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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팔아 만든 무알콜 칵테일, 1만5천 매장에 깔리다

한이룸 · 2026.10.30 · 읽는 시간 5분

포코노 산으로 떠나는 여자 친구들 주말 여행. 로라 테일러의 가방엔 1리터짜리 병이 하나 들어 있었어요. 홀푸드에서 사 온 라벤더 에센스와 과일즙, 허브를 섞어 직접 만든 분홍색 무알콜 칵테일이었죠.

밤이 되자 친구들은 와인을 땄고, 테일러는 자기 병을 열어 와인잔에 따랐어요. 그 잔으로 건배하던 순간을 그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드디어 그 무리의 일원이 된 느낌이었어요. 아주 근사한 방식으로요."

2주 뒤, 테일러는 회사를 차렸어요. 이름은 밍글 목테일(Mingle Mocktails). 목테일은 술 없는 칵테일을 부르는 말이죠.

사이다 대신 와인잔

테일러는 원래 음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록웰 오토메이션·액센추어·IBM을 거쳐 데이터 소프트웨어 회사 태블로에서 일했거든요.

그러다 2015년에 술을 끊었어요. 스스로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다"고 느꼈대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회사 행사에 가면 손에 쥘 건 탄산수나 다이어트 콜라뿐이었고, 사람들은 자꾸 물었어요. "와인은 어디 있어요?"

우리로 치면 회식 자리에서 혼자 사이다를 따르다가 "왜 안 마셔?"를 세 번쯤 듣는 장면이죠. 테일러에게 필요했던 건 그 자리에 들고 서 있을 잔 하나였습니다.

포코노 여행에 챙겨 간 그 병이 첫 레시피가 됐어요. 지금도 파는 크랜베리 코스모 맛이요.

여행에서 돌아온 테일러는 업계 사람 30명쯤을 찾아다녔습니다. 코카콜라 임원도 만났고, 이미 망한 목테일 회사의 창업자까지 수소문해서 왜 망했는지 물었대요.

그런데 시장을 뒤질수록 이상했어요. "그 분야엔 이름조차 없더라고요." 술 안 마시는 어른은, 음료 회사들이 따로 세지 않던 손님이었던 거죠.

첫해 매출 940만 원, 그리고 바코드 5천 병

첫 판돈부터 좀 웃겨요. 남편이 모아 둔 와인 600병을 팔았거든요. 술 끊은 아내의 무알콜 사업을 남편의 와인이 밀어준 셈이에요.

거기에 가족과 친구들 돈을 보태, 처음 들어간 돈이 약 12만 5천 달러(약 1억 6,700만 원)였습니다.

대신 월급은 걸지 않았어요. 태블로에 다니면서 밤과 주말에 회사를 굴렸죠. 2017년 11월 첫 제품이 나왔고, 750ml 유리병 하나에 8.99달러였어요.

그해 매출은 약 7천 달러(약 940만 원). 판매 두 달 치라는 걸 감안해도 귀여운 숫자죠. 이듬해엔 8만 5천 달러(약 1억 1천만 원)까지 올랐는데요, 정직원은 영업 담당 한 명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60시간 넘게 일했어요. 일이 삶을 통째로 삼켰죠."

업계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한 유통업자는 "판로가 아주 한정된 상품"이라며 동네 가게 단골 상품은 못 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친절하게 덧붙였죠. "지금은 꾸준하고 천천히 크는 게 좋은 길이에요."

바이어들은 목테일이 뭔지부터 몰랐어요. 그래서 테일러는 세 단계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 술을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데이터, 그리고 탄산수·콜라 대신 고르는 음료라는 것.

바닥은 홀푸드에서 왔어요. 첫 세 가지 맛을 홀푸드 100개 매장에 넣은 직후, 큐컴버 멜론 모히토 라벨에 크랜베리 코스모 바코드가 박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손님이 모히토를 사면 계산대엔 코스모가 찍혔던 겁니다.

테일러는 팔레트 일곱 개가 넘는 물량, 5천 병 넘는 병에 맞는 바코드 스티커를 손으로 하나하나 다시 붙였어요. 그 일로 남긴 말은 지금 들어도 뜨끔합니다. "영양성분표랑 바코드는 꼭 다른 사람 눈으로 한 번 더 보세요."

