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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데 블프 매출 130억 원을 스스로 포기한 운동복 브랜드

한이룸 · 2026.11.02 · 읽는 시간 5분

아들 축구 경기를 보던 엄마가 안경 뒤에서 울고 있어요.
블랙프라이데이에 풀 옷이 제때 못 들어온다는 소식을 막 들었거든요.

미국 운동복 브랜드 셋 액티브(SET Active)의 창업자 린지 카터입니다. 그는 남편에게 달려가 작게 말했어요. "가야 해."

파는 입장이면 이 기분 알죠. 행사 페이지까지 다 만들었는데 공장에서 입고가 밀린다고 해요. 보통은 일단 예약 판매로 열고, 발송 지연 안내를 돌리며 버틸 궁리부터 합니다.

카터도 그럴 수 있었어요. 대신 합쳐서 1,000만 달러 넘게, 우리 돈 130억 원 넘게 벌 거라 보고 예산까지 맞춰 둔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두 컬렉션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매출이 작년의 두 배를 넘긴 해에요. 장사가 안돼서 접은 게 아니란 말이죠.

2,000달러짜리 첫날과 먼저 넣은 두 번째 주문

시작은 2018년 5월, 로스앤젤레스의 식탁이에요.

카터는 소셜미디어 대행사를 하던 사람입니다. 옷은 만들어 본 적이 없었죠. 장 보러 가고 친구 만날 때 입을 맞춤 세트를 찾았는데, 나오는 건 죄다 이런 분위기였대요. "전부 요가 자세에 물구나무서기였어요. 그건 제가 아니었죠."

샘플이 오면 친구들 말을 듣고, 유성 매직으로 옷 위에 직접 선을 그어 공장에 돌려보냈어요. 밑천은 신용카드 빚 2만 달러, 약 2,700만 원. 집 안은 재고로 가득 찼고요.

"정말 무서웠어요. 출시 전날 밤엔 엉엉 울었죠." 카터가 그때를 떠올리며 한 말입니다.

첫날 매출은 2,000달러, 약 270만 원이었어요. 여기서 카터가 좀 이상한 짓을 합니다. 첫 물량이 다 팔리기도 전에 두 번째 주문을 넣은 거예요.

남자 친구에겐 이렇게 말해 뒀대요. 남으면 농산물 시장 길모퉁이에서라도 팔겠다고요. 토마토 옆 운동복이라니, 다행히 그 좌판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믿는 구석은 이거였어요. "손님의 관심은 재고보다 훨씬 빨리 상해요." 다 팔리길 기다리는 사이 손님은 다음 브랜드로 간다는 거죠.

감당할지 모르면서 넣던 2023년 재고 주문

쭉 잘 풀린 건 아니에요. 카터가 공공연히 꼽는 최악의 해가 2023년입니다. "매출은 나빴고, 캠페인은 마음에 안 들었고, 조직 문화도 손볼 게 많았어요."

첫 정리해고도 그해였어요. 지금도 그 회의실에 들어서면 그날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블프를 준비하던 어느 날, 카터는 최고운영책임자와 침실 바닥에 앉아 있었어요.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면서 재고 주문은 계속 넣던 때였죠.

2024년에 흔들림이 멈췄고, 2025년 리조트 컬렉션은 공개 1시간 만에 100만 달러, 약 13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그 드롭(한정 출시)에서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더 있어요. 산 사람의 72%가 최근 1년 안에 이미 사 본 손님이었거든요. 매출 절반 가까이는 회원과 방송 채널 구독자에게 먼저 연 15분 사이에 나왔고요.

셋 액티브의 큰 세일은 단골이 먼저 결제하는 장사였던 거죠.

두 배 커진 매출과 못 따라온 창고

2026년 매출은 작년의 두 배를 넘겼어요. 2025년이 흑자였다는 것도 CNBC가 서류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창고 사정은 달랐어요. 카터가 손님에게 쓴 편지에 그 1년이 적혀 있습니다.

주문보다 적게 도착한 물량. 파손돼서 못 보낸 옷. 알려 줬다가 또 넘겨 버린 배송 날짜. 한참 기다리게 해 놓고 결국 못 보낸 주문도 있었대요.

