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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뜨개 도안이 막히자, 직접 뜬 사람이 유리해졌다

한이룸 · 2026.10.25 · 읽는 시간 4분

엣시(Etsy)에서 '코바늘 도안'을 검색하면, 털이 북슬북슬한 하이랜드 소 인형이 다섯 번째로 뜨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사진이 AI 그림이라는 의심이 돌았죠.

NBC뉴스가 코바늘 도안 상품 17개에 달린 리뷰 48개를 읽어 봤는데요. 6명은 도안대로 뜨다 만 인형 사진을 올려 두었습니다. 사진 속 인형과 모양이 달랐거든요.

그 엣시가 AI 도안 금지를 꺼냈습니다. AI로 만든 뜨개·자수·재봉 도안과 레시피, 목공 설계도를 더는 팔 수 없어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봇이 올린 상품도 금지입니다.

판매자가 500만 명이 넘는 수공예 마켓이 'AI가 쓴 설명서'를 품목째 막은 셈이죠. 엣시는 "어떤 상품에 AI가 쓰였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을, 손님이 더 자주 사지 않는 이유 세 손가락 안에 꼽았습니다. 고객운영 부사장 제임스 오스만은 공지에 이렇게 적었어요. "우리 마켓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 믿을 때만 돌아갑니다."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닙니다. 한국에 사는 셀러도 페이오니아(해외 정산 계좌)를 연결하면 엣시에 가게를 열 수 있습니다. 거래 수수료는 결제 금액의 6.5%, 상품 등록비는 개당 20센트입니다. 손뜨개 도안이나 굿노트 속지 같은 디지털 파일은 한국어로 된 엣시 부업 안내서의 단골 품목이기도 하고요.

엣시 AI 도안 금지, 막힌 것과 남은 것

막힌 건 '따라 하면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상품'입니다. 뜨개·코바늘·재봉·자수·퀼트·비즈 도안, 레시피, 목공 설계도, 사용 설명서가 여기에 들어가요.

엣시가 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AI가 쓴 설명서엔 틀린 줄이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손님은 실과 시간을 다 쓴 뒤에야 그걸 알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뜨는 법 자체는 판매자 본인의 작업이어야 한다고 엣시가 못 박았습니다.

남은 것도 있어요. AI로 만든 그림은 판매자가 창작에 분명히 관여하고, 그 과정을 밝히면 계속 팔 수 있습니다. 엣시가 막은 건 AI 전체가 아니라, 손님이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설명서 쪽이에요.

보정 금지가 걸린 사진 한 장

손이 더 가는 건 사진입니다. 거의 모든 상품에 실제 배경 앞에서 찍은, 보정하지 않은 실물 사진을 한 장 이상 걸어야 해요.

이 한 장에는 자르기, 크기 조절, 수평 맞추기, 밝기 조절, 배경 바꾸기가 전부 안 됩니다. 흰 배경 누끼로 대표 이미지를 맞춰 온 스마트스토어 셀러에겐 낯선 주문이죠. 잘 찍는 기술보다, 손대고 싶은 마음을 참는 쪽이 더 어렵습니다.

나머지 사진은 AI로 보정해도 괜찮아요. 손님이 받을 물건과 똑같아 보이기만 하면 됩니다.

도안·레시피 판매자에겐 한 줄이 더 붙었습니다. 그 도안으로 실제 만든 결과물 사진을 보정 없이 걸어야 해요. 씨앗을 파는 가게라면 싹이 난 화분 사진까지 필요하다는 뜻이죠.

예외도 있습니다. 실물이 없는 디지털 파일은 손님이 받을 내용을 미리보기로 보여 주면 되고, 주문 제작 상품은 이전에 만든 실물을 보여 주면 돼요. 굿노트 속지라면 실제 속지 화면 몇 장이 그 역할을 합니다.

아직 날짜가 없는 단속

그럼 언제부터 걸릴까요? 발표문엔 그 날짜가 없습니다.

기존 상품을 언제까지 고치라는 마감도, 유예 기간도 나오지 않았어요. 새로 생긴 'AI 이미지 신고' 버튼은 처음엔 의견을 모으는 데만 쓰고, 바로 제재로 잇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AI 이미지를 걸러내는 탐지 도구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 넓힌다고 했는데요. 판매자가 직접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게 해 줄 도구는 '개발 중'이라는 한 줄뿐이었습니다.

판매자 반응은 대체로 반기는 쪽입니다. 다만 레딧엔 "이의 제기가 몇 초 만에 AI한테 자동 거절된다"는 불만도 올라왔어요. 오스만 부사장도 "오늘 모든 답을 갖고 있진 않다"고 인정했죠.

완성품 사진을 이미 가진 가게는 새 규칙의 첫 줄을 벌써 채워 둔 셈입니다.

직접 떠 본 사람의 몫

AI 도안 공장이 가장 싸게 못 만드는 건 완성품입니다. 그림은 몇 초면 나오지만, 인형은 누군가 실제로 떠야 생기니까요. 이번 규칙은 그 완성품을 가진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해외 도안 마켓 라벨리(Ravelry)엔 영어·한국어 도안을 같이 올리는 한국 공방도 이미 있어요. 디자이너 겸 강사인 엄마와 딸이 함께 꾸리는 '아틀리에 프료나'가 그런 곳입니다. 이런 작가들에겐 원래 해 오던 시험 뜨개와 완성품 촬영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단속 날짜가 비어 있으니, 먼저 맞춰 둔 가게는 그만큼 오래 앞서 있게 됩니다. 남겨 둘 기록은 두 가지면 충분해요.

시험 삼아 뜨는 중간 사진과 메모를 날짜와 함께 모아 두는 것, 그리고 완성품을 보정 없이 찍은 원본 한 장입니다. 저작 증명 도구가 어떤 모양으로 나오든, 날짜가 찍힌 시험 뜨개 기록은 직접 만들었다는 가장 쉬운 근거가 되거든요.

완성품이 나온 날엔 창가 자연광 아래 그대로 한 장 찍어 두세요. 그 한 장이 AI 그림과 내 도안을 갈라 줍니다. 다음 도안은 첫 코를 뜨는 날부터 날짜를 붙여 남겨 보세요.

— 미나킴 (코바늘은 아직 사슬뜨기까지만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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