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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풀린 판매자 AI, 준비물은 14칸

한이룸 · 2026.09.12 · 읽는 시간 5

앤스로픽이 AI 쇼핑 에이전트와 판매자 에이전트를 함께 만드는 설계도를 통째로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Claude Commerce Agents(클로드 커머스 에이전트), 아파치 2.0 라이선스라 누구나 내려받아 고쳐 쓸 수 있어요.

헤드라인은 대부분 "AI가 대신 쇼핑해준다"로 뽑혔는데요. 저장소를 받아서 열어보니 최상위 폴더가 두 개였습니다.

하나는 손님이 쓰는 쇼핑 에이전트입니다. 상품 페이지에 대화형 도우미를 얹는 방식은 리바이스의 AI 스타일리스트 사례에서 한 번 다뤘죠.

다른 하나가 이번 공개의 진짜 무게였어요. 가게 안쪽에서 판매자가 쓰는 판매자 에이전트입니다.

판매자 에이전트는 가게 안쪽에서 일합니다

이 에이전트가 맡는 일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매출 설명, 상품 정보 손질, 재고 처리, 가격과 프로모션, 캠페인 초안.

"이번 주 매출 왜 빠졌어?"라고 물으면 비교 기간부터 맞추고, 어느 카테고리가 하락분의 몇 %를 차지하는지까지 답하도록 규칙이 박혀 있어요.

규칙 문서에 재밌는 조항이 두 개 박혀 있습니다. 운영자가 말한 적 없는 목표치는 만들어 쓰지 말 것. 그리고 데이터에 없는 지표는 "없음"이라고 답하고, 그래서 어떤 질문이 안 풀린 채 남는지 밝힐 것.

없으면 없다고 합니다. 사람 담당자보다 나은 구석이 있네요.

가격이나 재고를 실제로 바꾸는 동작은 전부 두 단계로 쪼개져 있습니다. 모델은 제안만 올리고, 사람이 승인해야 반영됩니다. 승인 표시는 관리자 화면 코드만 찍을 수 있어서 채팅창에 "승인"이라고 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상한값도 기본으로 들어 있습니다. 한 번에 손대는 상품 25개, 가격 변동 20%, 할인율 50%, 재입고 500개. 예시용 숫자니 각자 고쳐 쓰라고 적혀 있고요.

AI가 폭주할 걱정보다 기본값이 너무 소심할 걱정을 하게 되는 구성이죠.

코드가 요구한 준비물은 상품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이걸 붙이려면 뭐가 필요하냐. 코드가 요구하는 상품 데이터 규격을 세어봤습니다. 칸이 열네 개였어요.

상품ID, 상품명, 판매상태(판매중·중지·임시저장·품절), 가격, 통화, 재고 수량, 카테고리, 콘텐츠 품질, 속성, 이미지 주소, 짧은 설명, 옵션, 옵션값, 상위 상품ID.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화면으로 옮겨 보면 이런 질문입니다. 옵션별 재고와 가격이 따로 잡혀 있는지, 소재·사이즈·용량 같은 정보가 설명 글 안에 묻혀 있지 않고 칸으로 들어가 있는지.

챗GPT 쪽 상품 카탈로그 규격을 살펴봤을 때도 결국 같은 칸들이 나왔죠.

상세 규격에는 칸이 더 붙는데, 그중 하나가 눈에 걸렸어요. missing_attributes, 그러니까 '빠진 속성'을 담는 칸입니다.

설계도가 처음부터 "네 상품 데이터엔 구멍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만들어졌다는 뜻이에요.

빈칸을 만나면 이 AI는 그냥 비워둡니다

상품 정보를 고치는 흐름에 이런 규칙이 있습니다. 그 품목이라면 대개 맞을 법한 값, 옆 칸과 아귀가 맞는 값을 채워 넣는 건 지어내기로 친다. 그러면 칸을 비워두거나 운영자에게 한 줄로 물어라.

