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허브가 올해 납품 유통사 두 곳과 거래를 끊었습니다. 새로 요구한 계약서와 인보이스(거래 명세서)를 내지 못했거든요.
지난해 매출이 28억 달러(약 3조 7천억 원)를 넘고, 그중 67%가 비타민·미네랄·영양제에서 나오는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서류 한 묶음으로 납품처를 정리한 거죠.
한국 건기식 쪽에선 먼 얘기로 들릴 수 있어요. 아이허브에 납품하는 한국 브랜드 비중은 공개된 숫자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아이허브 제품 목록엔 정관장 홍삼이 올라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미국은 건기식 등 조제식품의 네 번째 수출 시장으로, 8,165만 달러어치가 나갔어요.
그중 대행사나 유통사를 거쳐 나가는 브랜드에겐 이번 요구가 기회에 가깝습니다. 서류를 써 주는 쪽이 브랜드니까요.
가짜를 걱정하는 손님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아이허브와 유고브가 미국 성인 2,796명을 조사했더니, 온라인 영양제 손님의 54%가 가짜 상품이 시장에 넘치는 걸 걱정했습니다.
근거 없는 불안도 아닙니다. 영양제 앱 서프코가 지난해 아마존 베스트셀러 44개를 시험했더니 22개가 불합격이었고, 그중 20개는 표시한 주성분이 0~3%뿐이었어요.
서프코 과학 총괄 조던 글렌은 "사실상 쌀가루를 채운 캡슐"이라고 불렀습니다. 몸을 해치기보다 돈이 아까운 쪽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죠.
아마존은 이 가운데 9개를 내렸고, 위험도가 높은 카테고리는 외부 시험 결과를 직접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는 걸러 들을 만합니다. 이 설문을 낸 아이허브는 제3자 셀러 없이 직접 사서 파는 몰이고, 올여름엔 상장을 추진한다는 블룸버그 보도도 나왔어요. 출제자가 자기 과목 점수를 발표한 셈입니다.
54%는 걱정의 크기입니다. 서류를 갖춘 브랜드가 얼마나 더 팔았는지는 아직 나온 숫자가 없어요.
유통사 말 대신 종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허브는 창업 때부터 브랜드와 공인 유통사에게서만 물건을 사 왔다고 말합니다. 쿠팡 로켓배송 납품처럼, 사들인 물건을 자기 창고에서 직접 보내는 구조예요.
달라진 건 확인 방법입니다. 올해 들어 유통사가 브랜드에서 직접 샀다는 계약서와 인보이스를 내도록 공식 규정을 만들었죠.
혜영 문(Hyeyoung Moon) 최고매출책임자는 모던 리테일 인터뷰에서 "공인 유통사라고 그냥 믿는 대신, 이제 실제 증거를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켓플레이스가 늘면서 아무나 아무거나 팔 수 있게 됐다"는 말도 했는데요. 아이허브에 오기 전 LG생활건강 미주 대표를 지냈고, 그 전엔 아마존 비즈니스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이었으니 마켓플레이스를 안쪽에서 본 사람의 말입니다.
서류를 못 낸 유통사는 두 곳뿐이었습니다. 전체 유통사 수를 밝히지 않아 비율은 알 수 없지만, 저는 이 "두 곳뿐"이 가장 반가웠어요.
새 인증을 따 오라는 요구였다면 이렇게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정상적으로 거래했다면 서랍에 있을 종이를 보여 달라는 요구였으니까요.
이 서류는 브랜드만 써 줄 수 있습니다
해외 판로를 대행사에 맡겨 본 브랜드라면 "아이허브도 넣어 드릴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들어 봤을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대행사가 아이허브까지 가려면 브랜드와 맺은 계약서와 브랜드가 끊은 인보이스가 필요합니다. 브랜드 모르게 여기저기서 사 모은 물건은 이 규정을 넘기 어렵고요.
그래서 내 제품을 누가 아이허브에 넣을지는 이제 브랜드가 서류로 정할 수 있어요.
브랜드 계약 없이 물건을 떼어다 파는 셀러에게 열린 길은 애초에 없습니다. 아이허브는 제3자 판매자를 받지 않거든요.
브랜드 쪽에도 숙제는 있습니다. 아이허브 납품 약관을 보면, 영양제는 출고 전에 CoA(제품 시험성적서)를 아이허브가 서면으로 승인해야 하고 승인 없이 보낸 물건은 거절할 수 있어요.
CoA에는 제품명, 로트 번호, 유효기간, 시험일, 아이허브가 지정한 시험을 거쳤다는 결과, 규격·기준·표시에 맞는다는 확인, 물리·화학적 특성까지 일곱 항목이 들어갑니다. 미국 cGMP(건강식품 제조 품질 기준)를 포함한 현지 법을 지킨다는 보증도 납품 조건이고요.
남은 일을 순서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대행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브랜드라면 계약서와 인보이스는 오늘 찾을 수 있어요.
CoA는 약관에 시험 목록이 없습니다. 어떤 시험인지, CoA 대신 면제 확인서를 내도 되는 제품인지부터 대행사나 아이허브에 물어야 해요. 그 답을 들고 제조사에 요청하는 순서죠. cGMP는 공장 사정이라 여기서 가장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 업체라고 막아 둔 구조도 아닙니다. 공급사 등록 서류 목록엔 미국 업체용 W-9 옆에 해외 업체용 세금 서식 W-8BEN-E가 나란히 적혀 있어요.
아이허브 입점 자료의 첫 장을 바꿀 때입니다
미국 손님의 의심은 효능 설명으로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글렌도 효능을 믿어도 되는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크다고 봤어요.
그러니 K-건기식의 해외 입점 자료는 맨 앞에 로트 번호가 적힌 시험성적서를 놓는 게 맞습니다. 서류만으로 매출이 따라오진 않아도, 아이허브는 서면 승인 없이 보낸 물건을 거절할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 장은 경로에 따라 갈립니다. 대행사나 유통사를 거치는 브랜드라면 그쪽이 아이허브에 낼 계약서와 인보이스를 함께 맞춰 두면 돼요.
아이허브에 직접 넣는 브랜드에게 이번 증빙 요구는 유통사 쪽 얘기입니다. 대신 공급사 등록 서류와 cGMP 보증을 먼저 챙겨야 하죠.
어느 쪽이든 맨 앞 장에 올릴 시험성적서는 오늘 바로 제조사에 요청해 보세요!
— 영양제 병을 돌려 보다 효능 문구보다 로트 번호를 먼저 찾은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