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유튜브 숏폼 광고 420건이 한꺼번에 내려갔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구글과 손잡고 아홉 달 동안 들여다본 결과예요.
목록을 펼쳐 보면 걸린 이유는 두 가지뿐입니다. AI로 지어낸 체험, 그리고 AI로 지어낸 전문가. 상품 사진을 AI로 만들었다고 따로 묶인 분류는 없었습니다.
AI 연출컷으로 상세페이지를 막 갈아엎은 가게라면 일단 숨 돌려도 됩니다. 이번 AI 부당광고 단속이 겨눈 건 AI가 아니라, AI가 만든 '사람'이었거든요.
가짜 체험 267건, 가짜 전문가 153건
체험 후기 조작이 267건, 전체의 63.6%였습니다. 그중 171건은 몸이 변한 것처럼 합성한 영상이고, 96건은 진짜 손님인 척 꾸민 경험담이었죠.
먹고 나서 키가 6cm 컸다는 광고도 이 안에 있습니다. "운동 안 하고 15kg 감량" 같은 문구도 나오고요.
나머지 153건이 전문가 사칭입니다. 품목으로는 식품이 312건(74.3%)으로 압도적이었고, 화장품 72건, 의료서비스 21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걸리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단속 첫 석 달엔 24건이었는데, 그다음 여섯 달엔 396건이 나왔습니다.
가짜 의사보다 많았던 교수·개발자·장인
전문가 사칭 153건을 다시 쪼개면 의외의 숫자가 나옵니다. 의사·약사·간호사 흉내는 46건뿐이었어요.
나머지 107건이 교수, 제품개발자, 장인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의사 흉내보다 '만든 사람' 쪽 흉내가 두 배 넘게 많았던 셈이죠.
식품 파는 입장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숫자입니다. "40년 손맛" 할머니가 장독 앞에서 웃는 영상은,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보고 싶은 장면이니까요.
하지만 AI 할머니는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습니다. 법이 들여다보는 것도 딱 그 지점이고요.
표시를 붙여도 안 되는 장면이 따로 있습니다
규칙은 두 겹입니다.
첫 겹은 공정위 추천·보증 심사지침이에요. 6월부터 AI 가상인물이 상품을 추천하면, 그 인물이 화면에 나오는 내내 바로 옆에 '가상인물' 표시를 붙이게 됐습니다. 영상 끝에 자막 한 줄 넣는 걸로는 안 되고요.
표시를 붙였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가상인물이 "먹어 봤더니 좋더라"고 말하면 그 자체로 부당광고가 될 수 있죠. 없는 사람이 먹어 봤을 리 없으니까요.
둘째 겹은 식품·화장품에만 있습니다. 11월 27일 개정 식품표시광고법이 시행되면서, AI로 만든 의사·약사·교수 같은 전문가가 식품을 추천하는 광고는 아예 금지됩니다. 화장품법도 같은 내용으로 고쳐졌고요. 여기선 표시를 붙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식약처가 입법예고한 처분안을 보면, 식품 제조·가공 영업자는 첫 위반에 영업정지 15일입니다. 보름 치 정산서가 통째로 비는 셈이죠.
예외도 하나 있습니다. 실제 전문가가 그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면, 그 사실만 객관적으로 적는 건 처분 대상에서 빠집니다.
AI 연출컷은 그대로 두고, 사람 장면만 멈춰 봅니다
그럼 이미 올려 둔 숏폼과 상세페이지는 어떻게 할까요. 영상을 한 편씩 틀어 놓고,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서만 일시정지를 누르면 됩니다.
멈춘 화면에서 물어볼 건 세 가지예요.
- 이 사람이 실제로 있는 사람인가. 아니라면 '가상인물' 표시가 나오는 내내 옆에 붙어 있나.
- 이 사람이 "써 봤다·먹어 봤다·빠졌다"고 말하나. 가상인물이라면 이 대사는 지웁니다.
- 흰 가운, 교수 직함, '개발자' 자막을 단 AI 인물인가. 식품·화장품이라면 11월 27일 전에 내립니다.
배경을 바꾼 상품컷이나 AI로 만든 연출컷은 이번 420건 분류에 아예 없습니다. 다만 실물보다 크고 좋게 부풀리면 원래 있던 거짓 광고 규정에 걸리니, 실물과 같은지만 한 번 대조해 보면 됩니다.
빠지는 자리는 진짜 만든 사람이 채웁니다
소비자원은 찾아낸 광고를 구글과 공유해 바로 내리고 있습니다. 숏폼 피드에서 가짜 할머니와 가짜 의사는 지금도 한 편씩 빠지는 중이에요.
그 자리에 들어갈 장면은 비싸지 않습니다. 반죽하는 사장 손, 포장대에 쌓인 송장, 손님이 보내 준 실사용 사진 한 장. 이런 장면엔 표시 문구도, 예외 조항도 필요 없죠.
진짜 손님 사진을 모으는 쪽이 궁금하다면 고객후기로 매출을 키운 사례도 같이 보면 좋습니다.
AI로 아끼던 촬영비는 계속 아끼면 됩니다. 사람 흉내 내던 AI만 퇴근시키고, 그 자리엔 내 손부터 찍어 올려 보세요!
— 김윤아 · 앞치마 입은 광고 모델을 보면 손등부터 확대해 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