그러니까 재고와 옵션이 정리된 상품은 이 AI가 제목과 설명을 통째로 다시 써서 승인만 누르면 되는 상태로 올려줍니다. 정리가 안 된 상품은 질문 목록을 받게 되고요.

같은 코드, 같은 API 키인데 결과가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앤스로픽은 쇼핑 에이전트를 붙인 소매사에서 장바구니가 최대 35% 커지고, 구매를 끝까지 마칠 확률이 60%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자사 파트너 대상 자체 집계고 '최대'가 붙은 수치예요. 잘 나온 쪽만 모아둔 숫자라는 뜻입니다.

숫자보다 확실한 건 설계도가 공짜로 알려준 점검표 쪽이에요. 상품 데이터를 훑을 땐 딱 네 가지만 보라고 합니다. 빠진 속성, 검색에 걸리기엔 너무 얇은 설명, 기록과 어긋나는 카테고리, 보통 있어야 하는데 없는 이미지.

공짜지만 아직 제품은 아닙니다

이건 참고용 구현이에요. 돌리려면 파이썬 3.11 이상과 Node 22, 앤스로픽 API 키가 필요합니다.

함께 들어 있는 데모 네 종(리테일·여행·통신·공연)은 전부 가상의 회사고요.

무엇보다 내 쇼핑몰의 주문·재고·가격 시스템을 코드가 정한 형식에 연결하는 작업이 남습니다. 저장소에도 "유지보수하지 않으며 기여도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어요. 설계도까지만 내놓겠다는 자백이죠.

거기다 국내 셀러 기준으로는 카페24나 스마트스토어에 바로 꽂는 커넥터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시작 문턱은 낮게 잡아뒀어요. 읽기 기능 여덟 개만 붙이고 쓰기는 전부 거부하게 두면 매출 브리핑과 재고 알림부터 돌아갑니다. 클로드 코드용 플러그인이 그 뼈대를 대신 만들어주고요.

파트너 명단에는 쇼피파이·프라이스라인·마스터카드·비자·인튜이트·스퀘어가 올라 있습니다. 쇼피파이 부사장 버네사 리는 "판매자들이 손님이 쇼핑하는 모든 곳에 있길 바라는데, 그게 점점 에이전트와의 대화가 되고 있다"고 했죠. 국내 솔루션이 이걸 가져다 쓸지는 카페24·스마트스토어가 판매자용 쓰기 API를 어디까지 여느냐를 보면 됩니다.

밖에서 오는 손님은 아직 문 앞에 있어요

AI가 손님을 데려오는 게 먼저일까요, 내가 AI를 한 명 쓰는 게 먼저일까요.

국내 사정을 보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의 robots.txt는 GPTBot·ClaudeBot을 포함한 AI 크롤러를 전면 차단하고 있고, 쿠팡은 그 파일 자체가 403으로 막혀 있어요.

밖에서 들어오려는 쇼핑 에이전트는 아직 그 앞에서 돌아섭니다. 그건 플랫폼이 정할 일이라 개별 셀러가 앞당기기는 어렵죠.

반면 판매자 에이전트는 내 계정 안에서 내 데이터를 읽는 도구입니다. 크롤러 차단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지금 손댈 수 있는 쪽이 이쪽이라는 뜻입니다.

설계도가 알려준 네 가지

무료로 풀린 건 코드지만, 당장 쓸모 있는 건 그 코드가 요구하는 준비물 목록입니다.

옵션별 재고와 가격이 한 시트에 모여 있는지. 소재·사이즈·용량 같은 정보가 칸으로 잡혀 있는지. 설명이 손님이 실제로 칠 단어를 담고 있는지. 이미지가 비어 있는 상품은 없는지.

이 네 가지는 에이전트가 오든 안 오든 지금 광고비와 품절 손실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나중에 국내 플랫폼이 같은 기능을 열 때, 추가 개발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요.

시트 한 장 정리하는 일이 이렇게 오래 유효한 경우도 드뭅니다. 이번 분기에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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