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올해 퍼블릭 굿즈(Public Goods)에서 처음 주문한 사람 중, 이 브랜드를 광고가 아니라 자기가 묵었던 방에서 처음 본 비율이에요. 호텔 어메니티 선반이거나, 에어비앤비 욕실이거나요.
공동창업자 마이클 퍼책이 그 숫자를 이렇게 쪼갰죠. "올해 누적으로 신규 고객의 9.6%가 에어비앤비에서 우리를 처음 알았다고 답했어요. 3.1%는 호텔이나 식당이고요."
요즘 미국에선 호텔에 브랜드가 들어가는 게 한창이에요. 디자이너 렐라 로즈는 와이오밍 스키 호텔에서 사흘짜리 팝업을 열었고, 몬태나 빅스카이 팝업에선 손님의 82%가 이 브랜드를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히트펌프 회사 퀼트는 캐츠킬 산속 호텔에서 크리에이터 캠프를 열어 250만 노출을 만들었고요.
둘 다 잘한 이벤트죠. 다만 둘 다 브랜드가 돈을 냅니다.
퍼블릭 굿즈는 반대예요. 쇼룸이 4,300곳인데, 그 쇼룸들이 이 브랜드한테 돈을 내요.
1897년 공장의 마지막 해
모건 허시는 원래 가죽 쪽 사람이었죠. 몬트리올에 있던 집안 공장 풀럼앤홀트. 1897년에 세워져 J.크루, 바니스, 노드스트롬, 월마트에 납품하던 회사였고, 2008년부터 그가 대표였어요.
거래처가 하나씩 중국과 인도로 넘어갔어요. 그는 못 막았습니다. 117년 된 공장은 2014년에 문을 닫았어요.
그다음에 차린 회사도 안 됐고요.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일만 하고 싶었어요. 근데 앞의 사업들이 다 안 풀렸죠. 창업자가 다 그렇듯, 그냥 계속 해보는 거예요."
세 번째가 퍼블릭 굿즈였어요. 처음 이름은 자기 이름을 딴 '모건스'였는데, 30만 달러를 받아 이름부터 갈아엎었죠.
돈이 없으니 물건을 먼저 만들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게를 열기도 전에 킥스타터에서 회원권을 팔았어요. "존재하지도 않는 가게의 회원권을 미리 판 거예요. 치약이랑 휴지 같은 걸 파는 가게요. 그런 걸 한 사람이 없었죠."
40일이 안 돼서 10,260명이 69만 달러를 걸었어요. 그 돈으로 욕실 물건 열 개쯤을 만들어 201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2억 4천만 달러가 먼저 접은 자리
같은 시기에 훨씬 큰 회사가 거의 똑같은 걸 하고 있었어요. 브랜드리스. 소프트뱅크가 2억 4천만 달러를 넣었고 기업가치는 5억 달러였습니다. 전 품목 3달러 균일가로요.
그 브랜드리스가 2020년 초에 문을 닫았죠. 그때 퍼블릭 굿즈가 모은 돈은 700만 달러, 회원은 5만 명이었고요.
허시의 설명은 담백했어요. "우리는 고객 한 명이 첫 달에 이미 흑자예요. 브랜드리스는 그 말을 한 번도 못 했죠." 연회비를 먼저 받으니 물건 마진은 낮춰도 됐거든요. 코스트코를 그대로 베낀 구조라고 본인이 말합니다.
버틴 건 좋은데, 다음이 문제였어요. 회원제는 온 손님을 붙잡는 데는 강한데 새 손님을 데려오진 않아요. 광고 단가는 계속 올랐고요. 회비를 내고 들어올 사람이 애초에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데, 알릴 방법이 광고밖에 없었죠.
퍼블릭 굿즈는 납품이라 했지만, 사실은 쇼룸이었어요
2019년 중반, 회사는 B2B 담당을 한 명 뽑았어요. 크리스 브린. 그가 나중에 직접 쓴 회고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초반엔 어딜 가나 "퍼블릭 굿즈가 뭐예요?"라는 질문부터 받았는데, 어느 순간 "아, 들어봤어요"로 바뀌더라는 거예요.
