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통에 담아서 단백질이라고 팔아도 돼요. 그게 합법이고, 그게 현실이에요."
영양제 브랜드 IM8을 만든 사람이 자기 업계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대니 영. 홍콩에서 검사 회사를 키웠다가 시가총액의 95%가 날아가는 걸 눈앞에서 본 사람이에요. 지금 그 브랜드는 1년 반 만에 연 매출 2억 달러 궤도에 올랐고요. 우리 돈으로 2,800억 원쯤이에요.
근데 며칠 파보면서 제일 놀란 건 그 숫자가 아니었어요. 다시 시작할 때 이 사람이 맨 먼저 한 일이, 새 아이템 찾기가 아니었거든요.
하루 4만 건 찍던 검사소가 어느 날 멈췄어요
대니 영은 2014년에 프리네틱스라는 유전자 검사 회사를 차렸어요. 한참 조용하다가 2020년에 판이 뒤집혔죠. 홍콩 정부 코로나 검사를 맡았거든요.
하루 4만 건. 3년 동안 2,800만 건. 매출은 7억 달러를 넘겼어요. 홍콩국제공항에 검사 실험실을 차렸고, 영국에도 다섯 곳을 열었어요.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검사도 여기서 했던 거예요.
2022년엔 나스닥에 상장했어요.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붙었죠.
그리고 세상이 마스크를 벗었어요.
검사 수요가 사라지자 시가총액은 5천만 달러까지 내려앉았어요. 10억에서 5천만이면 9억 5천만 달러가 증발한 거예요. 2023년 가을엔 주가가 상장 유지 기준에 걸려서 15주를 1주로 합치는 조치까지 했고요.
제일 아픈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검사 물량을 맞추려고 2,000명 넘게 뽑았던 회사가 100명 아래로 줄었어요. 본인이 팟캐스트에서 직접 밝힌 숫자예요.
같은 구간에서 경쟁사들은 아예 사라졌어요. 기업가치 30억 달러까지 갔던 곳도 문을 닫았고요. 다들 검사 공장을 너무 크게 지어둔 상태였거든요.
런던 식탁 위에 알약통이 열두 개 있었어요
2023년 말, 런던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는 데이비드 베컴을 만나요. 그냥 소개로 잡힌 밥 한 끼였거든요.
이동이 많은 사람이라 매일 챙겨 먹는 보충제가 12가지가 넘었어요. 통을 줄줄이 들고 다니는 거죠. 영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생각했대요. "이거,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있을 텐데."
여기까지는 흔한 시작이에요. 문제를 봤고, 아이디어가 떠올랐고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에요. 이사회는 전원 반대했어요. 검사 회사가 무슨 영양제냐는 거죠. 영은 사임을 걸고 밀어붙였어요. 내가 틀리면 나가겠다고요.
한 번 크게 망해본 사람이 그렇게까지 확신하려면, 손에 쥔 게 있어야 해요.
다시 시작할 때 그는 남은 것부터 셌어요
영양제 업계를 두고 그가 또 이렇게 짚어요. "로고부터 만들고 배합은 나중에 채우죠. 순서가 틀렸어요."
증명이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회사가 무너지고도 대니 영에게 남아 있던 게 정확히 그거였어요. 결과를 증명하는 방법이요.
2,800만 건을 검사하는 3년 동안 몸에 밴 건 장비가 아니라 습관이거든요. 검체를 어디서 받고, 바깥 기관에 어떻게 맡기고, 결과를 어떤 형식으로 내놓는지요. 소비자한테 직접 유전자 검사 키트를 팔면서 쌓은 해외 배송·구독 살림도 그대로 있었고요. 상장사라 분기마다 숫자를 까야 하는 처지도 그대로였죠.
맨땅에서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하던 일 위에 다른 물건을 얹은 거예요.
2024년 12월에 나온 IM8이 그렇게 생겼어요. 물에 타 먹는 가루 한 스쿱. 성분이 90가지가 넘고, 따로 사면 16통이 되는 걸 한 통에 담았어요. 월 90달러쯤인데, 같은 구성을 낱개로 사면 250~300달러거든요.
