공인에게까지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셀러 걱정을 쿠팡이 대신 해 준 셈인데, 법원은 그 말을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위가 내민 숫자는 이렇습니다. 쿠팡 국내 법인은 미국 모회사에 1조 5천억 원을 배당하고도 현금성 자산이 2조 6천억 원을 넘는다는 것. 그리고 과징금은 2년에 걸쳐 6번 나눠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똑같이 나누면 한 번에 약 706억 원입니다. 2조 6천억 원 금고에서 2.7%쯤 꺼내는 크기죠. 만 원 든 지갑이면 270원,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에도 모자랍니다.
심문 자리에서 재판부도 "국내 쿠팡주식회사는 영업이익 증가추세가 명확해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미국 본사 공시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요. 3분기에만 자사주를 2억 1백만 달러어치 사들였고, 1~3분기를 합치면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한국 행정 과징금 몫 4억 1천만 달러는 이미 비용으로 잡아 둔 상태였고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두 가지
여기까지가 확인된 쪽입니다. 이제 확인 안 된 쪽을 따로 놓아 보겠습니다.
첫째는 정산 일정입니다. 결정문에도, 쿠팡 입장에도 판매자 정산 얘기는 없습니다. 쿠팡이 낸 말은 "법원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할 계획"이 전부였죠. 주정산·월정산 날짜는 판매 약관에 적힌 대로 돌고, 이번 결정 뒤 이를 바꾼다는 공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는 외상값입니다. 본사 3분기 공시에서 아직 치르지 않은 매입채무는 작년 말 62억 9,800만 달러에서 75억 3,200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물건을 더 사서 늘었는지, 지급을 늦춰서 늘었는지는 공시엔 안 적혀 있더라고요. 매출이 크는 회사에선 원래 같이 크는 숫자라, 이것만으로 대금이 밀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셀러 통장에 찍히는 숫자 중 이번 결정으로 바뀐 건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정산일 걱정은 일단 내려놓아도 되는 셈이죠.
판촉 제안서의 '판매자 부담' 한 줄
그래도 현금이 빠져나가는 회사가 비용을 아끼려 들 자리는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셀러가 먼저 체감할 곳은 정산일이 아니라 판촉 제안서입니다. 정산일은 약관에 박혀 있지만, 할인 쿠폰값을 누가 얼마 내느냐는 행사마다 새로 정해지거든요.
직매입으로 납품하는 쪽은 기준이 법에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는 납품업자가 절반을 넘게 낼 수 없고, 분담 비율은 행사 전에 서면으로 받게 돼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 셀러라면 행사 안내문에 할인 재원을 누가 대는지부터 보면 됩니다. 와우 멤버스데이 펀딩 쿠폰처럼 '판매자 부담금 없이'라고 적힌 행사도 있으니까요.
이번 주에 지켜볼 건 딱 하나입니다. 11월 대목 판촉 제안에서 판매자 부담이 지난 행사보다 올라갔는지. 그 숫자가 그대로라면 4,236억은 끝까지 쿠팡 금고 안의 일입니다.
지난 행사 안내문과 이번 제안서를 나란히 놓고 한 줄만 비교한 뒤, 대목 판촉은 평소처럼 받아 보세요!
— 김윤아 · 남의 금고 걱정보다 내 정산일 확인이 빠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