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는 8월 초 LA에서 하루 동안 매장 네 곳을 돌았습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이 있던 매장 앞줄에 헤어 제품이 나와 있었는데요. 처음엔 그게 스킨케어인 줄 알았다고 했어요.
라벨에는 PDRN, 펩타이드, 징크처럼 얼굴용 화장품에서 보던 성분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손님은 샴푸 코너에 왔는데, 성분표는 세럼이었던 셈이죠.
이 이야기는 서울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6'에서 나왔습니다. 아마존은 이 자리에서 내년 K뷰티 계획 네 가지를 내놨고, 그중 하나가 아마존 K뷰티 헤어케어 확장인 '프로젝트 실크로드'예요.
헤어케어·웰니스 분야에 한국 신규 셀러 50곳을 들이고, 신제품 200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입니다.
"헤어케어 내 K뷰티의 침투율은 아직 1%"
아마존이 이 숫자를 들고 나온 데는 배경이 있습니다. 올해 1~9월 아마존에서 한국 셀러의 뷰티 매출은 1년 전의 두 배 가까이 됐어요.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K뷰티의 약 44%가 아마존을 거쳤다고도 했고요.
그런데 헤어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신 대표는 "헤어케어는 스킨케어만큼 큰 시장이지만 K뷰티의 시장 침투율은 아직 1%에 불과하다"고 말했어요.
스킨케어 쪽은 메디큐브가 프라임데이 전체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이미 한국 브랜드가 많죠. 헤어 매대는 아직 거의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빈자리에 먼저 들어온 건 성분이었습니다. 신 대표는 PDRN·펩타이드·AHA·징크 같은 스킨케어 성분과 쓰는 방식이 헤어케어로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미국 오프라인 매장에선 헤어 오일·세럼·리브인 컨디셔너가 눈에 띄는 자리에 놓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행사에서 세션을 맡은 조용훈 바이트랩 대표도 같은 장면을 봤어요. "미국 오프라인 리테일숍에서는 헤어케어 매대 자체가 앞단으로 나오거나 K-뷰티 헤어 제품 섹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부터 두피 케어를 중심으로 테스트를 많이 했다"
50곳이라는 목표가 허공에서 나온 숫자는 아닙니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두피 케어로 시험을 해 왔고, 그 결과를 보여준 브랜드가 바이트랩의 헤어케어 브랜드 '릴리이브'예요.
바이트랩은 2020년에 세운 회사로, 5년 동안 외부 투자 없이 컸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자회사를 포함해 약 600억 원이었죠. 국내에서 올리브영과 약국으로 먼저 자리를 잡은 뒤, 지난해 아마존에 들어갔습니다.
주력은 '그로우턴 엑소좀 브러쉬 앰플'입니다. 스킨케어에서 쓰던 엑소좀 성분을 넣고, 붓처럼 생긴 끝으로 두피에 바로 바르게 만든 제품인데요. 아마존에서 한 달 평균 약 3만 개가 팔립니다.
프라임데이 때는 헤어 트리트먼트와 탈모 카테고리에서 10위 안에 들었어요. 회사의 온라인 매출은 1년 전보다 400% 넘게 늘었다고 했습니다.
잘 팔린 배경은 이렇게 읽힙니다. 미국 손님이 얼굴 화장품으로 이미 익힌 성분 이름을, 두피라는 새 자리에서 다시 만난 거죠.
손님 입장에선 새 단어를 따로 배울 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이고, 붓 달린 용기는 바르기 편하게 만든 장치였어요.
국내 셀러가 이 순서를 따라 해 본다면, 세럼 상세페이지에 써 둔 성분 설명이 두피 제품 상세페이지 첫 줄의 후보가 되는 셈입니다.
"아직 개척해야 할 수요가 많다"
물론 발표와 실제 사이엔 거리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은 실크로드, 아우토반, 타이탄, 밀리언인데요. 이름만 들으면 대항해 시대인데, 신청서 양식은 아직 어디에도 없어요.
이날 나온 보도 어디에도 실크로드의 신청 방법·선정 기준·접수 기간은 없었습니다. 공개된 건 목표 숫자, 그리고 전략 제품 20종을 내년 프라임데이 전에 내놓겠다는 일정 하나죠.
올해 미국 프라임데이는 6월 말에 열렸습니다. 내년 날짜는 아직 안 나왔지만, 비슷한 시기라면 남은 시간은 여덟 달 남짓이에요. 새 처방을 처음부터 짜기보다, 이미 가진 성분을 두피 쪽으로 옮기는 셀러가 이 일정에 맞습니다.
그래서 50곳에 가장 가까운 셀러는 그려집니다. 얼굴용 제품에 PDRN·펩타이드 같은 성분을 이미 쓰고 있고, 국내에서 먼저 손님 반응을 확인한 셀러죠. 바이트랩이 올리브영과 약국을 거쳐 아마존으로 간 순서와 같습니다.
입구도 새로 낼 필요가 없어요.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에 가입하면 기본 판매 국가가 미국으로 잡힙니다. 공식 안내 페이지는 신규 셀러에게 FBA 무료 월 보관, 판매액 10% 페이백 같은 혜택을 내걸고 있고요.
이번 발표에서 이미 확인된 숫자는 한 달 3만 개 하나예요. 50과 200은 아직 아마존이 세운 목표죠.
3만 개는 미국 손님이 두피에 스킨케어 성분을 바르는 데 실제로 지갑을 열었다는 기록입니다. 1% 매대가 아직 비어 있는 지금, 오늘은 내 얼굴용 제품 성분표에서 PDRN·펩타이드가 들어간 줄부터 찾아 표시해 보세요!
— 내년 프라임데이까지 여덟 달을 손가락으로 세어 본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