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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문은 몇백 건인데, 알렉사는 4억 명이 썼다

한이룸 · 2026.11.01 · 읽는 시간 4분

몇백 건.

미국 1위 배달앱 도어대시가 바깥 AI 에이전트에게서 받은 주문을 다 합친 숫자입니다. 토니 쉬 CEO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직접 밝혔어요.

같은 날 아마존은 자사 AI 쇼핑비서 '알렉사 포 쇼핑(Alexa for Shopping)'을 최근 12개월 동안 쓴 손님이 4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88에서 아마존 AI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안 읽는다는 얘기를 할 때 3억 5천만 명이던 숫자죠. 석 달 사이 5천만 명이 늘었습니다.

한국 셀러에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이유도 숫자로 나와 있어요. 올해 1~9월 한국 셀러가 아마존에서 올린 뷰티 매출은 1년 전의 두 배 가까이 됐고, 미국에서 팔리는 K뷰티의 약 44%가 아마존에서 거래됩니다.

AI가 대신 장 보는 시대라는 말은 맞습니다. 다만 그 장은 아직 아마존 안에서 보고 있어요.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 전에 손볼 곳도 알렉사가 읽는 상세페이지 쪽입니다.

몇백 건과 9억 9,300만 건

도어대시가 3분기에 처리한 전체 주문은 9억 9,300만 건이었습니다. 바깥 에이전트 주문 몇백 건을 옆에 놓으면 비율에 소수점 뒤 0이 네 개 붙어요.

그것도 한 분기 주문하고만 비교했을 때 얘기죠. 쉬 CEO가 말한 몇백 건은 '지금까지 다 합쳐서'였거든요.

TechCrunch에 따르면 이 주문은 메타의 쇼핑 에이전트 뮤즈(Muse) 같은 외부 AI에서 들어왔습니다. 쉬 CEO는 "기술의 중력과 싸우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망상에 빠져서도 안 된다"고 했어요.

앤디 재시 아마존 CEO의 진단도 같은 쪽입니다. 바깥 에이전트로 쇼핑하는 손님은 아직 적고, "경험이 아직 좋지 않고 아마존에 직접 와서 원클릭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편하지도 않다"고 했죠.

물론 재시는 챗GPT와 뮤즈가 아마존 상품을 긁어 가지 못하게 막아 둔 집주인입니다. 덜어서 들어야 할 말인데요. 이번엔 남의 회사인 도어대시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알렉사 포 쇼핑이 손님 대신 하는 일

재시가 꼽은 알렉사의 일은 이렇습니다. 상품을 조사하고, 선택지를 비교하고, 1년 치 가격 이력을 확인하고, 손님 대신 가격이 내려가는지 지켜보죠.

1년 치 가격 이력은 블프 시즌에 특히 쓸모가 있습니다. 세일 직전에 정가를 슬쩍 올려 두는 할인은, 이제 1년 치 영수증 묶음을 든 비서가 손님 옆에 서 있는 셈이에요.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알렉사를 쓰는 미국 손님은 주문 한 번에 50% 더 쓴다"는 숫자입니다. 지난 분기 발표 때는 40%였어요.

다만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을 나란히 놓은 비교라서, 알렉사 덕분에 더 산다는 증명까지는 아닙니다. 원래 많이 사는 사람이 알렉사를 먼저 켰을 수도 있죠.

셀러 입장에선 그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많이 담는 손님들이 지금 알렉사에게 묻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니까요.

상품 이름 대신 고민을 꺼내는 손님

그럼 알렉사는 무엇을 보고 상품을 고를까요. 아마존은 고르는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건 재료뿐이에요.

아마존 설명으로는 알렉사가 "수억 개 상품의 상세 정보와 리뷰", 그리고 손님의 쇼핑 기록을 바탕으로 비교를 돕습니다. 전신인 루퍼스(Rufus)를 처음 낼 때도 상품 카탈로그와 리뷰, 커뮤니티 Q&A, 웹 정보로 학습했다고 밝혔고요.

손님이 묻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아마존에서 AI 쇼핑을 맡은 나탈리 즈무다는 올가을 셀러 행사 액셀러레이트(Accelerate)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손님은 더 이상 검색창에 상품명을 치지 않습니다. 도움과 아이디어를 얻으러 아마존에 옵니다."

쿠팡 검색창에 '수분크림' 대신 '히터 때문에 오후만 되면 볼이 당겨요'를 치는 손님이 생긴 셈이죠.

이 대목이 K뷰티 셀러에게 반가운 이유가 있습니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는 "아직 K뷰티를 구매하지 않은 고객이 5명 중 4명이나 남아 있다"고 했어요.

한국 브랜드 이름을 모르는 손님은 이름으로 검색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고민을 말하죠. 그 고민에 답하는 문장이 내 상세페이지에 있어야, 처음 보는 브랜드라도 알렉사가 꺼내 쓸 재료가 생깁니다.

리뷰 창에 먼저 와 있는 손님의 말

그 문장을 새로 지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손님의 고민은 이미 내 리뷰 창에, 손님 말투 그대로 적혀 있어요.

별 4~5개 리뷰를 열고 "when", "after", "because"가 들어간 문장부터 골라 보세요. 가령 "I use it after my morning run when my face is red"(아침 달리기 뒤 얼굴이 빨개졌을 때 써요) 같은 문장이요. 손님이 언제, 왜 썼는지가 한 줄에 들어 있습니다.

그 상황을 불릿 첫머리로 옮기면 됩니다. "판테놀 5% 진정 크림"보다 "운동 뒤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는 크림, 판테놀 5%"가 손님이 알렉사에게 하는 말에 더 가깝거든요. 성분명은 지우지 말고 뒤로 보내면 됩니다.

블프까지 남은 한 달을 바깥 AI 에이전트 대응에 쓸 이유는 아직 없습니다. 도어대시의 몇백 건과 아마존의 4억 명이 같은 날 그 답을 냈어요. 지금 돈이 도는 AI는 아마존 안에 있고, 그 AI 앞에서 손님은 "오후만 되면 볼이 당겨요" 같은 고민부터 꺼냅니다.

K뷰티를 아직 모르는 다섯 명 중 네 명이 올겨울 처음 말을 거는 상대가 알렉사라면, 그 대화에 들어갈 문장은 오늘 써 둘 수 있습니다. 리뷰 한 줄을 불릿 한 줄로 옮기는 것, 시작으로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 도어대시 앱으로 저녁을 시키며 0을 한 번 더 세어 본 미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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