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속눈썹 뽑던 학생이 만든 세럼, 라이브로 연 100억 팔아요

한이룸 · 2026.08.07 · 읽는 시간 4

쇼핑라이브 버튼을 눌러요. 시청자 세 명. 그중 하나는 우리 엄마예요.

대행 쇼호스트를 부르자니 하루 대여료가 무섭고, 내가 직접 나서자니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들 라이브가 답이라는데, 왜 나만 이렇게 조용한가 싶으시죠.

영국에서 속눈썹 세럼을 파는 스물일곱 살 다이지 켈리도, 처음엔 팔로워가 딱 열 명이었어요.
지금은 라이브 한 번에 1억7천만원어치를 팔아요. 그것도 쇼호스트 없이, 본인이 직접이요.

학자금 90만원이 전부였어요

다이지는 원래 연기를 전공하던 대학생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불안하면 자기 속눈썹을 뽑는 강박이 있었대요. 코로나로 학교가 멈추고 속눈썹 연장 시술도 못 받게 되자, 다 뽑혀서 휑해진 눈을 견디기가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세럼을 찾아봤는데, 시장이 좀 이상했어요.
효과 있다는 세럼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었어요. 원래 녹내장 치료제예요. 다이지는 녹내장을 앓던 할아버지를 보며 그 부작용을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반대로 호르몬 없는 안전한 제품은 10만원을 훌쩍 넘었고요.

"싸면서, 안 망가뜨리고, 효과는 있는 걸 만들 틈이 보였어요." 다이지의 말이에요.
손에 쥔 건 남은 학자금 £500, 우리 돈으로 90만원 남짓이 전부였어요. 첫 제조 주문을 넣으려고 엄마한테 돈까지 빌렸고요.

새벽 1시, 엄마네 부엌 식탁

첫 주문 수량은 500개였어요.
신인 브랜드한테는 거의 없는 무모한 숫자였죠. 공급사들은 어린 여학생이 뭘 하겠냐며 잘 안 믿어줬고요.

팔로워는 열 명. 다이지는 밤마다 엄마네 부엌 식탁에서 새벽 1시까지 주문 상자를 쌌어요.
"처음엔 팔로워가 열 명이었고, 그냥 부엌에서 주문 싸는 장면을 올렸을 뿐이에요." 본인의 회상이에요.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폐업 예고편 같죠.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어요.

카메라를 켜고 자기 눈을 들이밀었어요

다이지는 그 포장하는 장면을 그냥 틱톡에 계속 올렸어요.
그러다 어느 날은 얼굴을 정면으로 내밀고 이렇게 말했어요. "안녕, 나 다이지야. Glow For It 만든 사람." 그리고 자기 속눈썹을 보여줬어요. 다 뽑혀 휑했다가 다시 자란, 진짜 자기 눈을요.

이 영상이 1,200만 조회를 찍었어요.
"바이럴은 전혀 계획한 게 아니었어요." 본인도 얼떨떨했대요.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운 좋게 떴네"로 끝나요. 근데 왜 하필 이 영상이 먹혔는지가 진짜 핵심이에요.
광고 모델이 파는 게 아니었거든요. 그 문제를 진짜로 앓던 사람이, 자기가 나은 눈을 증거로 들이민 거예요.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후기이자 광고이자 창업 스토리였던 거죠.

"내가 브랜드의 얼굴이니까, 버는 족족 다시 제품에 넣어요." 다이지는 이렇게도 말했어요. 얼굴을 걸었으니 대충 만들 수가 없었던 거예요.

라이브가 살롱 문 닫힌 자리를 메웠어요

바이럴 덕에 다이지는 틱톡샵 영국 1호 셀러 그룹에 들어가요.
그리고 라이브를 켜기 시작했어요. 하루 여섯 시간씩, 매일이요.

라이브에서 다이지가 하는 건 화려한 쇼가 아니에요.
제품을 직접 눈에 바르고, 들어오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요. "렌즈 껴도 돼요?" "속쌍꺼풀인데 발라도 괜찮아요?" 실시간으로요.

"라이브 쇼핑은 우리가 다들 목말라하던 연결과 상호작용을 줘요. 가게에 손님 500명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에요." 다이지의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코로나로 뷰티살롱이 다 문을 닫았잖아요. 상담해주던 사람이 사라진 그 자리를, 대표가 직접 나온 라이브가 메운 거예요.

결과요? 12시간 라이브 한 번에 £100,000, 우리 돈 1억7천만원어치를 팔았어요.
"이게 제 사업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놨어요." 다이지의 표현이에요.

지금 Glow For It은 연매출이 100억을 넘겨요. 그중 40%가 넘는 매출이 틱톡샵에서 나오고요. 세럼 한 병은 £29.99, 5만원 남짓이에요. 틱톡샵에서만 20만 개 넘게 팔려서, 영국 틱톡샵 속눈썹 세럼 1위예요.
스물일곱에 포브스 30세 이하 리스트에도 올랐고, 지금은 눈썹·헤어 세럼에 마스카라까지 라인을 넓혔어요. 부츠, 뷰티베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들어갔고요.

라이브만 켜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여기가 제일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에요.
"그럼 나도 쿠팡라이브 하루 여섯 시간 켜면 되겠네"는 위험한 결론이에요. 대행 쇼호스트 불러서 카메라만 오래 켠다고 다이지처럼 되진 않아요.

다이지의 라이브가 판 건 세럼이 아니라 신뢰였어요. 그 신뢰가 어디서 왔는지 뜯어보면 세 가지예요.
하나, 대표가 곧 증거였어요. 자기가 진짜 겪은 문제를 자기 눈으로 증명하니까 말에 힘이 실렸죠.
둘, 파는 물건이 남들과 달랐어요. "호르몬 없이, 5만원대"라는 한 줄이 또렷했어요. 이게 흐릿하면 라이브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안 남아요.
셋, 실시간으로 직접 답했어요. 대본 읽는 쇼호스트가 아니라 만든 사람이 "그 질문 저도 많이 받아요" 하고 받아치니까 사람들이 지갑을 연 거예요.

우리가 훔칠 건 딱 하나예요

내 스마트스토어, 내 쿠팡으로 옮겨오면 이래요.
비싼 스튜디오도, 유명 쇼호스트도 필요 없어요. 필요한 건 "내가 이걸 왜 만들었는지", 그리고 "남들 것과 뭐가 다른지", 이 두 줄을 내 입으로 말할 수 있느냐예요.

그 두 줄이 있으면 카메라 앞이 덜 무서워져요.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제일 잘 아는 얘기를 하는 거니까요.
오늘 조명부터 살 필요 없어요. 내 제품을 30초 안에 "이건 이래서 다르다"고 소리 내어 설명해보세요. 그 한 줄이 매끄럽게 나오는 순간, 라이브는 그다음 문제예요!

박민지 기자

← 이룸회보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