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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라던 K뷰티 세트, 6유로가 찍혔습니다

한이룸 · 2026.09.15 · 읽는 시간 4

크림 한 통과 클렌징폼 하나를 같은 상자에 담아 유럽으로 보내면, 세관이 관세 6유로를 찍습니다. EU가 새로 걷는 품목당 3유로짜리 관세가 한 상자에 두 번 붙은 값이죠.

그런데 유럽연합 관세율표에서 크림의 세율은 0%입니다. 화장품이 들어가는 3304호는 어느 나라에서 오든 관세가 붙지 않아요.

세율은 0인데 6유로가 나옵니다. 세관이 세는 건 신고서에 적힌 관세 분류의 줄 수거든요. 줄이 둘이면 3유로도 두 번 붙습니다.

값을 정하는 건 세율이 아니라 줄 수

EU는 150유로 미만 소포의 관세 면제를 없애고, 대신 품목당 3유로짜리 임시 관세를 걷고 있습니다. 2028년 7월까지 한시 조치예요.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예시가 규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티셔츠 다섯 장이 든 소포는 3유로, 티셔츠 한 장에 손목시계 하나면 6유로. 스마트폰·충전기·이어폰이면 9유로고요.

수량은 세액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같은 분류로 묶이면 열 개를 넣어도 3유로 한 번이에요.

거꾸로 말하면 상자 안에 서로 다른 관세 분류가 몇 개 들어 있느냐가 청구서를 정합니다.

크림과 클렌징폼 사이에 생기는 한 줄

K뷰티 세트가 정확히 여기 걸립니다.

크림·세럼·마스크팩은 전부 3304호라 한 줄로 묶여요. 세 개를 넣어도 3유로입니다.

그런데 클렌징폼을 하나 얹는 순간 줄이 하나 늘어납니다. 계면활성제로 씻어내는 세안제는 3401호, 세관 눈에는 비누 쪽 집안이거든요. 손님 눈엔 같은 스킨케어인데 서류에선 남남입니다.

배송비 아끼려고 한 상자에 몰아 담던 알뜰함이, 관세 계산서에선 정반대로 읽히는 셈이죠.

거기다 같은 상자라도 어떤 신고서로 통관되느냐에 따라 줄 수가 또 달라집니다. 특송사가 주로 쓰는 H7은 HS 6자리로 묶고, 우편 신고는 8자리, 일반 수입신고인 H1은 10자리까지 내려가요. 잘게 쪼갤수록 줄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포워더나 특송사에 "우리 물건은 어느 신고 유형으로 들어가나요"를 한 번 물어볼 값이 생겼습니다.

한국산 화장품에 남아 있는 0%

여기서 한국 쪽으로 기우는 조건이 하나 있어요.

FTA 특혜세율이 적용되는 물품은 3유로 대상에서 빠집니다.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한시 관세 안에 그렇게 적혀 있고요. 한-EU FTA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 한국산이면 특혜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는데, 화장품은 그 세율이 0%입니다.

조건은 두 개입니다. 부가세를 IOSS(수입 원스톱숍, 결제 단계에서 EU 부가세를 미리 걷는 제도)로 미리 걷지 않을 것, 그리고 일반 수입신고(H1)로 통관할 것. 결제 화면에서 IOSS로 부가세를 받아버리면 같은 한국산에도 3유로가 붙어요.

원산지 증명 자체는 가볍습니다. 한-EU FTA 원산지의정서는 6,000유로 이하 건이면 인증수출자가 아니어도 송품장에 원산지 문구를 직접 적어 신고하도록 열어뒀어요. 150유로 미만 소포는 전부 이 구간 안에 있고요.

물론 IOSS를 빼면 손님이 배송 단계에서 부가세를 마주하게 됩니다. 저가 단품은 IOSS를 유지하는 쪽이 편하고, 분류가 세 줄 네 줄로 늘어나는 세트에서만 계산기를 두드리면 됩니다.

초저가 소포가 빠져나간 자리

3유로는 4천 원짜리 마스크팩엔 치명적이고, 3만 원짜리 세럼엔 1%대입니다. 이 제도가 어느 가격대를 겨냥했는지는 숫자에 그대로 나와요.

프랑스 세관 집계로 EU에 들어온 소액 소포는 30~40% 줄었습니다. 중국발 물량이 몰리던 벨기에 리에주 공항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53% 감소했고, 테무는 50%, 알리익스프레스는 37% 빠졌죠. 반대로 150유로가 넘는 소포는 10% 늘었습니다.

같은 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의 유럽 수출은 15억 2천만 달러로 북미를 처음 앞질렀습니다. 킬로그램당 단가는 유럽이 30.7달러, 북미보다 46% 높고요.

단가가 높은 쪽이 3유로를 제일 덜 아파합니다. 유럽 매대에서 빠져나가는 물량과, 한국 셀러가 파는 물건의 가격대가 서로 다른 칸에 있다는 뜻이에요.

제도는 아직 움직이는 중입니다. 11월 1일부터 회원국이 통관 취급수수료를 걷기 시작하고(금액은 집행위가 정합니다), 같은 날부터 제품식별자 제출도 의무가 됩니다. 플랫폼을 수입자로 보고 최대 6% 과징금을 물리는 개편안은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고요.

그래서 다음 작업은 세트 구성표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유럽으로 나가는 상자에 든 품목을 분류 기준으로 세어보고, 줄이 둘로 갈리는 조합 하나만 찾아내면 그 상자의 관세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크림 세 통은 한 상자에, 클렌징폼은 따로. 그 정도 손질로도 숫자가 움직입니다.

창고에서 30분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유럽 매대를 키울 참이라면 올가을 제일 값싼 작업이니, 상자 하나 열어 분류부터 세어보세요!

— 미나킴, 포장 테이프를 뜯어 HS 코드를 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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