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진첩이 검색창이 됐는데, 애플 상품은 0개입니다

한이룸 · 2026.09.16 · 읽는 시간 3

"월요일 이사회에 입고 갈 멋진 블레이저 좀 찾아줘."

iOS 27 시리에게 이렇게 말하면 상품이 나옵니다. 앱은 열지 않고요.

패션 앱 데이드림(Daydream)이 iOS 27 개발자 도구로 만든 기능이에요. 사진첩에 저장해 둔 옷 사진을 골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사진 속 옷을 조각조각 뜯어서 살 수 있는 상품과 비슷한 스타일을 띄워줍니다. "이 색으로 바꿔줘" 같은 주문도 사진첩 안에서 통하고요.

사진첩이 위시리스트가 된 셈인데, 제 사진첩은 아직 영수증과 주차 위치가 8할입니다.

패션 앱 신기능처럼 보이지만, 이 기능이 도는 자리는 앱 안이 아닙니다. 아이폰 운영체제 안이에요.

애플은 옷을 한 벌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진첩과 시리가 물건을 고르려면 고를 목록이 있어야 하죠. 애플에는 그 목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앱에 물어보는 쪽을 골랐어요. 화면이나 사진에서 뽑아낸 내용을 앱에 넘기면, 앱이 자기 상품 목록에서 맞는 걸 찾아 돌려줍니다.

애플이 iOS 27 소개에서 이 방식의 예로 든 앱은 구글, 엣시, 데이드림 셋입니다.

셋의 공통점은 단순합니다. 상품 목록을 통째로 쥔 회사라는 거죠.

이 회사가 쌓은 건 카탈로그뿐입니다

데이드림은 2023년에 생긴 회사입니다. 창업자 줄리 본스타인은 스티치픽스 임원이었고, 직접 만든 쇼핑 앱 '더 예스'를 핀터레스트에 팔았어요.

시드 투자만 5천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포러너와 인덱스가 공동으로 넣었고 구글벤처스도 들어왔죠.

그런데 이 회사는 재고를 안 갖습니다. 결제도 안 받고 광고도 안 팔아요. 손님을 브랜드 사이트로 보내고 팔리면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쌓은 자산은 거의 하나예요. 카탈로그입니다.

문을 처음 열 때 브랜드 8,500곳에 상품 200만 개였습니다. 지금은 리테일러 325곳, 브랜드 1만 곳, 상품 300만 개고요.

쓰는 사람은 150만 명. 앱 크기만 놓고 보면 아직 작습니다.

하지만 사진첩과 시리는 앱 크기와 상관없이 아이폰 쓰는 사람 모두에게 붙어 있는 자리죠.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값이 0원입니다

국내 셀러에게 걸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데이드림은 지금 입점비를 받지 않습니다. 카탈로그를 붙이는 기술 작업도 회사가 대신 해준다고 밝혔고요. 파트너 페이지로 신청하면 일주일 안에 연락을 준다고 적혀 있어요.

다만 그 페이지에 자격 조건은 한 줄도 없습니다. 나라도, 배송 범위도, 카탈로그 형식도 안 적혀 있어요. 신청 폼 자체가 계정을 만들어야 열리는 구조고요.

대신 회사 사정에서 조건이 읽힙니다. 데이드림은 결제를 안 받고 손님을 브랜드 사이트로 넘기죠. 앱은 미국 앱스토어에 올라 있고, 지금 붙은 325곳도 미국·유럽 리테일러입니다.

그러니 신청서보다 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 자사몰이 영어로 돼 있는지, 미국까지 배송이 되는지요. 국내 배송만 하는 스토어는 명단에 올라도 결제까지 못 갑니다.

입구 값은 0원인데, 문턱은 따로 서 있는 셈인데요. 까다로운 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검색은 상품명을 보지 않습니다. "월요일 이사회"라는 말에서 격식과 예산을 읽고, 사진에서는 기장과 소재와 실루엣을 읽어요.

데이드림이 브랜드 자사몰용으로 따로 내놓은 검색 도구 설명에도 같은 말이 적혀 있습니다. 재단, 드레이프, 실루엣, 상황, 가격대를 알아듣는다고요.

그러니 카탈로그에 "베이직 자켓 신상 인기"만 적혀 있으면 300만 칸 중 한 칸은 얻어도 불리지는 않습니다.

상세페이지를 아무리 다듬어도 사정은 같아요. 이 검색이 읽는 건 카탈로그 한 줄뿐이거든요.

바꿔 말하면 손볼 곳이 디자인이 아니라 상품 정보 칸이라는 거죠. AI가 먼저 추천하게 만드는 정리 쪽에 가깝습니다.

iOS 27 한국어는 10월에 열립니다

거리도 재봐야죠.

기능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다만 시리 AI는 영어 베타로 먼저 열렸어요. 한국어는 10월에 들어옵니다.

기기 조건도 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15 프로 이상에서 돌아요.

그래서 시점이 둘로 갈립니다. 영어권 손님을 상대하는 카탈로그는 지금부터 이 검색에 얹히고, 한국어로 말하는 손님은 10월부터죠.

한 달 남았는데, 카탈로그 한 벌 손보기에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저는 한국어가 열린 뒤에 이 300만 칸을 다시 세어볼 참입니다. 한국 브랜드 이름이 몇 개 늘어났는지가 이번 가을 제일 궁금한 숫자거든요.

거기서 아는 이름 하나쯤 보이면 좋겠어요. 사진첩 쪽은 이미 열렸으니, 카탈로그 칸부터 한 줄씩 채워보면 어떨까요!

— 미나킴, 옷보다 목록을 먼저 봤습니다

← 이룸회보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