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제일 크게 화내는 지점은 규칙이 빡빡해져서가 아니에요. 알려주지 않아서죠."
리뷰 플랫폼 트러스트파일럿의 시니어 디렉터 테일러 커닝햄이 미국 쇼핑객의 반품 리뷰를 읽고 한 말입니다. 한 해 치 리뷰 450만 건에서 반품이 언급된 것만 추려 본 결과예요.
반품 얘기가 섞인 리뷰는 별점이 1.6점 넘게 떨어졌습니다. 배송 지연도 품절도 이만큼은 못 깎았고요.
미국 반품 수수료를 물리는 소매업체는 68%까지 올라왔습니다. 5년 전엔 43%였죠. 반품 처리 솔루션 루프 리턴즈가 가맹점 거래를 추적해 낸 숫자인데, '무료 반품 시대가 끝난다'는 기사들이 이 68%를 헤드라인에 걸었습니다.
68%는 손님 쪽에서 본 숫자예요. 셀러 쪽에서 본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45달러라고요? 저는 한 푼도 안 냈는데요」
베스트바이부터 보죠. 개봉한 휴대폰이나 셀룰러 태블릿을 돌려보내면 45달러를 뗍니다. 이름표는 재입고 수수료로 붙어 있어요. 상자를 뜯은 값입니다.
드론이나 카메라, 프로젝터는 구매가의 15%고요. 포장을 안 뜯었으면 0원입니다.
반품을 받아주는 기간도 손님마다 갈리죠. 일반 손님은 15일인데, 유료 멤버십인 플러스·토탈 회원은 60일입니다. 같은 물건인데 네 배 깁니다.
메이시스는 더 알기 쉬워요. 우편으로 보내면 9.99달러를 환불액에서 빼는데, 스타 리워즈에 가입하면 0원입니다. 가입비는 없고요. 매장에 들고 가도 0원이에요.
그러니까 무료 반품은 지금도 있습니다. 조건을 하나 채운 손님에게만 열릴 뿐이죠.
「환불은 9달러 떼고, 교환은 11달러 얹어줘요」
제일 재미있는 숫자는 여기서 나옵니다.
루프 리턴즈는 쇼피파이 가맹점 4,000곳 이상의 반품 2,340만 건을 처리하면서 데이터를 모았어요. 그걸 1년치로 묶은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수수료를 받는 가맹점은 65.2%, 평균 금액은 9.04달러. 여기까지는 뉴스와 같습니다.
그런데 이 수수료에는 붙는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었어요. 환불입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73.6%가 교환을 열어뒀고, 49.2%는 '숍 나우'를 켰습니다. 반품 신청 화면에서 곧바로 다른 상품을 고르게 하는 방식이에요.
숍 나우를 켠 가맹점의 51.7%는 거기에 보너스 크레딧까지 얹었습니다. 평균 11.28달러요.
환불을 고르면 9달러를 떼고, 교환을 고르면 11달러를 얹어주는 구조죠. 손님이 느끼는 낙차는 2달러가 아니라 20달러입니다.
기간도 갈렸어요. 환불 신청은 평균 39일까지 받아주는데, 교환은 41일입니다. 교환이 이틀 더 길죠.
원래 교환은 더 짧고 더 귀찮은 쪽이었는데, 순서를 뒤집어 놓은 겁니다.
설정을 제대로 잡은 브랜드는 교환 전환율이 평균 30.53%까지 올라갔죠. 반품 열 건 중 세 건이 현금 대신 다른 상품으로 나간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반품이 많을수록 돈을 버는 쇼핑몰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구조가 이제는 관리자 설정 화면에 들어와 있어요.
「미국 반품 수수료요? 한국에선 원래 받았잖아요」
여기가 한국 셀러에게 유리한 대목입니다.
국내 전자상거래법은 단순 변심으로 돌려보낼 때 반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걸 원칙으로 둡니다. 하자나 오배송이면 판매자 부담이죠.
그래서 국내에서 팔아온 분들은 반품 사유를 나누고 왕복 배송비를 계산하는 일이 이미 손에 붙어 있어요. 교환과 환불을 다르게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미국 채널을 열 때만 그 감각을 내려놨습니다. "무료 반품 안 걸면 안 팔린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요. 한 건에 몇만 원씩 나가는 국제 반품 배송비를 통째로 떠안고 시작한 경우가 많았죠.
반품 한 건 처리하는 데 상품 가격의 27%가 든다는 게 반품관리 업체 옵토로의 추산입니다. 미국 대형 소매점들이 지금 조건을 거는 이유가 그거고요.
조건을 걸어도 손님이 떠나지 않는다는 걸, 베스트바이와 메이시스가 대신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뭘 고치면 되나요」
쇼피파이는 관리자 안에 칸이 이미 다 있어요.
반품 기간은 14일·30일·90일·무제한·직접 입력 중에서 고르고, 반품 배송비는 무료·정액·손님이 직접 라벨 구매 중에서 고릅니다. 재입고 수수료는 퍼센트로 걸고요.
특정 컬렉션을 통째로 파이널 세일로 빼둘 수도 있습니다. 새로 깔 앱은 없어요. 한 번도 안 열어본 설정 화면이 있을 뿐입니다.
아마존 FBA는 반품 조건을 셀러가 손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설계는 자사몰에서 먼저 해보는 게 순서고요.
미국 가게들이 지금 손보는 자리는 환불과 교환 사이입니다. 무료는 그중 교환 쪽에만 붙어요. 조건 자체를 못 견디는 손님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커닝햄 말대로 늦게 아는 게 문제니까, 그 조건은 상세페이지 안에 미리 적어두면 됩니다.
한국에서 이미 하던 계산을 영어로 옮기는 일이라 새로 배울 건 거의 없어요. 시작점이 남들보다 앞에 있는 쪽이죠. 4분기 반품 정책을 손볼 참이라면, 교환 기간을 환불보다 이틀만 길게 잡는 것부터 가볍게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