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미국의 한 크리에이터가 침대 사진을 올렸어요.
에스프레소색 이불이 깔려 있고, 머리맡엔 가을 장식과 크리스마스 소품이 같이 놓여 있었어요. 창밖은 아직 반팔 입는 날씨였고요.
우리로 치면 추석 상도 안 치웠는데 트리를 세운 셈이죠. 댓글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짐작이 가실 거예요.
그런데 그 이불을 만든 회사는, 딱 그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멜로우(mellow)라는 미국 침구 브랜드예요. 2025년 7월에 시작했고, 매장은 한 곳도 없어요. 외부 투자도 안 받았고, 상품 가짓수는 50개가 안 돼요.
그런데 첫 1년 매출이 1억 4천만 달러예요. 우리 돈으로 1,900억 원쯤 되죠. 지금은 틱톡샵 홈 카테고리에서 제일 많이 파는 브랜드고요.
이 회사의 연말 성수기 준비는 9월에 거의 끝나요. 그런데 9월에 정하는 게 물량이 아니에요.
2년 동안 팔 물건이 없던 두 사람
시작은 땀이었어요. 공동창업자 채드 켈러와 제이 유에는 밤마다 땀에 젖어 깨는 게 지겨웠대요.
그래서 수면과학이랑 소재, 열 조절을 2년 동안 팠어요. 그 2년간 판 물건은 하나도 없었고요.
첫 제품도 업계 순서와 반대로 골랐어요. 침구 브랜드는 보통 시트와 이불부터 내는데, 둘은 베개 한 종(클라우드얼라인, 49.99달러·약 7만 원)으로 문을 열었어요. 카이로프랙터랑 같이 만든 목 받침 베개였죠.
켈러는 이렇게 말해요. "저는 잠에 미쳐 있어요. 이 업계에 더 잘 자게 만드는 데 집중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2025년 가을에 틱톡샵에 들어갔는데, 여기가 꽃길은 아니었어요.
지금 멜로우를 언급하는 크리에이터가 10만 명이 넘고, 한 주에 영상이 5,000개씩 올라와요. 부러운 숫자죠. 그런데 뒤집으면 이런 뜻이기도 해요. 그 영상 대부분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거요.
값나가는 물건을 파는 브랜드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제휴를 맺은 크리에이터 중 실제로 파는 사람은 5~10%라는 거예요. 열 명 중 아홉은 헛스윙인 셈이죠.
켈러 본인도 틱톡샵을 아직 "발견의 시장"이라고 불러요. 손님이 하나 보고 하나만 사 간다는 뜻이에요. 장바구니에 두세 개씩 담기는 아마존과 다르죠.
그래도 숫자는 났어요. 시작하고 9개월 만에 1억 1천만 달러(약 1,500억 원), 올해는 4억 달러를 바라본다고 해요. 이번 가을엔 타깃 매대에도 들어가고요.
그러니까 이 회사가 여기까지 온 건 영상이 화려해서가 아니에요. 안 되는 영상을 계속 골라내면서 온 쪽에 가까워요. 그 선별을 언제 하느냐가 이 회사의 진짜 살림 기술이고요.
내가 못 정하는 시작일
켈러가 올해 연말을 설명하면서 꺼낸 문장이 있어요.
"올해 틱톡의 홀리데이 행사는 11월 14일에 시작해요. 그게 거기서 파는 모두의 시작일을 정해버리죠."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요. "우리한테 투표권은 없어요."
이 감각, 낯설지 않으실 거예요. 플랫폼 기획전 시작일도, 대형 행사 노출이 열리는 날도 우리가 고르는 게 아니잖아요. 신청하고 기다리는 쪽이죠.
미국 쪽 달력은 이미 앞으로 당겨졌어요. 10월 프라임 빅딜데이 같은 가을 행사 때문에 손님들이 10월에 선물을 사기 시작했고, 크리에이터를 구하러 다니는 브랜드는 7월부터 연락을 돌려요. 스타벅스는 가을 메뉴 파트너를 7월에 섭외했대요.
