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해외 크리에이터 100명으로 바이럴 시딩 캠페인 하나를 돌리려면 먼저 훑어봐야 하는 사람 수예요. 해외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시딩은 제품을 여러 크리에이터에게 한꺼번에 보내 같은 시기에 퍼뜨리는 방식이고요.
고른 뒤엔 연락이 9천 번 가까이 오간다고 합니다. 한 달로 나누면 하루 300번, 매일 "협업 제안드립니다"만 치다 퇴근하는 셈이죠.
인덴트코퍼레이션이 이 1천 명과 9천 번을 AI 에이전트에게 넘기는 '인덴트M'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어요. 에이전트는 사람 대신 여러 단계를 이어서 처리하는 AI를 말해요.
리뷰 솔루션 브이리뷰를 만든 회사이고, 해외 인플루언서 서비스 스프레이IO로 3년간 100개 넘는 브랜드와 930건 넘는 캠페인을 돌린 데이터 위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사람이 한 달 내내 봐도 1천 명인 걸, AI는 1분에 약 1천만 명 훑는대요.
연합뉴스는 이 소식을 "별도 마케팅 조직이 없는 1인 브랜드나 소규모 사업자도 AI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해외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정리했어요. 회사가 밝힌 대상 국가는 72개국이라, 대행사를 끼고 하던 해외 섭외가 채팅창 하나로 들어온 거죠.
값도 낮춰 잡았습니다. 윤태석 대표는 이용료를 "월 10만원 언더로" 하려 한다고 했는데, "아직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 같이 나왔고 크리에이터 원고료는 따로예요.
3분 만에 나온 해외 인플루언서 마케팅 견적서
시연 제품은 선크림이었어요. 윤 대표가 뷰티 브랜드 상품 링크를 넣고 이렇게 쳤습니다.
"미국에 있는 서퍼들을 유럽으로 보내 선크림을 바르고 서핑하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마이크로·나노 인플루언서를 각각 50명씩 활용하겠습니다."
3분이 안 돼 화면에 예상 집행비 약 7,600만 원이 떴어요. 크리에이터를 인도네시아 쪽으로 바꾸자 2천만 원대로 내려갔고요. 다만 국가별 희소성과 촬영 난이도를 따진 AI 예상치라, 실제 집행비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견적을 승인하면 그다음은 AI 차례예요. 이메일과 DM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연락하고, 콘텐츠가 올라오면 조회수와 반응을 따라가 보고서까지 씁니다.
광고비로 따지면, 크리에이터를 찾고 DM을 보내던 사람 몫의 시간을 AI가 가져간다는 얘기예요. 이 정도면 AI 인맥이 제 카톡 친구 목록보다 넓더라고요.
서퍼 입에서 나오면 곤란한 단어 하나
그런데 보도된 기능 목록을 다시 보면 크리에이터 찾기, 원고료 계산, 연락, 게시 확인, 성과 보고서까지예요. 서퍼가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는 그 목록에 없죠.
선크림이라 이게 더 중요해집니다. 미국에선 FDA가 선크림에 '워터프루프'라는 주장을 못 하게 막아 뒀거든요. 미국피부과학회 설명으로는 '워터 레지스턴트'를 40분이나 80분으로 적는 게 허용된 표현이에요.
시연에서 AI는 상품 링크, 그러니까 상세페이지를 읽고 출발했어요. 한국 상세페이지에 적힌 자랑이 미국 서퍼의 대사 재료가 되는 구조인 거죠. 그 문장을 미국에서 써도 되는지는 1분에 1천만 명을 훑는 속도와는 다른 문제예요.
윤 대표도 이 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자유도가 높은 만큼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되게 잘할 수 있고 되게 못할 수 있다"고 했죠. 회사가 붙인 단계 이름도 AI가 거드는 '4.5세대'이고, 기획은 여전히 마케터가 맡는다는 설명이었어요.
조회수 3배 뒤에 있던 '커플' 기획
이 회사의 2년 전 사례가 그 차이를 보여 줘요. 인덴트 마케팅 자회사 제리와콩나무가 남성 뷰티 브랜드 캠페인을 맡았을 때, '마초적인' 남성 인플루언서 대신 '커플' 키워드를 골랐습니다.
영상 첫 3초는 커플이 시선을 잡고, 그다음에야 제품을 꺼내는 구성이었어요. 결과는 기존 캠페인 대비 조회수 약 3배였다고 해요.
조회수를 가른 건 누구를 찾았느냐만이 아니라 '커플'과 '3초'라는 기획이었던 셈이죠. 당시 김충수 대표도 차별점을 묻자 "뾰족한 기획력"을 꼽았습니다.
계정이 열리기 전, 서퍼에게 건넬 종이 한 장
인덴트M은 먼저 마케팅 대행사 직원, 인플루언서 마케팅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와 N잡러에게 계정을 열고, 데이터가 쌓이면 일반 이용자로 넓힌다는 계획이에요. 직접 쓰든 이걸 쓰는 프리랜서에게 맡기든, AI에 넣을 첫 입력은 결국 셀러 손에서 나와야 하죠.
그 종이엔 거창한 기획서 대신 세 줄이면 돼요. 카메라에 찍힐 우리 제품의 한 장면, 그 나라에서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단어, 첫 3초에 보여야 할 것.
이 세 줄은 인덴트M이 열리든, 다른 대행사를 쓰든, 내일 DM 한 통을 직접 보내든 그대로 쓰입니다. AI는 상세페이지를 읽고 서퍼의 대사 재료를 고르니, 그 앞에 이 종이를 끼워 두면 "워터프루프는 빼 주세요"를 대신 말해 주는 셈이죠.
오늘 밤엔 메모장을 열고, 우리 제품이 카메라에 찍힐 한 장면부터 첫 줄에 적어 보세요!
— 선크림은 40분마다 다시 바르는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