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 광고비, 올해는 자사몰 말고 쿠팡에 몰아야 하나."
연말이 3주 앞으로 오면 한 번쯤 떠오르는 계산이죠. 미국 브랜드 마케터들도 같은 계산서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미국 리테일 전문 매체 모던리테일이 브랜드·리테일러 실무자 90명에게 올 연말에 쓸 판매 채널을 물었는데요. 자사몰을 쓰겠다는 답이 작년 69%에서 46%로 내려갔습니다. 직영 매장도 84%에서 60%가 됐고요.
이 숫자만 보면 "미국은 연말에 자사몰을 접는다"로 읽힙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 안에 반대쪽을 가리키는 숫자와 대답이 함께 들어 있었어요.
덜 쓰겠다면서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설문에서 49%는 자사몰이 연말에 더 중요해진다고 답했습니다. 직영 매장은 67%였죠.
쓰겠다는 사람은 줄었는데, 중요하다는 사람은 절반 가까이 됩니다. 설문지를 거꾸로 들고 답한 건 아니에요.
순위도 그대로입니다. 직영 매장과 자사몰은 2024년부터 1·2위를 지키고 있고, 아마존(33%)은 다른 브랜드 매장과 공동 3위예요. 이번에 처음 따로 센 틱톡샵은 21%였습니다.
거리도 하나 재 두면, 이건 90명짜리 설문입니다. 한 명이 마음을 바꾸면 1%p 넘게 움직이는 크기라서 '자사몰 퇴장'이라는 결론까지 가기엔 작습니다.
손님이 한 곳에서 다 사지 않으니까요
줄어든 이유는 마스터카드의 수전 그로스먼 수석부사장이 풀었습니다. 요즘 연말 손님은 크리에이터 영상에서 상품을 발견하고, 다른 쇼핑몰에서 비교하고, 리뷰를 읽고, 은행 앱에서 할인을 받은 뒤 "전혀 다른 곳에서 산다"는 거죠.
한국 손님으로 옮기면 이런 흐름입니다. 인스타 릴스에서 보고, 네이버에서 최저가를 비교하고, 카드사 앱 쿠폰을 챙긴 다음 쿠팡에서 결제하는 손님이요.
그래서 마케터들이 자사몰을 버린 게 아니라 "한 채널에 덜 걸고, 채널 사이를 잇는 데 더 쓴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영양제 회사 임원은 채널 대신 구매 주기를 봤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쓸모 있는 답은 미국 영양제 브랜드 리추얼의 로라 브로디 최고성장책임자(CGO)에게서 나왔습니다. 자사몰이냐 마켓이냐는 질문에 그는 "거의 전적으로 구매 빈도에 달렸다"고 답했어요.
한 번 사고 끝나는 물건이라면 마켓과 매장으로 옮기는 게 "아주 말이 된다"고 했습니다. 거기엔 이미 온라인 유동 인구가 있어서 "손님을 데려오느라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죠.
자주 사는 물건이라면 계산이 바뀝니다. 자사몰에 붙잡아 둔 손님이 오래 쌓아 주는 매출이, 그 손님을 처음 데려오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연말엔 손님 데려오는 비용이 치솟는다"며 결국 그 저울질을 이해하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밌는 건 리추얼 자신입니다. 정기구독 자사몰로 시작한 회사인데, 지금은 아마존과 타깃을 거쳐 월마트 1,900개 매장에도 들어가 있어요. 매일 먹는 영양제라도 손님이 먼저 지나가는 매대에는 나가 있는 거죠.
같은 그림은 미국 커피 브랜드 체임벌린 커피에서도 보였습니다. 기본 커피는 아마존 정기배송(Subscribe & Save)으로 새 손님을 꽤 데려왔고, 자사몰 구독은 거기서만 파는 상품과 혜택으로 따로 굴러간다고 해요. 회보 #85에서 다뤘던 주노코도 본품은 아마존에, 리필은 자사몰에만 두었죠.
연말 예산표 맨 앞줄은 '1년에 몇 번 사나'
국내 셀러 기준으로 옮기면 질문 자체가 바뀝니다. "자사몰이냐 쿠팡이냐"보다 "이 상품을 손님이 1년에 몇 번 사나"가 먼저예요.
연말 선물세트나 겨울 패딩처럼 한 번 사고 끝나는 물건은, 손님이 이미 검색창에 단어를 치고 있는 쿠팡·네이버 쇼핑에 연말 예산을 거는 쪽이 계산이 맞습니다. 손님을 내 가게까지 따로 데려오는 비용이 1년 중 가장 비싼 달이니까요.
영양제·샴푸·사료처럼 한 달에 한 번 바닥나는 물건은 다릅니다. 연말에 비싸게 데려온 손님이라도 두 번째 주문부터 내 가게로 오면 남는 장사가 되죠. 스마트스토어엔 이미 정기구독 기능이 있어서, 손님이 배송 주기와 횟수를 고르고 한 번쯤 건너뛸 수도 있습니다.
미국 설문 숫자 하나에 끌려 자사몰을 줄일 필요도,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 가게 안에서도 선물세트는 마켓으로, 다시 사는 물건은 내 가게로 갈라 담으면 됩니다. 연말 광고비가 산타 썰매처럼 모든 집 굴뚝에 다 들를 수는 없으니까요.
올해 예산표는 채널 이름보다 '1년에 몇 번'이라는 줄 하나를 먼저 적고 시작해 보세요!
— 욕실 선반의 샴푸 통을 들어 보고 다음 주문 날짜부터 센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