메일은 답하는 속도보다 빨리 쌓였어요. 상담 인력을 뽑아 가르치는 데만 몇 주가 걸렸고요. 그사이 손님은 옷도 답장도 같이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준비된 것보다 빨리 컸어요." 카터의 문장이에요. 매출 그래프는 신났는데 창고는 숨이 찼던 거죠.

그러다 축구장의 그 연락을 받은 겁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취소 편지의 한 줄

길은 있었어요. 예약 판매요. 카터도 편지에 그렇게 적었습니다. 입고 전 주문으로 낼 수는 있다고요.

안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1년 내내 기다린 손님에게, 또 돈부터 내고 언제 올지 모를 옷을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건 규칙이 이겁니다. "지금부터는 창고에 실제로 들어와 수량을 세고 품질 검사까지 마친 제품만 출시합니다."

기다리게 한 손님이 있으면, 다음 세일은 창고에 있는 옷으로만 연다는 뜻이죠.

앞의 72%가 여기서 돌아와요. 리조트 컬렉션 때처럼 단골이 먼저 결제한다면, 예약 버튼을 누를 사람은 올해 이미 기다려 본 그 손님일 가능성이 크죠. 130억 원은 새 손님 돈이 아니라, 지친 단골에게 한 번 더 부탁해서 받는 돈에 가까웠던 셈이에요.

카터는 블프를 "우리의 슈퍼볼"이라고 부릅니다. 결승전 날 경기장 문을 자기 손으로 잠근 거니까, 무서운 결정 맞아요. 그 돈에 맞춰 짠 연말 계획도 새로 짜야 하고요.

"꽤 큰 매출을 두고 걸어 나가는 거죠." CNBC에 한 말이에요. "그래도 매출 목표를 채우느니 손님과의 일을 바로잡겠어요."

재미있는 건 이 사람이 1년 전 쇼피파이 블로그에 "품절을 기다리다 브랜드가 죽는다"는 글을 쓴 창업자라는 점입니다. 그 글에서 브랜드가 죽는 자리로 꼽은 게 손님에게 보여 줄 옷이 없는 공백이었거든요. 일찍 주문하는 위험보다 그 공백의 위험이 더 크다고까지 적었고요.

그 공백이 위험하다던 사람이 이번엔 제일 큰 대목에서 그 공백을 고른 거예요. 새 규칙에 공장 주문 얘기는 없습니다. 바뀐 건 손님 돈을 받는 시점이고, 그걸 뒤로 미룬 값이 바로 그 공백인 거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편지였습니다. 옷은 멈췄어도 말은 안 멈췄거든요. 뭐가 잘못됐는지, 얼마를 포기하는지, 축구장 얘기까지 다 적었죠. "그 주문들은 여전히 우리 책임이에요"라는 문장도 넣었어요.

결과는 아직 몰라요. 밀린 주문도 다 풀린 게 아니고요. 편지 밑에 "솔직해서 이 브랜드가 매일 더 좋아져요"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댓글 몇 줄을 성적표로 치면 곤란하죠. 진짜 성적표는 다음 드롭을 산 사람 중 단골이 몇 명이냐일 거예요.

130억 원 없이 써먹는 공지 세 줄

좋은 소식은 이 규칙의 값이 가게 크기만큼 작아진다는 거예요. 셋 액티브는 130억 원을 걸었지만, 우리 스마트스토어라면 11월 행사에 걸려던 상품 한두 개를 미루는 값이면 됩니다.

선주문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재고 0개로 연 370억원 매출을 낸 패션 쇼핑몰처럼 날짜를 지키면 훌륭한 도구죠. 이 규칙이 필요한 곳은 날짜를 한 번 어긴 손님이 있고, 단골이 매출을 받치는 가게예요. 한 번 사고 다시 안 올 물건이면 계산이 달라지고요.

그래서 카터의 긴 편지를 우리 가게 말로 줄여 봤어요.

이번 행사에는 ○○을 올리지 않습니다.
입고가 밀렸고, 먼저 주문하신 분들께 보내는 게 우선이에요.
앞으로 새 상품은 창고에 들어와 수량과 검수를 마친 뒤에만 엽니다.

쓰는 데 5분이면 되는데, 보내기 버튼 누르는 데 오래 걸리는 세 줄이죠. 그래도 130억 원 앞에서 눈물 닦은 사람도 보냈으니까요.

발송 지연 안내가 두 번째로 나가려는 상품이 있다면, 행사 등록 전에 이 세 줄부터 써 보세요!

— 박민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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