그가 판 곳은 호텔 구매팀이 아니라 에어비앤비 호스트였어요.
호스트 쪽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말이 되거든요. 여행용 미니어처 샴푸는 손님 한 명당 한 개씩 버려지잖아요. 퍼블릭 굿즈는 3.8리터짜리 리필 통을 상자로 팔아요. 샴푸 네 통 한 상자에 223.84달러. 소매로는 355밀리 한 병이 19.95달러니까, 같은 용량으로 치면 값이 확 내려가죠.
여기 한 끗이 있어요. 벽에 다는 스테인리스 디스펜서를 브린이 직접 디자인했고, 펌프는 돈을 안 받아요. 면도기 회사가 면도기는 거저 주고 면도날로 버는 것과 같은 구조예요. 펌프가 벽에 한 번 박히면, 그 방은 리필을 계속 사는 방이 됩니다.
그렇게 지금 4,300개 숙소가 이 브랜드 물건으로 욕실을 채워요. 킴튼 호텔 엔소, 오베르주 리조트 컬렉션의 스탠리 랜치, 민트하우스 바이 카사 같은 곳들이요. 회사 B2B 매출의 75%가 숙박업에서 나옵니다.
쇼룸 고를 때 쓴 세 칸짜리 기준표
매대에서 손님이 물건을 집었다 놓는 시간은 길어야 몇 초예요. 이 브랜드 손님은 같은 샴푸를 사흘 내내 썼고요. 퍼책이 그 차이를 정확히 짚었어요. "광고 한 번이나 샘플 한 개로 만나는 대신, 머무는 내내 품질과 제형과 디자인을 직접 겪는 거예요."
그러니 이 케이스의 값은 '호텔에 들어가라'가 아니에요. 어떤 자리를 골랐느냐죠. 세 칸으로 정리돼요.
첫째, 손님이 며칠 동안 반복해서 쓰는 물건일 것. 한 번 보고 마는 물건은 방에 놔둬도 매대에 놓인 3초랑 똑같아요.
둘째, 그 공간 주인이 내 물건을 살 이유가 따로 있을 것. 협찬은 내가 돈을 쓰지만 도매는 상대가 돈을 내요. 숙소 주인은 마케팅을 도와주려고 산 게 아니라, 쓰레기와 원가를 줄이려고 샀거든요.
셋째, 몇 명이 그 방에서 넘어왔는지 셀 수 있을 것. 9.6%는 감이 아니라 주문서 끝에 붙은 "어디서 알게 되셨어요?" 한 칸에서 나온 숫자예요. 그 칸이 없으면 이 채널은 영원히 '좋은 것 같은' 채널로 남아요.
우리 쪽으로 옮겨볼게요. 스테이, 독채 펜션, 필라테스 스튜디오, 미용실, 동네 카페가 다 같은 자리예요.
요즘 국내 숙소는 객실 경험을 통째로 설계하는 쪽으로 가는 중이라, 욕실 선반 하나까지 고르는 주인이 늘었고요.
체험단 백 명한테 샘플을 돌리는 값이면 스테이 열 곳에 도매로 납품하고 그 욕실 열 개를 1년 내내 굴릴 수 있어요. 게다가 이건 비용이 아니라 매출이고요.
예전에 손님 없는 매장에 남의 팝업을 들인 케이스를 다룬 적 있는데, 이번은 방향이 정반대예요. 내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남이 어차피 채워야 하는 공간에 내가 들어가는 쪽이죠.
다음에 어디 하루 묵게 되면 욕실 선반을 한 번만 보세요. 미니어처가 놓여 있는지, 벽에 펌프가 박혀 있는지. 펌프가 박혀 있으면 그건 어메니티가 아니라 누군가의 매대예요. 그 매대 자리에 내 물건을 올릴 만한 곳, 딱 한 군데만 떠올려보면 그걸로 충분해요!
민지였어요. 다음 편엔 더 이상한 매대 하나 들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