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호스팅 회사 버셀(Vercel)이 무료 채점 도구를 공개했습니다. 주소창에 도메인을 넣으면 "AI 에이전트가 이 사이트를 얼마나 잘 읽고 쓸 수 있는지"를 100점 만점으로 매겨줍니다.
궁금해서 쿠팡 주소를 넣어봤어요.
3점이 나왔습니다.
필수 항목 여섯 개가 전부 실패였고, 사유 칸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주요 AI 크롤러 중 어느 것도 홈페이지에 닿지 못함 — ChatGPT-User 차단, ClaudeBot 차단, Google-Extended 차단, DeepSeekBot 차단."
채점표가 통째로 공개됐어요
이 도구에서 진짜 볼 건 점수가 아니라 배점입니다.
항목이 118개인데요, 네 덩어리로 나뉩니다. 에이전트가 사이트를 찾아내는가 20점, 막히지 않고 들어오는가 30점, 들어와서 내용을 이해하는가 40점, 그리고 결제까지 되는가 10점.
디자인 점수도 없고 리뷰 개수 칸도 없습니다. 채점 기준을 만든 에이전트 연구사 오라(Ora)는 이 항목들을 "누가 의견으로 쓴 게 아니라 실제 에이전트가 돌아다닌 기록에서 역산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니까 심사 기준이 먼저 공개된 셈입니다. 시험 범위를 미리 알려주는 시험은 흔치 않죠.
결제 칸이 왜 벌써 들어가 있을까요
순서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보통은 쇼핑몰이 먼저 준비하고 결제가 따라붙는데, 이번엔 반대로 갔어요.
해외 온라인 결제사 스트라이프(Stripe)가 AI 모델 중개 회사 오픈라우터(OpenRouter) 인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모델 400개, 공급사 80곳을 이어주던 곳이고요. 금액은 비공개였지만 블룸버그가 70억 달러 넘는 규모라고 보도했습니다.
패트릭 콜리슨 대표의 표현이 명확합니다. "토큰은 AI로 무언가 만드는 회사들의 기본 화폐다."
에이전트가 모델을 고르고, 쓰고, 값을 치르는 구간을 결제사가 통째로 들고 간 겁니다. 거기다 스트라이프는 에이전트가 대신 결제하도록 하는 상품군을 이미 팔고 있고, 코치·케이트 스페이드·엣시 같은 곳이 붙었어요.
결제가 먼저 깔리면 그 위에 태울 판매자를 고르는 단계가 옵니다. 이번 채점표는 그 심사 기준의 초안입니다.
스마트스토어 robots.txt를 직접 열어봤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물건을 실제로 올리는 곳은 어떤지 확인해봤어요.
robots.txt는 "어떤 로봇이 우리 사이트를 읽어도 되는지" 적어두는 공개 파일입니다. 스마트스토어 주소로 열어보니 목록이 이랬습니다.
GPTBot 차단, OAI-SearchBot 차단, PerplexityBot 차단, ClaudeBot 차단, Claude-SearchBot 차단, Google-Extended 차단, Applebot-Extended 차단, meta-externalagent 차단, CCBot 차단.
브랜드스토어 주소도 같은 파일에 같은 목록이었어요. 쿠팡은 한 단계 더 갑니다. robots.txt라는 파일 자체가 접근 거부로 막혀 있습니다.
파는 사람 잘못은 전혀 아닙니다. 플랫폼이 자기 상품 데이터를 지키는 선택이고, 그럴 이유도 충분하죠.
다만 결과는 분명합니다. 누군가 챗GPT에 "러닝 양말 사야 되는데 어디서 뭘 사면 돼?"라고 물을 때, 국내 최대 상품 데이터베이스 두 곳은 후보를 만드는 재료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해외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라가 사이트 4만3,977곳을 훑어보니 ChatGPT-User는 81%, ClaudeBot은 82%, Google-Extended는 87%에 닿았어요. 대부분은 막지 않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점수는 다들 낮습니다. 중앙값이 42점, 73%가 D 아니면 F였고요. 세계 1위 쇼핑몰인 아마존닷컴도 28점입니다.
네이버 첫 화면은 45점이었는데, 감점 사유가 재밌어요. "본문 텍스트가 112자뿐, 자바스크립트로 그려져 크롤러 눈에 안 보임." 사람 눈엔 꽉 찬 화면이 기계 눈엔 백지였던 겁니다.
오라의 요약 한 줄이 상황을 정확히 짚습니다. "에이전트는 읽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합니다."
즉 지금은 만점 경쟁이 아니라 참가자 경쟁 구간이에요. 차단하지 않은 브랜드 사이트 하나면 후보 목록에 남습니다.
30초면 확인됩니다
is-agentic.com에 자사몰 주소를 넣으면 끝입니다. 가입도 요금제도 없어요. 터미널이 익숙하면 npx is-agentic 내도메인.com 한 줄로도 나옵니다.
리포트에서 제일 먼저 볼 칸은 크롤러 차단 여부입니다. 카페24·아임웹처럼 robots.txt를 직접 손볼 수 있는 자사몰이라면 GPTBot·ClaudeBot·PerplexityBot을 허용으로 바꾸는 게 첫 수정이고요. 참고로 아임웹은 기본값이 전면 허용이었습니다.
그다음이 "자바스크립트 없이도 상품 정보가 보이는가"입니다. 상세 설명이 스크립트로만 그려지면 네이버 첫 화면과 같은 신세가 돼요.
버셀은 자기 도메인을 넣어 85점을 받은 걸 자랑했는데, 그게 1만6,000개 도메인 중 상위 1%랍니다. 상위 1% 문턱이 85점인 시장, 자주 오지 않습니다.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은 그대로 쓰시면서, 브랜드 도메인 하나만 채점표에 올려두면 됩니다. 채점료가 0원인 지금이 제일 싼 구간이에요. 오늘 30초만 써서 점수 한번 확인해보세요!
— 미나킴, 거리를 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