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박스 인쇄소에서 답장이 와 있습니다. "로고는 AI 파일로 보내 주세요. JPG는 키우면 깨져요."
여기서 AI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파일이에요. 그 파일을 갖고 있던 디자이너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폴더에 남은 건 상세페이지에서 잘라 둔 로고 PNG 한 장이죠.
그동안은 이 한 장을 들고 외주를 다시 맡겼어요. 박스를 바꿀 때도, 쇼핑백을 새로 찍을 때도 같은 로고를 또 그려 달라고요.
PNG 한 장이 인쇄소용 벡터 파일이 됩니다
글자 잘 그리는 이미지 AI로 알려진 아이디오그램이 첫 벡터 모델 '아이디오그램 벡터 1.0'을 내놨는데요. 그동안 그림 파일만 만들어 주던 아이디오그램으로선, SVG 파일을 직접 써 주는 모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SVG는 그림을 점이 아니라 선과 면의 좌표로 저장하는 파일이에요. 그래서 스티커 크기에서 포스터 크기로 키워도 가장자리가 안 깨지고, 일러스트레이터·피그마에서 바로 열리죠.
쓰는 길은 두 가지예요. 문장으로 새 로고를 그리게 하거나, 갖고 있는 이미지를 올려 벡터로 바꾸거나요. 원본 없는 로고를 가진 쪽에 필요한 건 두 번째입니다.
JPG·PNG·WEBP를 50MB까지 올리면 되고, 프롬프트는 안 써도 돼요. 개발자용 API 요금으로는 한 장 바꾸는 데 0.10달러, 1달러를 1,400원으로 치면 140원쯤 되는 셈이죠.
참고로 PNG 파일 이름만 '.svg'로 고치는 꼼수는 안 통합니다. 아이디오그램 도움말에도 프롬프트에 '벡터'라고 적는다고 벡터가 되진 않는다고 친절하게 적혀 있더라고요.
색은 클릭으로 바뀌고, 글자는 도형으로 와요
바뀐 SVG는 도형마다 색값이 따로 붙어 와요. 피그마에서 로고를 눌러 남색을 시즌 컬러로 바꾸는 데 클릭 몇 번이면 됩니다. 흰 박스용 검정 로고와 크라프트 박스용 흰 로고를 한 파일에서 뽑을 수 있는 거죠.
다만 이미지에서 바꾼 파일은 도형이 묶음 없이 한 무더기로 와요. API 문서에도 '그룹 나누기는 아직 안 된다'고 적혀 있어서, 글자끼리·그림끼리 묶는 정리는 직접 해야 합니다.
문구는 사정이 달라요. 리뷰들은 결과물 속 글자가 다시 타이핑할 수 있는 글자가 아니라, 글자 모양을 한 도형으로 올 수 있다고 짚었어요. '○○상회'를 '○○상점'으로 바꾸려면 그 글자 도형을 통째로 갈아 끼워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인쇄소 앞에선 이게 흠이 아니에요. 인쇄 파일 안내에 단골로 나오는 말이 "글자는 윤곽선(아웃라인) 처리해서 보내 주세요"거든요. 인쇄소 컴퓨터에 그 폰트가 없으면 글자가 바뀌거나 깨지기 때문이에요.
리뷰가 한계로 꼽은 바로 그 상태가, 인쇄소가 원래 받고 싶어 하던 파일인 셈입니다.
내 로고를 올리기 전에 세 가지만 봐 주세요
무료로 되는 범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가입하면 매주 30크레딧이 무료로 들어오는데요. 이메일로 가입하면 무료 크레딧이 없으니 가입 버튼부터 골라 누르는 게 좋아요.
벡터 변환 한 번에 몇 크레딧이 드는지는 공식 문서에 아직 없어요. 앱에서 쓸 수 있는 기능도 계정마다 다를 수 있다고 적혀 있어서, 한 장 돌려 보고 줄어든 크레딧을 확인하는 게 제일 빠릅니다.
하나 더, 무료 플랜에서 만든 결과물은 전부 공개 피드에 올라가요. 약관상 공개된 결과물은 다른 이용자가 리믹스할 수도 있죠. 우리 가게 로고가 남의 시안 재료로 돌아다니는 게 싫다면, 새 결과물이 비공개로 남는 플러스(월 20달러, 연간 결제 시 월 15달러)나 출력이 기본 비공개인 API 쪽이 맞습니다.
상업 이용. 약관은 결과물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상업적 이용도 막지 않는다고 적어 뒀어요. 회사 쪽에 권리가 생기면 이용자에게 넘긴다는 문장까지 있죠. 물론 올리는 로고가 내 가게 것이어야 한다는 건 기본 전제입니다.
한글이 버티는지. 아이디오그램은 한국어 지원을 따로 밝히지 않았어요. 다만 이미지 변환은 글자를 읽어서 다시 쓰는 게 아니라 생긴 모양을 도형으로 옮기는 일이라, 볼 건 맞춤법이 아니라 획이거든요.
'ㅎ' 꼭지나 작은 받침처럼 가는 획이 제자리에 붙어 있는지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보세요. 변환 방식은 도형을 적게 쓰는 '심플', 잔 디테일을 살리는 '디테일', 알아서 고르는 '자동'으로 나뉩니다. 획이 가는 로고라면 디테일로 한 번 더 돌려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돼요.
배경은 미리 잘라 내고 올리는 게 좋아요. 흐릿한 사진보다 또렷하게 그려진 그림일수록 잘 바뀐다는 후기도 있었죠.
외주로 남길 일은 문구 수정 하나예요
색을 바꾸려고, 크기를 키우려고, 인쇄소가 달래서 맡기던 외주라면 이제 PNG 한 장으로 먼저 해 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에게 남겨 둘 일은 가게 이름을 바꾸거나 새 문구를 넣는 작업 정도죠. 견적서에서 '파일 변환' 줄 하나가 빠지는 것만으로도 다음 박스 주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다음 인쇄소 답장이 오기 전에, 상세페이지에서 잘라 둔 그 로고 PNG부터 한 장 올려 보세요!
— '로고_최종_진짜최종.png'를 오늘 처음 제대로 열어 본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