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현서 씨(28)는 수영복을 사려고 패션 플랫폼에서 '래시가드'를 검색했어요. 화면에는 AI로 만든 모델이 옷을 입은 사진이 줄지어 떴고, 임 씨는 그 AI 광고 사진들 앞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옷핏을 확인하려고 착용 사진을 보는 건데"
임 씨가 더팩트 기자에게 한 말이에요. 뒤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런 AI 이미지를 어떻게 믿고 옷을 사야 할지 의문"이라고요.
같은 기사에 나온 대학생 김은 씨(24)는 컴퓨터를 알아보다가 AI로 만든 광고 영상을 봤어요. "실물을 촬영한 것도 아닌 데다 AI라는 게 한눈에 드러나다 보니 컴퓨터 성능까지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고 싶은 마음도 같이 식었다고 하죠.
식당 쪽 제보는 더 구체적입니다. 한 보쌈집 메뉴판의 새우젓 사진을 본 사람이 이렇게 적었거든요. "새우젓이면 작은 새우들이 뭉개져 있어야 하는데, 이 사진은 칵테일새우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여 입맛이 떨어진다."
보쌈을 시켰는데 감바스 재료가 딸려 온 기분이었겠죠.
세 사람이 걸려 넘어진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여요. 착용샷, 제품 실물, 음식 사진. 전부 손님이 '내가 받을 물건'을 미리 확인하려고 들여다보는 사진입니다.
거기다 손님은 그 사진에서 가게 사정까지 읽어 가요. SNS에는 "제품에 자신이 있었으면 AI로 만들지 않았을 것", "메뉴 사진 하나에 돈 쓰기 싫어서 AI를 돌리는 걸 보면 음식 맛도 안 봐도 뻔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느낌이 "불량식품을 대할 때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했고요.
저도 얼마 전에 겨울 배경은 AI한테 맡기자고 쓴 터라 뜨끔해서 끝까지 읽었는데요. 배경이 AI라서 싫다는 손님은 기사에 한 명도 없었어요.
AI 광고 왼쪽 아래 자막, "AI 100% 제작"
이 기사에서 조언을 한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문제를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자예요. 최주형 연구자와 함께 20~34세 379명에게 가상의 주스 브랜드 광고 20초짜리를 보여줬습니다.
연구진은 영상을 수수한 버전과 화려한 버전 두 가지로 만들었어요. 같은 버전 안에서는 영상이 똑같았고, 달라진 건 화면 왼쪽 아래에 2.5초쯤 뜨는 자막 한 줄이었죠.
'전문가 100% 제작', '전문가가 AI 활용하여 제작', 'AI 100% 제작' 가운데 하나가 붙었습니다.
결과는 자막을 따라 움직였어요. AI 비중이 높다고 적힐수록 광고가 덜 진심으로 보였고, 그 느낌이 사고 싶은 마음을 깎았습니다.
눈에 띄는 건 화려한 쪽이에요. 광고가 독특하고 화려하다고 느낀 사람일수록 깎이는 폭이 더 컸거든요.
광고가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서는 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고 싶으냐는 질문에서만 벌어졌어요. 구경할 때는 너그럽던 손님이 지갑을 꺼낼 때 깐깐해지는 거죠.
반대로 '전문가가 AI 활용하여 제작' 자막에서는 사람 손이 완충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광고의 목표에 따라 나눠 쓰라고 권해요. 눈길을 끄는 게 목표면 AI의 화려함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매가 목표인 광고에선 화려함을 앞세우지 않는 편이 낫다고요.
물론 주스 광고 하나, 젊은 층 379명으로 한 실험이라는 한계는 있어요. 그래도 래시가드 앞에서 멈춘 임 씨의 말과 방향이 같습니다.
"완성도가 높다면 AI로 제작해도 괜찮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3~69세 1,200명에게 내민 문장인데, 61.2%가 동의했어요. "AI로 제작 비용을 아끼는 대신 제품 본질에 더 집중하면 된다"는 문장에도 65.1%가 고개를 끄덕였고요.
손님이 AI 광고를 통째로 밀어내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64.4%가 한 종류에는 분명하게 반대했습니다. "전후 비교나 효과를 보여주는 광고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제작비는 아껴도 된다, 대신 효과를 증명하는 사진은 건드리지 마라. 어디까지 AI에 맡길지를 손님이 먼저 정해 준 셈이에요.
"이 컷으로 손님이 뭘 확인하지?"
연말 AI 광고 소재를 만들기 전에 사진마다 이 질문을 붙이면 폴더가 둘로 갈려요.
니트를 파는 가게라면 이렇습니다. 입었을 때 핏, 소매 길이, 손으로 쥔 원단 질감, 세탁 전후 사진은 손님이 확인하려고 보는 컷이라 실물로 남겨요.
크리스마스 배경, 기획전 배너, 눈 내리는 분위기 컷, 세로 버전은 확인할 게 없으니 AI 몫이고요.
결제 버튼에 가까운 사진일수록 수수하게 두는 것도 실험에서 가져올 만한 요령입니다.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첫 장은 화려해도 되지만, 상세페이지 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사진은 손으로 찍은 티가 나는 편이 유리해요.
AI를 쓴 사진에는 사람이 한 몫을 같이 적어 두면 좋습니다. 연구진이 예로 든 문구는 "OOO 제작팀의 아이디어를 AI로 구현함"인데, 작은 가게라면 "상품은 직접 찍고 배경만 AI로 바꿨어요" 한 줄이면 되겠죠.
네이버는 이미 상세페이지 AI 이미지 옆에 'AI 생성물' 표시를 달게 하고 있으니, 그 표시 옆에 한 줄을 더 얹는 겁니다.
손님 마음을 식힌 건 AI라는 도구가 아니었어요. 물건을 확인하려던 사진에 진짜 물건이 없었던 거죠. 그러니 촬영비는 확인하는 사진 몇 장에만 몰아 쓰면 됩니다. 나머지 배경과 배너는 AI한테 마음 편히 넘기셔도 돼요!
— 새우젓 사진은 직접 찍기로 한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