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호손(41 Hawthorn)은 원래 집 주소였어요.
카트리나 레이크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스티치픽스를 처음 연 곳이죠. 그 주소가 지금은 스티치픽스의 자체 브랜드(PB) 이름이 됐고, 여성복 매출 상위 3개 브랜드 안에 들어 있습니다.
지난 #95에서 다뤘던 그 회사, 기억하실 거예요. 손님은 190만 명 넘게 빠졌는데 1인당 매출은 역대 최고를 찍었던 미국 옷 회사요. 그 뒤 이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어떻게 만드는지 꽤 자세히 털어놨어요.
미국 유통 매체 모던리테일이 바잉·자체 브랜드 담당 부사장 에이미 설리번을 인터뷰했거든요. 설리번이 공들여 설명한 건 두 가지였어요. 브랜드를 16개에서 10개로 줄인 일, 그리고 선생님 손님이 남긴 메모 5,000건으로 옷을 만든 일이요.
열여섯 개가 된 자체 브랜드
스티치픽스가 자체 브랜드를 시작한 건 2013년이에요. 여성복이 먼저였고, 남성복은 2016년, 아동복은 2018년에 붙었죠.
브랜드는 그 뒤로도 계속 늘었어요. 2025 회계연도엔 자체 브랜드만 16개였습니다. 출근복 브랜드, 평상복 브랜드처럼 '입는 상황'마다 하나씩 만든 거예요.
설리번은 여기서 방향이 어긋났다고 봤어요. "손님들은 그렇게 쇼핑하지 않더라고요." 출근복 따로, 주말복 따로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없잖아요. 한 사람이 하루에 둘 다 입는데요.
손님 쪽 신호도 있었어요. 자체 브랜드가 상의·하의·캐주얼에 몰려 있다 보니 "필요한 걸 스티치픽스에서 더 많이 사고 싶다"는 요청이 쌓였거든요.
회사 사정도 넉넉하지 않았죠. 2021년 가을 418만 명이던 활성 고객은 가장 최근 집계에서 227만 7천 명까지 줄었어요. 손님 수를 늘리기 어려우니, 있는 손님이 한 번에 더 많이 사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16개를 10개로 줄였어요. 대신 남은 브랜드 안에 가방, 신발, 주얼리, 벨트를 채워 넣었고요.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스토어를 여러 개 새로 여는 대신 단골 많은 스토어 하나에 카테고리를 늘린 셈이죠.
선생님 메모 5,000건
제일 손에 잡히는 장면은 41 호손에서 나왔어요. 이 브랜드는 원래 드라이클리닝이 필요 없는 출근복이 주력이에요.
스티치픽스 손님들은 상자를 받기 전에 요청 메모를 남겨요. "이번엔 이런 옷이 필요해요" 같은 글이죠. 그런데 그중에 수업과 교실 얘기가 수천 건 쌓여 있었어요.
회사는 선생님 손님 메모를 5,000건 넘게 모아 하나씩 셌어요. 65%가 편안함을 꼽았죠. 57%는 잘 움직여지는지, 잘 가려지는지, 늘어나는지, 주머니가 있는지 같은 실용 조건을 하나 이상 적었어요. 35%는 맞춰 입을 수 있는 세트를 원했습니다.
이런 메모도 있었대요. 유치원 선생님인데, 하루의 80%를 바닥에 앉아서 보낸다고요. 그러면서도 아침에 아이를 맡기러 오는 학부모 앞에서는 단정해 보여야 한다고 했죠.
이 문장들이 거의 그대로 옷이 됐어요. 소매는 7부로 잘랐어요. 화이트보드 마커 자국이 덜 묻게요. 설리번 설명으로는 "시험지 채점할 때 소매를 걷어 올릴 걱정이 없는" 길이죠.
교실 온도가 들쑥날쑥하니 겹쳐 입는 옷을 넣었고, 전부 세탁기에 돌릴 수 있게 했어요. 바지 이름은 '수업부터 소파까지(Lessons to Lounge)'예요. 이름만 들어도 퇴근 후 모습이 보이죠.
상의, 바지, 치마, 겉옷에 토트백까지 묶었어요. 사이즈는 0부터 3X에 키 작은 체형용까지 냈고요. 신학기에 맞춰 41 호손 선생님 캡슐 컬렉션으로 나왔습니다.
AI가 그리고, 메모가 고른 옷
AI는 어디에 썼냐고요? 디자인 속도를 올리는 데 썼어요. 브랜드 하나의 전체 라인을 일주일쯤이면 그린다고 해요. 예전엔 몇 달 걸리던 일이죠.
그래도 '무엇을 그릴지'를 정한 건 선생님들의 메모였습니다.
설리번이 팀에 자주 던지는 질문도 같은 쪽을 봐요. "그녀가 이 옷을 한 달에 여러 번 입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의 평일에 자주 불려 나오는 옷을 찾는 질문이죠.
캡슐 판매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다만 캡슐 옷 상당수가 이번 가을 선생님 손님 사이에서 41 호손 최고 판매 상품에 들었고, 선생님이 아닌 손님들한테도 반응이 왔다고 합니다.
메모를 세는 가게
이 회사가 한 일을 다시 보면 꽤 소박해요. 새 브랜드를 내지 않았어요. 이미 있는 브랜드 하나 안에서, 손님 메모에 같은 상황이 몇 번 나오는지 셌을 뿐이죠.
설리번은 잘되고 있다는 신호를 이렇게 꼽았어요. "손님들이 스타일리스트한테 브랜드 이름을 대며 찾을 때가 최고의 신호예요." 손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게 만든 건, '내 하루를 아는 옷'이었던 거죠.
이 계산은 오히려 작은 가게가 더 유리해요. 스티치픽스는 메모 5,000건을 모아 세야 했지만, 우리는 상품 문의 200건을 직접 다 읽을 수 있잖아요.
스마트스토어 상품 문의, 리뷰, 주문 메모, 반품 사유를 한 파일에 모아 보세요. 그리고 '주머니', '비침', '세탁', '늘어나요' 같은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 보면 됩니다. 리뷰가 너무 많아 엄두가 안 나면 리뷰 1만 개를 3분 만에 뜯어보는 AI 분석법을 참고해 봐도 좋습니다.
제일 눈여겨볼 건 "저는 ○○인데요"로 시작하는 문장이에요. 어린이집 선생님, 병동 간호사, 새벽 배송 기사처럼 직업이나 하루 일과를 먼저 밝힌 손님이요. 같은 직업이 두 번, 세 번 나오기 시작하면 신상 10개를 새로 펼칠 필요가 없죠.
잘 팔리는 상품 하나에 그 사람의 하루를 하나 더 얹으면 되거든요. 오늘 문의함을 열면 직업부터 밝힌 손님이 몇 명인지 한번 세어 보세요!
— 문의함 검색창에 '주머니'부터 쳐 본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