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찍은 강아지 하네스 영상, 뒤에 바다만 안 찍혔어도 10월에 한 번 더 쓸 텐데."
영상 폴더를 열 때마다 드는 이 생각, 이제 영상 배경 제거 AI로 풀 수 있게 됐어요. 싸지만 아직 가볍진 않은 방법으로요. 페이스튠을 만든 이스라엘 회사 라이트릭스가 자기네 영상 AI 브랜드 LTX에서 '알파 젠(Alpha Gen)' 베타를 무료 모델로 내놨거든요. 그린스크린 없이, 이미 찍은 영상에서 피사체만 떼어내는 기능입니다.
영상이 철 지나는 건 상품 탓이 아니에요
하네스는 내년 봄에도 똑같이 팔려요. 철이 지나는 건 뒤에 찍힌 파도와 반팔 입은 팔이죠.
그래서 시즌이 바뀌면 다들 다시 찍습니다. 크몽에 올라온 휴대폰 셀프캠 15초 뷰티 숏폼 상품 하나를 보면, 가장 싼 패키지가 25만 원이에요. 촬영 30분에 작업 7일, 수정은 없고요.
거실에 초록 천을 걸고 직접 해본 분이라면 아실 거예요. 천 주름부터 다리미질해야 하고, 강아지는 그 초록 천을 새 장난감으로 압니다.
털, 머리카락, 따르는 물까지 떼는 영상 배경 제거 AI
알파 젠에 평범한 영상을 넣으면, 같은 길이의 흑백 영상이 하나 돌아와요. 흰색은 남길 곳, 검은색은 비울 곳, 회색은 반쯤 비치는 곳입니다.
이 흑백 지도를 알파 매트라고 불러요. 원본 위에 겹치면 피사체만 남고 뒤가 뚫리죠. 그 빈자리에 눈 내린 배경이든 크리스마스 거실이든 새로 깔면 됩니다.
그린스크린도, 손으로 따는 마스크도, 프롬프트(AI에게 치는 지시문)도 필요 없어요. 공식 모델 페이지에 올라온 예시 여섯 개 중엔 강아지 털, 따르는 물, 역광 속 머리카락, 얇은 커튼이 들어 있습니다. 누끼 외주에서 웃돈이 붙던 바로 그 재료들이에요.
하나 더 반가운 점이 있어요. LTX는 매트가 원본 위에 더해질 뿐, 화면을 새로 그리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유리병 라벨 글씨가 슬쩍 뭉개질 걱정이 그만큼 줄어요.
현업 반응도 빨랐습니다. 영상 합성 전문가들이 모이는 포럼 로직(Logik)에선 공개 당일, 한 사용자가 기존 전문 도구들과 나란히 돌려본 뒤 이렇게 남겼어요. "그 한계 안에서만 쓰면, 와, 이거 진짜 됩니다."
주인공은 AI가 고르고, 한 번에 5초예요
그 '한계'가 셀러에겐 사용 설명서예요.
먼저 길이. 공식 문서 권장은 121프레임 이하예요. 초당 24프레임 영상이면 약 5초, 휴대폰에서 흔한 초당 30프레임이면 4초 남짓이죠. 더 길면 잘라서 나눠 돌린 다음 이어 붙여야 하고, 화면 크기는 풀HD까지입니다.
다음은 주인공. 무엇을 남길지는 AI가 '이 장면의 주인공'이라고 판단한 걸로 정해요. 카메라와의 거리보다 장면의 의미를 보고 고른다고 하고, 지시문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그래서 강아지가 하네스를 차고 걷는 컷은 잘 맞습니다. 주인공은 강아지고, 상품은 강아지 몸에 붙어 같이 움직이니까요. 회전판 위에 홀로 선 유리병, 잔에 음료가 따라지는 컷도 주인공이 분명하고요.
반대로 손이 박스를 뜯는 언박싱 컷은 돌려봐야 알아요. AI가 손과 상품을 한 덩어리로 볼지, 상품만 볼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
마지막은 컴퓨터예요. 모델 파일은 무료지만 가벼운 앱은 아닙니다. 풀HD 컷을 끝까지 돌리려면 데이터센터급 그래픽카드(H100급)가 필요하다고 모델 페이지가 밝히고 있어요. 앞의 포럼 사용자도 풀HD보다 큰 2초 남짓한 클립에 그래픽 메모리 90GB를 쓰고 2분 반을 기다렸죠.
물론 내 컴퓨터일 필요는 없어요. 클라우드 GPU 대여 서비스 런팟에서 H100 한 대를 빌리면 시간당 2.89달러, 약 3,900원입니다. 다만 그 위에 컴피UI(선으로 작업 상자를 잇는 AI 작업 프로그램)를 깔고 연결하는 과정은 아직 손이 좀 가요. LTX도 알파 젠 전용 작업 파일은 후속으로 내겠다고 했습니다.
라이선스는 연매출 1,000만 달러(약 135억 원) 미만 회사면 상업용으로도 무료예요. 웬만한 개인·소규모 셀러는 이 안에 들어가죠.
다시 찍는 대신 폴더부터 열어볼 차례
운영 항목으로 옮기면 이 소식은 상세페이지·숏폼 영상 외주비 칸을 건드려요. 그중에서도 크게 줄어드는 건 '다시 찍기' 비용입니다. 겨울 기획전이 와도 강아지를 다시 씻기고 눈밭 세트를 빌릴 이유가 사라지니까요.
새 배경 그림은 지난 #95에서 다룬 이미지 AI로 뽑아도 되고, 무료 사진을 깔아도 돼요. 있는 영상은 그대로 두고 뒷면만 갈아 끼우는 셈이죠.
컴피UI를 다뤄본 분이면 이번 주말에 바로 시험해볼 만해요. 아직 낯설다면 영상 편집을 맡기던 분께 "알파 젠으로 털 누끼 되나요?" 한 줄만 물어봐도 견적 대화가 달라질 거예요. 손으로 털 한 올씩 따던 시간이 그만큼 빠지니까요.
어느 쪽이든 준비물은 같습니다. 5초 안에 주인공이 하나뿐인 컷이요. 여름 영상 폴더에서 그런 컷 세 개만 골라 '겨울용' 폴더로 옮겨두면, 도구가 버튼 하나로 내려오는 날 바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강아지는 여름에 이미 모델 일을 한 번 해줬잖아요. 겨울엔 배경한테 일을 맡겨보세요!
— 초록 천은 아직 안 산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