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과 13시간.
같은 날 같은 아이폰 18 프로를 손에 넣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앞은 인도, 뒤는 서울이고요.
같은 날 출시였는데 줄의 모양이 달랐습니다
인도에서는 블링킷·제프토·스위기 인스타마트·빅바스켓이 출시 당일 물량을 받았습니다. 우유랑 달걀을 10분에 나르던 그 앱들이요.
테크크런치가 붙인 기사 제목은 "피자보다 빨리 온다"였어요. 빅바스켓은 판매 첫 한 시간에 300대 넘게 배달했고, 인스타마트 주문은 벵갈루루가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명동 애플 스토어 앞에 전날 저녁 7시부터 줄이 섰죠. 첫 손님이 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는 분이 13시간을 기다려 아침 8시에 들어갔습니다.
인도 판매가는 프로 256GB 기준 16만 4,900루피, 한국은 199만 원입니다. 그 가격대 물건이 장바구니 앱에서 10분 만에 나간 거예요.
팔린 건 아이폰인데 열린 건 옆 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타룬 파탁은 테크크런치에 "이 출시 마케팅 현상이 평소 스마트폰 구매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IDC의 나브켄다르 싱도 "출시일 마케팅에 가깝다"고 봤고요.
본체가 계속 이렇게 팔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셀러가 볼 자리는 본체가 아니었어요.
제프토 앱에는 '모바일 커버·백가드' 카테고리가 따로 있습니다. 블링킷에는 아이폰용 강화유리 보호필름이 상품 페이지로 올라와 있고요. 충전기·케이블·이어폰 칸은 원래 있던 자리입니다.
같은 앱, 같은 창고예요. 본체가 10분에 온다면 케이스도 10분에 옵니다.
여기서 대목의 시각이 바뀝니다.
지금까지 액세서리 성수기는 출시 2주 전이었습니다. 케이스티파이가 아이폰 18 컬렉션을 본체보다 여드레 먼저 풀고 국내 매장 15곳에 깔아둔 것도 같은 계산이죠. 미리 사두는 손님을 잡는 겁니다.
그런데 본체가 집까지 10분 만에 오면 미리 살 이유가 줄어듭니다. 박스 뜯다가 "아, 케이스" 하는 순간에 주문하면 되니까요.
그 순간에 팔리는 건 이름난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 출발할 수 있는 재고입니다.
그 매대에 서는 값은 싼데 문턱은 다른 데 있습니다
블링킷은 다크스토어를 2,243곳 굴립니다. 인도 퀵커머스 월 이용자는 3년 전 800만 명에서 6,000만 명을 넘겼고, 구글·딜로이트는 2030년 비식품 비중이 40~45%까지 간다고 봤어요. 프랙티컬이커머스가 정리한 스폰서 광고는 클릭당 0.11달러, 플랫폼 수수료는 10~25%입니다.
대신 서류에서 걸립니다. GST 등록이 필수고, 공급할 주가 늘 때마다 추가 사업장(APOB) 등록을 한 곳당 2~4주씩 따로 냅니다. 입점까지는 블링킷 45~60일, 제프토 30~45일로 안내되고요. 멀긴 한데 닫힌 문은 아닙니다. 농심·오뚜기·요뽀끼는 이미 이 앱들 안에 들어가 있거든요.
한국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건 재고 위치입니다
인도 이야기를 그대로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변화가 국내에서도 벌써 시작됐거든요.
배민 B마트는 올 상반기 누적 주문과 거래액이 전년보다 42% 늘었고,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을 넘어 전자기기·생활용품·패션까지 갔습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30분에서 1시간짜리 배송을 늘리는 중이고요.
국내 판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는 쿠팡만의 게임이 아니게 된 퀵커머스에 정리해뒀습니다.
인스타마트 판매의 3분의 1이 버건디 256GB 하나였다는 대목이 재밌습니다. 10분 배송은 결국 어느 창고에 어떤 색이 몇 개 있느냐의 싸움이에요.
액세서리도 똑같습니다. 다음 신제품이 나올 때 세어볼 건 이거 하나예요. 출시 당일 내 상품 페이지에 '오늘 도착'이 떠 있었는지.
떠 있었으면 개봉 직후 30분이 내 시간이고, 안 떠 있었으면 그 손님은 이미 다른 데서 샀습니다. 다음 출시는 늘 오니까, 그때 쓸 재고를 지금 한 칸만 앞으로 당겨두면 좋겠습니다!
인도 다크스토어 목록을 뒤지다 케이스 칸을 발견한,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