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는 큰 회사나 하는 거지."
유튜브 광고를 한 번이라도 돌려 본 셀러라면 이렇게 넘겼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한 광고 대행사 대표는 유튜브 TV 광고, 그러니까 거실 TV 화면에만 뜨는 유튜브 광고를 일부러 고릅니다.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클릭값이었어요. 그가 맡은 계정에선 클릭 한 번 값이 구글 쇼핑광고의 약 4분의 1이었거든요.
이 설정은 한국 구글 광고 계정에도 있는 버튼입니다. 구글은 TV 화면 광고에 상품 목록과 QR 코드를 붙이는 기능을 전 세계 계정에 열어 뒀거든요.
휴대폰·태블릿·PC를 끈 유튜브 TV 광고
주인공은 알렉스 월저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커머스 광고 대행사 세번트 신디케이트를 운영하죠. 연 매출 100만 달러대에서 수천만 달러대 브랜드의 구글 광고를 맡습니다.
그가 미국 이커머스 매체 프랙티컬 이커머스의 팟캐스트에서 밝힌 설정은 한 줄이었어요. "모바일, 태블릿, 컴퓨터를 제외합니다." 그러면 남는 기기는 TV뿐입니다.
그가 꺼낸 숫자는 이렇습니다. 영상이 인기 있으면 TV 화면 유튜브 광고의 클릭당 비용은 0.6~1.15달러. 같은 구글의 쇼핑광고는 클릭당 3~4달러가 든다고 했죠.
서로 다른 두 광고 상품의 가운데 값끼리 놓고 보면, TV 쪽이 쇼핑광고의 약 4분의 1입니다.
이유로는 시청 태도를 들었습니다. TV 앞 시청자는 "더 소비하는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휴대폰은 엄지 한 번이면 넘어가지만, TV 앞에선 리모컨부터 찾아야 하니까요. 리모컨이 소파 쿠션 사이에 끼어 있는 집이라면 더 그렇겠죠.
다만 이 숫자는 월저 한 사람의 경험치입니다. 전환율이나 광고수익률 자료는 내놓지 않았어요.
소파에서 영상을 보다 누른 클릭과 검색창에 상품명을 치고 누른 클릭은, 값이 싸도 구매 의도까지 같다고 보긴 어렵죠.
시청 시간 48%, 광고비 29%
클릭값이 싼 이유는 다른 숫자에서 더 잘 보입니다. 닐슨코리아가 한국광고주대회 세미나에서 미국 집계를 소개했는데요.
미국 TV 화면 시청 시간의 48%가 스트리밍인데, TV 광고비 가운데 커넥티드TV(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 몫은 29%였습니다. 사람은 이미 옮겨 갔는데 광고비는 덜 따라온 상태죠. 경매에서 입찰자가 적은 자리는 값이 낮게 잡힙니다.
구글도 자체 수치를 냈습니다. 디맨드젠(유튜브·디스커버 등에 영상·이미지 광고를 내는 캠페인)에 TV 화면을 포함하면, 같은 광고수익률에서 전환이 평균 7% 더 나왔다고 해요. 구글 내부 실험이라는 단서가 붙은 숫자입니다.
TV 화면 옆에 뜨는 상품 목록과 QR 코드
그럼 TV 앞 손님은 무엇으로 물건을 살까요. 구글이 내놓은 답은 손님 손에 이미 들린 휴대폰입니다.
디맨드젠·퍼포먼스 맥스 캠페인에서 TV 화면을 켜고 구글 머천트센터 상품 피드를 연결하면, 광고 옆에 상품 목록이 뜹니다. 시청자는 리모컨으로 목록을 넘겨 보다가 QR 코드를 찍거나 '휴대폰으로 보내기'를 누르면 되죠. 구글 안내서에는 이 기능을 "전 세계" 계정에서 지금 쓸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검색창에 상품명을 치던 손님이, 영상을 보다가 화면 속 목록에서 바로 고르는 셈입니다. 상품을 찾는 자리가 휴대폰 검색창에서 거실 화면까지 넓어진 거예요.
상품 피드가 없어도 길은 있습니다. 영상 캠페인을 만들 때 'TV 화면에 최종 URL을 QR 코드로 표시' 체크박스를 켜면, 광고에 연결한 주소가 QR로 뜹니다.
빈칸도 있어요. QR은 오래된 TV에선 뜨지 않고, 미국 유료 방송 상품인 'YouTube TV'나 구글 TV 지면에도 붙지 않습니다. 상품 목록을 띄우려면 상품 이미지가 500×500픽셀 이상이어야 하고요.
월저의 운영 기준도 함께 볼 만합니다. 한 사람에게 2.3~4번 보이는 게 적당하고, 4~5번을 넘기면 과하다고 봤어요. "네다섯 번 보고도 반응이 없으면 앞으로도 안 한다"는 거죠.
판매까지 30일 넘게 걸릴 수 있으니, 성과는 첫 클릭 기준으로 잰다고 했습니다.
한국 거실에서 TV를 켜면 먼저 여는 앱
한국은 어떨까요. 케이티 나스미디어가 인터넷 이용자 약 2,000명에게 묻는 연례 이용자 조사(NPR)에서, TV로 주로 쓰는 영상 서비스 1위는 유튜브(33.8%)였습니다. 실시간 TV 채널(31.6%)과 넷플릭스(24.0%)가 뒤를 이었죠.
10대는 절반이 넘는 50.8%가 TV로 유튜브를 본다고 답했어요.
그렇다고 미국과 같은 속도는 아닙니다. 닐슨코리아는 한국 TV 시청 시간의 약 70%가 아직 지상파·종편·케이블이라고 짚었습니다. 한국 거실은 미국보다 한 박자 늦게 옮겨 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월저의 1달러가 한국에서도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직접 재 보는 게 가장 빠르죠.
이미 돌리는 유튜브 광고 캠페인을 하나 복사해 기기를 TV 화면만 남기고, 같은 영상·같은 예산으로 2주를 나란히 돌려 클릭당 비용을 비교하면 됩니다. TV는 가로 화면이니, 세로 숏폼보다 상품명과 패키지가 크게 잡히는 가로 영상을 고르는 편이 낫고요.
광고비를 아끼는 방법이 '휴대폰 좀 그만 봐'라니, 어디서 많이 듣던 잔소리입니다. 이번 연말 캠페인에선 기기 설정에서 휴대폰 체크 하나만 풀어 보세요!
— 소파 쿠션 사이에서 리모컨을 찾다가 광고 15초를 끝까지 본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