그리고 검사소가 하던 일을 그대로 해요. 원료는 바깥 검사기관에 맡기고 결과를 사이트에 올려요. 만드는 공장 이름도 그냥 공개했어요. 뉴저지의 비타퀘스트라는 회사예요. 금지약물 280종을 걸러내는 운동선수용 인증도 받았고, 임상시험도 돌렸어요. 참가자의 95%가 에너지가 늘었다고 답했고요.
영양제 매대에서 이건 흔한 그림이 아니에요. 보통은 "특허 성분 함유" 한 줄이면 끝이거든요.
한국 쪽 상황은 따로 정리해뒀어요.
2025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종합 보고서에 있고요.
통이 빨간 것도 색소가 아니라 비트 때문이래요. 그 얘기까지 성분표에 적어놨죠.
베컴을 두고 그가 한 얘기도 그래서 재밌어요. "또 하나의 연예인 브랜드는 만들기 싫었어요. 브랜드가 그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아야죠."
증명할 게 많으면 할 말도 많아져요
IM8은 메타 광고를 한 번에 1,500~3,000개씩 돌려요. 랜딩페이지는 50개예요. 각도가 전부 달라요. 다이어트 주사 맞는 사람용, 속이 자주 더부룩한 사람용, 운동하는 사람용, 집중이 안 되는 사람용.
대니 영은 이렇게 말해요. "광고를 사는 건 이제 공산품이에요. 필요한 건 좋은 소재와 소재의 다양성이고요."
소재 각도가 수십 개씩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할 말이 많아서예요. 검사 성적서, 공장 이름, 성분별 함량, 임상 숫자. 증거가 쌓여 있으면 꺼낼 말이 계속 나와요.
물론 처음부터 잘 굴러간 건 아니에요. 소재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광고비부터 올렸다가, 며칠 만에 50만 달러를 날린 적도 있어요.
지금 숫자는 이래요. 올해 1분기엔 고객 한 명 데려오는 데 305달러가 들었죠. 2분기에 광고비를 1,700만 달러에서 3,300만 달러로 두 배 올렸는데, 단가는 301달러로 내려갔어요. 7월엔 239달러까지 떨어졌고요.
보통 돈을 더 쓸수록 단가는 올라가요. 반대로 간 거예요.
고객은 43개국 22만 명, 그중 79%가 구독으로 사요. 총 마진은 64%고요. 지난 5월 한 달 매출이 1,670만 달러였는데, 그 속도가 연 2억 달러예요.
베컴은 못 훔쳐도 순서는 훔칠 수 있어요
이 이야기에서 못 가져올 게 많아요. 베컴도, 상장사 잔고도, 한 달에 100억 원 넘게 태우는 광고 예산도요. 그건 그냥 인정하고 가는 게 맞죠.
그래서 이 케이스의 값어치는 결과가 아니라 순서에 있어요. 망한 자리에서 대니 영이 제일 먼저 한 건 새 아이템 찾기가 아니라 남은 걸 세는 일이었고, 그다음이 그 자산이 제일 귀해지는 매대를 고르는 일이었어요. 증명이 없는 시장에 증명을 들고 들어간 거죠. 순서가 반대였으면 이사회 앞에서 사임을 걸 배짱도 안 나왔을 거예요.
우리한테도 셀 게 있어요. 3년 치 리뷰, 반품 사유가 적힌 엑셀, 거래처 공장, 시험성적서, 원산지 서류, 단골 명단.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이런 거예요. 새 아이템 소싱하러 나가기 전에, 지금 상세페이지에 안 쓰고 묵혀둔 증거가 몇 개나 되는지부터 세어보는 거요. 성적서 사진 한 장, 공장 이름 한 줄, "이 원료는 이래서 뺐어요" 한 문단. 경쟁사 스무 곳이 아무도 안 쓰는 말이라면, 그게 내 각도예요.
오늘 저녁에 종이 한 장 펴놓고 안 쓰고 있는 증거부터 적어보면 어떨까요!
— 박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