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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30일 멈춰도 판촉 제안은 옵니다

한이룸 · 2026.09.22 · 읽는 시간 4

30일.

공정위원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조사를 두고 직접 꺼낸 숫자입니다. 법원이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을 잠시 멈춰 세우면서, 할인쿠폰 판촉비 분담을 따지던 조사가 그만큼 유보됐고요.

지난 #90호에서 쿠팡이 공정위 조사관을 네 차례 돌려보낸 얘기를 다뤘는데요. 그때 남겨뒀던 질문이 "법원은 어떻게 볼까"였죠. 답이 나왔습니다. 일단은 쿠팡 쪽입니다.

위원장은 "조사의 실효성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공정위는 기업이 조사를 피할 여지를 없애는 쪽으로 내부 규칙 개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셀러 자리에서 보면 문장이 좀 달라집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쿠폰값을 누가 냈는지 대신 따져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조사 주제는 쿠폰 한 장의 주인

공정위가 보려던 건 '가격 맞춤형 쿠폰'이었습니다.

상품 정가는 1만 원 그대로 두고, 다른 몰보다 비싸지면 1,000원짜리 쿠폰이 자동으로 붙는 방식이죠. 손님은 9,000원에 삽니다. 문제는 그 1,000원을 누가 냈느냐고요.

납품사 쪽에선 그 할인분이 자기 몫으로 넘어왔다고 봤습니다. 쿠팡은 쿠폰 때문에 매입대금이나 세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고요.

누구 말이 맞는지는 조사가 가려야 하는데, 그 조사가 지금 멈춰 있습니다. 하필 가을 판촉 제안이 한창 돌고, 그 정산이 다음 달 통장에 찍히는 시기예요. 계절이 행정소송을 기다려주지는 않으니까요.

2020년부터 있던 판촉비 분담의 기본값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면 좋겠습니다. 멈춘 건 조사지 규칙이 아니에요.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가 판촉비 떠넘기기를 막고 있고, 공정위는 인터넷쇼핑몰용 위법성 심사지침을 따로 만들어 2020년 1월부터 돌리고 있습니다. 이름이나 형식과 상관없이 판매를 늘리려고 벌이는 행사면 전부 판촉행사로 봅니다. 쿠폰, 사은품, 상품권, 가격할인 다 포함이죠.

가격할인이면 판촉비 계산법도 정해져 있어요. 원래 가격에서 할인 가격을 뺀 금액에 판매량을 곱하면 끝입니다.

그리고 기본 분담은 반반입니다. 납품업체가 전체 판촉비의 50%를 넘겨 부담하는 건 금지고요. 50%는 협상의 출발선이 아니라 천장입니다. 그 위로는 올라갈 데가 없어요.

예외가 있긴 한데, 조건 두 개가 동시에 맞아야 합니다. 쇼핑몰의 사전 계획이나 요청 없이 내가 스스로 기획했고, 동시에 다른 납품업체와 뚜렷이 구분되는 행사여야 하죠. 제안서가 상대방 이름을 달고 먼저 날아왔다면 그건 이미 예외가 아닙니다.

약정서 다섯 칸

심사지침이 요구하는 서류는 딱 한 장입니다. 행사 시작 전에, 양쪽이 서명한 약정서를 납품업체에 건네주는 것.

칸은 다섯 개예요. 행사 명칭과 기간, 대상 상품 품목, 예상 비용 총액, 예상 이익, 그리고 분담 비율. 보관 기간은 5년입니다.

이 다섯 칸이 비면 그 자체가 위반입니다. LF스퀘어를 운영하는 엘에프네트웍스가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판촉행사 29건을 하면서 상품과 기간을 특정하지 않거나 납품업자 서명이 빠진 약정서를 돌렸어요. 그렇게 174곳에 지운 판촉비가 5,861만 원, 과징금은 4억 1,800만 원이 나왔습니다.

떠넘긴 금액보다 과징금이 일곱 배쯤 큽니다. 서류 한 장 값이 그만큼 셉니다.

그러니 "약정서도 같이 주세요"는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에요. 원래 상대방이 만들어서 납품업체에 줘야 하는 서류입니다. 받는 쪽이 미안해할 일이 아니고요.

적용되는 쪽과 안 되는 쪽

어디까지 내 얘긴지는 갈립니다. 이 법은 직매입·특약매입·위수탁 거래에 붙어요. 로켓배송에 상품을 납품하거나 백화점·마트에 넣는 쪽이면 제11조가 바로 내 편입니다.

오픈마켓 중개 거래, 그러니까 쿠팡 마켓플레이스나 스마트스토어에서 파는 형태는 아직 이 법 밖이죠. 이쪽을 법 안으로 들이는 논의는 따로 굴러가는 중이고요.

그렇다고 할 게 없지는 않아요. 기획전 참여 화면에서 '판매자 부담 쿠폰'에 숫자를 적는 순간 그게 내가 낸 판촉비거든요. 그 화면과 공지문을 캡처해두고, 정산 엑셀의 '판매자 부담 쿠폰'·'판매자 부담 할인' 칸과 같이 보관해두면 됩니다.

공정위가 배달·오픈마켓·숙박 입점업체를 상대로 거래 실태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입점 중소기업이 수수료·광고비·정보이용료로 매달 매출의 21.7%를 내고 있다는 숫자가 이미 나와 있어요. 온라인쇼핑몰만 떼면 20.6%고요. 이런 조사에 사례가 쌓이면 제도는 결국 움직입니다.

조사는 30일 쉬어도 제11조는 하루도 안 쉽니다. 그러니 조사가 멈춘 달에 판촉 제안서를 받는 게 꼭 나쁜 타이밍은 아니에요. 누가 대신 읽어주길 기다릴 것 없이, 다섯 칸을 내가 바로 세어보면 되니까요.

제안 메일에 답장 한 줄만 더 붙여보세요. "약정서도 같이 보내주시면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이 한 줄이 다음 달 정산서의 한 칸을 지켜줍니다!

— 김윤아, 이번 주엔 10년 묵은 판촉 약정서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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