그래서 멜로우가 손을 댄 건 시작일이 아니었어요. 그 앞에 남은 8주였죠.
11월 14일에 문이 열린다면, 그날 뭘 들고 서 있을지는 9월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에요. 거꾸로 세는 달력인 거죠.
9월에 치르는 예선전
켈러의 규칙은 한 줄이에요.
"9월에 안 팔리는 콘텐츠는 11월에도 안 팔려요. 비싸지기만 하죠."
11월이 되면 같은 자리에 모두가 돈을 싸 들고 몰려요. 클릭 하나가 비싸지고, 크리에이터 섭외비도 오르고요. 그때 소재를 처음 시험하면 비싼 값에 실패를 사는 거예요.
9월은 쌉니다. 실패해도 싸게 실패해요. 그리고 갈아엎을 시간이 남아 있고요.
8월 말 그 크리스마스 소품이 거기서 나온 거예요. 켈러는 "아무도 예상 못 할 때 크리에이터들이 홀리데이 콘텐츠를 제일 먼저 올리게 한다"고 말해요.
어색하다는 반응은요? "그 반응이 목적이에요. 살짝 뜨악하니까 사람들이 입에 올리고, 그게 돈 안 낸 입소문이 되죠."
좀 얄밉죠. 그런데 계산은 정확해요. 9월의 어색함은 공짜고, 11월의 어색함은 광고비를 태우거든요.
선별 대상은 영상만이 아니에요. 사람도요.
켈러가 예로 든 크리에이터 한 명은 10개월 만에 월 거래액 8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로 올라갔어요. 처음부터 그 사람인 줄 알았을 리가 없죠. 여러 명한테 제품을 보내고, 팔리는 사람이 누군지 몇 달에 걸쳐 확인한 결과예요.
그런 사람을 11월에 찾으려면 이미 늦어요. 그때는 다른 브랜드도 같은 사람한테 줄을 서 있거든요.
올해 7월에 막 문을 연 스텔라뷰티코의 공동창업자 맬러리 도라지오도 첫 연말을 앞두고 같은 얘기를 해요. "새 브랜드일수록 인지도와 재고, 크리에이티브를 시즌보다 훨씬 앞서서 의도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7월에 시작한 브랜드가 9월에 선물 가이드 콘텐츠를 돌리는 중이에요.
우리 달력에서 볼 곳은 한 군데
이 이야기에서 제일 쓸모 있는 건 "빨리 준비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건 우리도 알잖아요.
진짜 쓸모는 9월을 매출 내는 달이 아니라 선별하는 달로 본다는 데 있어요. 11월에 쓸 소재를 지금 먼저 내보내서, 반응이 안 오는 걸 지금 버리는 거죠.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이런 거예요. 연말 선물 각도로 찍은 상세컷이나 숏폼을 지금 두세 개 올려보고, 11월엔 그중 살아남은 것만 밀어주는 것. 새로 찍는 게 아니라 이미 찍어둔 것 중에 고르는 게 핵심이고요.
그러려면 우리 달력에서 딱 한 칸만 찾으면 돼요. 내가 못 정하는 날, 그러니까 플랫폼이 정해놓은 행사 시작일이요. 그 날짜에서 거꾸로 8주를 세면, 시험해볼 수 있는 구간이 지금 어디인지 바로 보여요.
멜로우는 돈이 많아서 일찍 움직인 게 아니라, 일찍 움직일 수 있는 것부터 움직였어요. 콘텐츠는 재고와 달라서 미리 내보내도 창고비가 안 들거든요.
지금 올려서 반응이 시원찮은 소재가 나와도 그건 손해가 아니에요. 9월에 건질 수 있는 제일 싼 정보거든요.
이미 찍어둔 사진 중에 하나만 골라서, 연말 각도로 다시 올려보세요!
9월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 치면서,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