술 파는 매대 옆자리

그런데도 테일러는 2019년 1월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남편이 등을 떠밀었대요. "회사 그만두고 해 봐. 안 되면 언제든 돌아가면 되잖아."

그가 제일 무서워한 건 실패였다고 합니다. "제 1번 장애물은 실패할까 봐 겁나는 마음을 넘는 거였어요."

그 무렵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 테일러는 5년 안에 매출 1천만 달러를 넘기겠다고 했어요. 2018년 매출의 100배가 넘는 숫자였죠.

여기서 테일러가 고른 방향이 재밌어요. 무알콜 음료를 술자리에 같이 올라가는 음료로 팔았거든요.

병은 와인과 같은 750ml였고, 이름은 코스모·모히토·벨리니처럼 칵테일 메뉴판에서 따왔어요. 다만 맛은 술을 흉내 내지 않았습니다. 마가리타 맛엔 소금과 라임으로 '느낌'만 담았는데요, 술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의 기억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대요.

판로도 그쪽이었어요. 2019년 초 마트 체인 스톱앤숍 400여 곳에 들어가는 동시에, 스테이크하우스 와인바와 시내 레스토랑 테이블에도 올라갔거든요.

목표는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술을 팔거나 따라 주는 모든 곳에 밍글이 있는 거예요."

그러다 계획에 없던 일이 터졌어요. 저칼로리 칵테일 '스키니걸 마가리타'로 유명한 사업가 베서니 프랭클이 틱톡에서 무알콜 제품 세 개를 리뷰했는데, 그중 하나가 밍글 큐컴버 멜론 모히토였어요. 평이 아주 좋았죠.

테일러는 곧장 프랭클 쪽에 연락했고, 2023년 여름 프랭클은 투자자이자 파트너로 들어왔어요. 이듬해엔 미국 최대 주류 도매상 중 하나인 RNDC와 전국 유통 계약을 맺었고요. 술 도매상 트럭에 술 없는 칵테일이 실린 거죠.

물론 운도 따랐어요. 술을 줄이는 사람이 늘어나는 흐름이 뒤에서 밀어줬고, 유명인 리뷰는 계획한다고 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그 리뷰가 터졌을 때, 받아 줄 매대가 이미 술 옆에 있었다는 게 달랐습니다.

무알콜 칵테일로 판 건 '그 자리'

지금 밍글은 미국 매장 1만 5천 곳 이상, 바와 레스토랑 500곳 이상에 들어가 있어요. 창업자 인터뷰를 실은 엔터프러너는 밍글을 매출 '8자리 달러', 그러니까 1천만 달러를 넘긴 브랜드로 소개했고요.

2019년에 던진 '5년 안에 1천만 달러'는, 시간이 좀 더 걸렸을지언정 허풍은 아니었던 셈이죠.

결국 테일러가 판 건 음료라기보다 자리였어요. 탄산수도 콜라도 이미 진열대에 넘쳤거든요. 없던 건 와인잔에 따라도 어색하지 않은 한 병이었죠.

이 원리는 우리 상품에도 그대로 대 볼 수 있어요. 손님이 몰리는 자리 하나를 떠올리고, 그 자리 구석에서 대충 다른 걸 들고 서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 거예요. 고기 굽는 캠핑장의 채식하는 친구, 생일 케이크 앞에서 포크만 쥔 당 조절 중인 가족 같은 사람들이요.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떳떳하게 들고 있을 물건을 만들면, 우리 상품도 밍글처럼 그 자리 옆 매대에 설 수 있습니다.
좁은 손님을 깊게 파는 얘기는 틈새 시장에서 전문가 되는 법에서도 다룬 적 있어요.

남편의 와인 600병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대신 그 와인을 판 돈으로 만든 병이, 테일러 말대로라면 미국 대형 주류 매장 체인 토탈 와인에서 무알콜 매출 1위가 됐죠. 우리 매대 옆에도 사이다 잔만 쥐고 서 있는 손님이 있는지, 다음 신상품 기획 전에 한 번 세어 보세요!

— 다음 회식엔 사이다 말고 와인잔부터 달라고 해 볼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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