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마존에서 손님이 물건을 돌려보내지 않아도 환불받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름은 아마존 반품 없는 환불(FBA Returnless Resolutions), 셀러가 켜 둔 상품에서만 작동해요.
아마존은 영국 셀러 포럼 공지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영국 다섯 스토어 적용을 알렸습니다. 대상은 아마존 창고에 재고를 맡긴 FBA 셀러죠.
지난 #96에서 다뤘던 '피규어 대신 땅콩버터' 반품 이야기의 다음 장입니다. 그때 미국 장난감 셀러는 반품 승인 버튼이 아마존 손에 있다고 하소연했는데요. 이번엔 아예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대신, 어느 가격까지 그럴지는 셀러가 정합니다.
미국에서 이 제도를 처음 낼 때 아마존 반품 담당 부사장 고팔 필라이는 해외 셀러와 저가 상품에 특히 편할 거라고 짚었어요. 리테일다이브의 보도입니다.
해외에서 들어온 셀러가 파는 저가 상품이라면, K뷰티 단품이 딱 그 자리죠. 한국 셀러의 아마존 뷰티 매출은 올해 1~9월 작년의 2배 수준으로 컸고, 아마존은 내년에 K뷰티 브랜드 약 100곳의 유럽 진출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75유로 아래, 셀러가 고른 상품만
켜는 곳은 셀러센트럴의 설정 > 아마존 배송(FBA) > 'FBA 반품 평가·소유권 설정'입니다. 여기서 최대 상품가를 1~75유로 사이로 정해요. 영국은 1~75파운드입니다.
전체 상품에 걸고 빼고 싶은 것만 CSV 파일로 제외할 수도 있고, 고른 ASIN(아마존 상품 번호)에만 걸 수도 있습니다.
손님이 반품을 요청하면 아마존이 건마다 따집니다. 상품 가격, 그 손님의 반품 이력, 카테고리, 셀러 계정 상태를 보죠. 기준에 못 미치면 평소처럼 물건이 창고로 돌아옵니다.
스마트스토어에서 회수 택배비가 상품값보다 비싸면 "보내지 마시고 그냥 쓰세요" 하고 환불만 해 주던 그 판단이에요. 유럽 아마존은 그 판단을 설정 하나로 옮겨 놓았습니다.
봉인 뜯긴 세럼이 가는 곳
아마존 유럽은 위생·피부 사용 상품에 대해 "공장 봉인이 온전하지 않으면 반품 상품은 판매 불가로 처리된다"고 셀러들에게 안내해 왔어요.
그러니까 한 번 뜯긴 세럼은 창고로 돌아와도 다시 진열되지 않습니다. 남는 건 폐기나 회수인데, 이것도 공짜가 아니죠.
현재 유럽 FBA 요금표를 보면 200g 이하 상품 폐기가 개당 0.74유로입니다. 쓰레기통까지 가는 택배비를 따로 내는 셈이에요.
거기다 반품률이 카테고리 기준을 넘는 상품엔 '고반품률 반품 처리 수수료'가 붙습니다. 독일 창고 기준으로 100g 이하 소형 봉투 상품이 개당 2.22~2.42유로예요.
반품 없는 환불로 끝난 건에는 이 수수료를 물리지 않습니다. 다만 반품률 집계엔 그대로 들어가고, 손님이 가진 물건값을 아마존이 보상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봉인이 뜯겨 돌아올 물건이라면, 어차피 잃는 재고에 수수료만 덜 내는 쪽이 됩니다. 봉인째 돌아와 다시 팔 수 있었던 물건이라면, 그만큼은 셀러가 손해를 보고요.
상한선을 어디에 걸지는 결국 이 두 경우의 비율이 정합니다.
미국에서 2년 먼저 켜진 설정
미국 셀러 포럼에는 이미 불만도 올라와 있습니다. 비싼 주문까지 반품 없이 환불됐다는 글들이에요.
아마존은 손님의 반품 이력을 판단 기준에 넣고, 셀러는 그 결과를 FBA 반품 페이지의 '반품 상태' 열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24년 8월에 이 제도를 열었고, 가격 상한으로 거는 방식은 2025년 11월에야 붙었어요. 유럽은 그렇게 다듬어진 버전을 처음부터 받았습니다.
다만 이건 아마존 유럽 창고에 재고를 둔 FBA 셀러의 이야기예요. 한국에서 직접 부치는 셀러는 이번 공지 대상이 아닙니다.
뜯으면 다시 못 파는 10유로 안팎의 단품이라면, 물건을 되찾아 오는 길보다 손님 손에 두는 길이 셀러에게도 덜 듭니다. 봉인째 돌아오는 일이 잦은 세트 상품은 상한선 위에 두면 되고요.
유럽 창고로 재고를 옮기는 셀러라면, 상한선 숫자 하나를 첫 입고 때 같이 정해 두고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땅콩버터 대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반품이라면, 이번엔 셀러 쪽이 먼저 웃을 차례입니다!
— 폐기 요금표의 0.74유로 줄에 형광펜을 그어 둔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