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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한 번 안 하고 300달러 와인잔을 파는 LA 가게

한이룸 · 2026.10.28 · 읽는 시간 5분

"SEO요? AI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쇼피파이 팟캐스트 진행자가 웃으며 건넨 말입니다. 맞은편엔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10년을 버틴 LA의 작은 리빙 편집숍 주인이 앉아 있었죠.

우리 쪽 사정은 좀 다르잖아요. 키워드 입찰가가 오르면 속이 쓰리고, 검색 순위가 한 칸 밀리면 그날 주문이 비고요.

그런데 이 가게 주인은 그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검색에 기댄 적이 없거든요.

가게 이름은 더 굿 리버(The Good Liver). 주인 버트 윤은 디즈니·픽사·넷플릭스 같은 스튜디오에서 일해 온 애니메이션 작가 겸 연출가예요.

이름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 '봉 비방'을 영어로 옮기다 나왔어요. 사전에 'the good liver'가 뜨자 처음엔 장기 '간'인 줄 알고 한참 웃었다고 하죠. 간 영양제 가게는 아닙니다.

파는 건 이런 물건이에요. 한 잔에 300달러가 넘는 와인잔, 250~300달러짜리 펜, 200~400달러짜리 토트백. 대부분 일본 장인들이 만든 생활용품이죠.

시작은 일본의 식당들이었어요. 일본에서 유학하던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젓가락 한 벌, 컵 하나까지 고르는 정성에 홀딱 빠졌대요.

그러자 친구들이 묻기 시작했죠. "제일 좋은 맥주잔은 어디서 사?" "일본 가면 밥솥 하나만 사다 줄래?" 애니메이션 일에 지쳐 가던 버트는 그 질문들에서 가게를 봤습니다.

"이 가격에 이걸요? 말도 안 되죠"

버트는 겁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매주 꼬박꼬박 급여가 나오는 스튜디오를 떠날 자신이 없었고, 매장을 낼 돈도 없었죠.

그래서 온라인부터 열었어요. 사람 쓸 예산이 없으니 사진 촬영, 보정, 상품 등록, 사이트 디자인까지 전부 혼자 했고요.

그가 아는 마케팅은 인스타그램 하나뿐이었죠. "좋은 사진을 찍고 제품 얘기를 재밌게 하면 손님이 알아서 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1년 넘게 웹사이트엔 방문자가 거의 없었고, 인스타 팔로워는 500명을 못 넘겼습니다.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상세페이지는 화보인데 유입은 1년 내내 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예요.

그나마 본 사람들 반응은 이랬대요. "뭐? 이게 이 가격이라고? 말도 안 돼."

그래도 버트는 사진 탓을 하지 않았어요. 물건이 원래 그런 물건이었거든요.

"직접 보고, 손에 쥐고, 무게를 느끼고, 디테일을 봐야 값어치를 안다고 생각해요. 손에 쥐어 보면 그 가격이 납득될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그래서 매장을 내기로 마음먹었죠. 자리는 LA 아트 디스트릭트였습니다.

"재고가 네 개뿐이었거든요"

주변 조언은 한결같았어요. SEO를 해라, 광고를 해라. 안 하는 버트를 다들 바보 취급했다고 하더라고요.

상담도 여러 번 받았어요. 결론은 늘 두 가지였죠.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그리고 이건 도박에 가깝다.

"해마다 수천 달러를 쓰면서 뭔가 하나 터지길 바라는 거잖아요."

실제로 터진 적도 있어요. 인스타 게시물이 몇 번 퍼져서 여기저기서 문의가 쏟아졌죠. 그런데 두어 시간 만에 품절이었어요. 재고가 네 개였거든요.

동네 빵집이 전국 방송을 탄 날, 진열대에 식빵이 네 줄 남은 거랑 비슷해요. 이름은 퍼졌는데 팔 게 없는 거죠.

굿 리버 물건은 주문 제작이 많아요. 광고든 바이럴이든 '터지면 실어 보낼 물량'이 있어야 계산이 맞는데, 이 가게엔 그 물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트는 광고 대신 다른 걸 꾸준히 했어요. 뉴스레터, 스토리, 게시물로 "우리 아직 여기 있어요, 새 물건 하나 들어왔어요"를 알리는 일이었죠.

나머지는 손님 몫이었어요. "모든 게 입소문으로 일어났다고 믿어요. 매장에 온 사람들이 결이 맞는 사람들을 데려왔거든요."

"손에 쥐어 봐야 알아요"

굿 리버 손님은 대부분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음악가입니다. 버트 말로는 다들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라 물건 하나에 들어간 고생을 알아본대요.

이 사람들은 누가 "거기 한번 가 봐"라고 해서, 가게 이름을 들고 찾아온 손님이에요.

그러자 웹사이트가 하는 일도 바뀌었습니다. LA에 살지 않는 손님 문의가 늘자, 그 사람들을 자사몰로 안내하기 시작했거든요.

자사몰 사진은 손에 쥔 느낌이 나도록 여러 각도에서, 질감이 보일 만큼 가까이 찍죠. 설명엔 버트가 그 물건에 끌린 이야기를 적고요.

이름을 이미 아는 사람이 멀리서도 물건을 사 가는 창구가 된 겁니다.

물론 공짜로 얻은 길은 아니었어요. 애니메이션을 그만두려고 시작한 가게였는데, 매장을 열자 생활비도 가게 유지비도 감당이 안 됐어요. 결국 버트는 애니메이션 일로 돌아갔죠.

2019년 무렵엔 첫 아이가 태어났고 곧 코로나가 왔어요. 일본 장인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던 출장길도 끊겼고요. 버트는 남들이 잘 안 보는 잡지를 뒤지며 물건을 찾았대요.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굿 리버는 지금 흑자를 내고, 버트는 사업 감각을 채워 준 아내 덕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광고와 SEO에 쓴 돈은 0달러예요.

입소문이 광고보다 계산이 맞는 가게

"SEO는 하나도 몰랐어요. 지금도 몰라요." 팟캐스트에서 버트가 한 말이죠.

굿 리버는 사진으로는 값이 안 전해지는 물건에 손에 쥐어 볼 자리부터 만들었죠. 거기서 만난 손님이 다음 손님을 데려오게 했습니다.

검색으로 온 손님은 검색 화면이 바뀌면 길을 잃어요. 손에 쥐어 본 손님은 가게 이름을 들고 다시 오고요. AI가 검색 결과를 대신 정리해 줘도, 이름을 아는 손님은 그 이름을 그대로 찾아옵니다.

이 계산이 특히 잘 맞는 가게가 따로 있죠. 촉감·무게·향처럼 사진에 안 담기는 게 값의 절반인 물건, 주문 제작이라 한 번에 많이 못 만드는 물건을 파는 곳이요.

매장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플리마켓 한 칸, 남의 가게 선반 하나도 손님이 물건을 쥐어 볼 자리는 되거든요.

대신 이번 달엔 숫자 하나만 지켜보면 됩니다. 스마트스토어 통계의 검색 키워드 가운데, 우리 가게 이름으로 들어온 유입이 얼마나 되는지요.

그 숫자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면 광고비 일부를 손님이 직접 만져 보는 자리로 옮길 근거는 이미 생긴 거죠. 다음 달 예산표에 그 한 줄부터 넣어 보세요!

— 집에 있는 제일 무거운 잔을 괜히 한 번 들어 본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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