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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8천억 적자 쿠팡이 대만 창고를 일부러 덜 채우는 이유

한이룸 · 2026.11.05 · 읽는 시간 4분

"9개월에 1조 8천억 적자라니, 대만은 이제 줄이겠네."

쿠팡 대만 입점을 저울질하던 셀러라면 3분기 실적 기사를 보고 이 생각부터 들었을 겁니다. 올해 1~3분기 영업손실이 1조 8,318억 원인데, 최근 3년 동안 번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1조 8,987억 원이거든요.

그런데 쿠팡이 실적 통화에서 한 말은 반대였습니다. 대만은 줄이지 않고, 창고를 일부러 다 채우지 않은 채 굴리겠다고 했죠.

지난 #87 기사에서 쿠팡이 대만 통관과 배송을 대신 해 주는 구조를 다뤘는데요. 이번 통화에서는 그 창고를 왜 덜 채우는지, 빈자리에 누구를 먼저 들이고 싶은지까지 나왔습니다.

손실 전망을 끌어올린 대만 창고

대만이 들어 있는 성장사업은 3분기 매출 15억 8,800만 달러로 1년 새 23% 늘었습니다. 손실(조정 EBITDA)은 2억 6,900만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5,000만 달러 커졌고요.

쿠팡은 올해 성장사업 손실 전망의 위쪽 끝도 5,000만~1억 달러 올렸습니다. 가우라브 아난드 CFO는 이 조정이 "주로 대만 구축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김범석 의장 말은 더 짧았습니다. "우리는 수요보다 먼저 짓습니다." 여유 용량을 어느 정도 들고 가는 게 "전략의 일부"라고도 했죠. 한국에서처럼 가동률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길은 대만에선 일부러 안 간다는 뜻입니다.

적자를 보면서 창고를 덜 채운다니, 가게로 치면 손님 적은 평일에도 알바를 한 명 더 세워 두는 셈입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결정이죠.

첫째 우선순위, 오래 갈 브랜드와 공급사

그 이유는 애널리스트 질문 하나에서 나왔습니다. 미즈호 증권 쪽에서 물었거든요. 대만에선 한국·해외 상품을 들여오는 게 먼저냐, 현지 장터를 깊게 키우는 게 먼저냐고요.

김 의장은 국산이든 수입이든 손님이 가치를 느끼는 쪽을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만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로 "장기 파트너십을 함께 쌓을 맞는 브랜드와 공급사를 찾아 긴밀히 일하는 것"을 꼽았어요. 자체 물류·배송망 확충은 그다음이었습니다.

한국 상품을 따로 우대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대신 국산·수입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한국 공급사도 같은 줄에 설 수 있죠.

받아 줄 손님은 늘고 있습니다. 대만 와우 회원은 1년 새 두 배를 넘었고, 직전 분기보다도 14% 늘었어요. 김 의장은 특별한 마케팅 행사 없이 늘었다고 했고, 새벽배송은 대만 인구 절반 이상이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창고엔 여유가 있고, 손님은 늘고, 회사는 공급사부터 찾는다고 투자자 앞에서 말했습니다. 납품 제안서를 내밀 때 듣는 쪽이 이만큼 아쉬운 때는 흔치 않습니다.

쿠팡 대만 입점, 대금은 한국 직매입 기준

한국 셀러가 대만 쿠팡에 들어가는 대표 경로는 쿠팡이 국내에서 상품을 직매입해 대만 로켓배송으로 파는 방식입니다. 해외 배송·번역·통관·현지 마케팅 비용은 쿠팡이 낸다고 밝혀 왔고요.

이 비용이 얼마짜리인지는 반려동물용품 업체 딩동펫 쪽 말이 잘 보여 줍니다. "자체 수출을 하려면 상품마다 20% 가량의 수출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그 20%를 셀러가 안 내는 구조입니다.

돈 얘기는 대만이 아니라 한국 계약서에서 정해집니다. 쿠팡이 국내에서 사 가는 거래라 대금 조건도 국내 직매입 계약에 적히거든요. 공정위 유통 서면실태조사에서 쿠팡의 직매입 대금 평균 지급기간은 52.3일이었습니다. 대만행 물량만 따로 빨리 준다는 안내는 공개 문서에서 찾지 못했고요.

공급가 1만 원짜리 300개를 대만행으로 더 넣는다고 해 보죠. 300만 원이 평균 52일쯤 쿠팡 쪽에 머뭅니다. 그동안 다음 생산분 원자재 값은 내 통장에서 먼저 나가고요.

직매입 대금을 35일 안에 주도록 바꾼 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공포 후 1년 뒤입니다. 올해 연말 납품분은 지금 계약서에 적힌 날짜를 따릅니다.

반품도 따로 챙길 대목입니다. 직매입은 원칙적으로 사 간 쪽이 재고 부담을 지고, 반품은 계약서에 적은 예외로만 됩니다. 대만에서 안 팔린 재고나 대만 손님이 돌려보낸 상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공개 안내에 없었어요.

제안서와 함께 보낼 질문 셋

지금 대만 납품은 해 볼 만합니다. 쿠팡이 창고 여유와 공급사 찾기를 공개적으로 말했고, 수출비 20%를 대신 내는 구조도 그대로니까요. 이럴 땐 먼저 묻는 셀러가 조건도 먼저 듣습니다.

제안서에는 SKU와 공급가만 적지 말고 질문 세 개를 같이 넣어 보세요. 대만행 물량 대금도 국내와 같은 날짜에 들어오는지, 대만에서 안 팔린 재고와 반품은 누가 안는지, '장기 파트너'라면 몇 달치 물량을 어느 가격에 약속하자는 건지요.

오래 같이 갈 공급사를 찾는다는 건 쿠팡이 먼저 한 말입니다. 그러니 이 세 질문에 답하는 것도 쿠팡 쪽 몫이죠. 국내 로켓배송에 이미 물건을 넣고 있다면, 이번 주 담당 BM에게 보내는 메일 제목에 '대만'부터 넣어 보세요!

— 김윤아 · 물류센터 사진을 보면 빈 선반부터 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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