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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녹음 1시간이 20초, 업로드 없이 맥북 안에서

한이룸 · 2026.10.08 · 읽는 시간 4분

1시간짜리 영어 녹음 파일이 약 20초 만에 텍스트로 변환됐어요. 그동안 파일은 맥북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않았고요.

AI 연구소 페르미온 리서치(Fermion Research)가 무료로 공개한 받아쓰기 모델 '포논-2(Phonon-2)' 이야기입니다. 내려받는 용량은 164MB예요.

지난 #91에서 1시간 6만 원짜리 받아쓰기가 클라우드에선 400원대로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했었죠. 그때 남은 찜찜함이 하나 있었어요. 값은 싸졌는데, 녹음은 여전히 남의 서버에 올려야 했거든요.

구글 AI 스튜디오 무료 등급만 해도 올린 파일이 제품 개선에 쓰일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손님 이름과 주소가 줄줄이 나오는 통화 녹음이면, 업로드 버튼 앞에서 손이 멈추는 게 당연하죠.

녹음을 어디에도 안 올리고 받아써요

포논-2는 로컬 모델이에요. 인터넷 너머 서버가 아니라, 내 컴퓨터 안에서 돌아간다는 뜻이죠.

속도는 M5 맥북 에어 기준으로 실제 길이의 174배입니다. 1시간 녹음이 20초 남짓이니, 에스프레소 한 잔 내리는 동안 회의 하나가 글이 되는 셈이에요.

물론 모든 컴퓨터가 이렇게 빠르진 않아요. 같은 맥북 에어도 그래픽 칩 대신 CPU로만 돌리면 40배라 1시간에 1분 30초쯤 걸리고, 8코어 윈도우 PC에선 21배라 3분 가까이 걸립니다. 그래도 1시간짜리 회의가 3분이면 충분히 빠른 편이죠.

정확도는 체급보다 높게 나왔어요. 영어 시험 세트 7개에서 단어 오류율(WER, 그러니까 100단어 중 몇 개를 틀렸나)이 평균 5.21%였는데요. 오픈AI의 위스퍼 large-v3-turbo는 같은 기준에서 6.58%였습니다.

명령어 창이 낯설어도 괜찮아요. 같은 회사가 이 모델을 넣은 맥용 받아쓰기 앱 '데타(Detta)'를 무료로 내놨거든요. 애플 실리콘 맥에 macOS 26.2 이상이면 됩니다.

데타에 WAV·MP3·MP4·MOV 파일을 넣으면 글로 바꿔주고, "음…" 같은 군더더기나 말을 고쳐 말한 부분도 정리해줘요. 받아쓴 결과를 자막 파일로 내보내는 기능도 있고요.

윈도우라면 한 개발자가 만든 브라우저판(phonon-web)도 있어요. 크롬·엣지 113 이상에서 돌고, 제작자는 "오디오는 페이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적어뒀습니다. 다만 회사 공식판이 아닌 개인 프로젝트예요.

올리기 망설이던 영어 녹음 세 종류

영어만 된다는 조건이 오히려 쓸 곳을 정해줘요. 한국에서 장사하면서 영어 녹음이 생기는 자리는 대부분 해외 판매 쪽이거든요. 그리고 그쪽 녹음일수록 남한테 보이기 싫은 내용이 많죠.

자사몰 음성사서함 → CS 문의 분류

해외 자사몰에 미국 전화번호를 걸어 두셨다면, 음성사서함엔 이런 녹음이 쌓여 있을 거예요. "Hi, this is Jessica. I ordered the beige one but got gray. Can I exchange it?" 그 뒤로 주문번호와 주소가 이어지고요.

이걸 맥북에서 먼저 글로 바꾸고, 이름·주소 줄을 지운 다음에 분류를 맡기면 됩니다. 교환·배송 지연·사이즈 문의로 나눠 두면, 같은 질문에 쓸 답장 틀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해외 바이어 미팅 → 조건 메모

해외 유통사와 줌 미팅을 녹화해 뒀다면, 그 안엔 단가와 최소 주문 수량(MOQ, 한 번에 꼭 사야 하는 개수)과 납기가 다 들어 있어요. 클라우드에 올리기 제일 꺼려지는 파일이죠.

받아쓴 글에서 숫자가 나온 문장만 골라 메모로 옮겨 두면, 다음 미팅 전에 녹음을 처음부터 다시 들을 일이 줄어듭니다.

크리에이터 언박싱 원본 → 영문 상품 설명 초안

공개 전에 받아 둔 해외 크리에이터의 영어 언박싱 영상(MP4)도 그대로 넣을 수 있어요. "It's lighter than I expected"처럼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한 말이 글로 남죠.

이 문장들은 영문 상세페이지나 아마존 상품 설명 첫 줄 재료로 쓰기 좋습니다. 자막 파일로 뽑아 두면 숏폼 자막 작업도 절반은 덜고 시작하는 셈이에요.

아직 못 믿을 칸 세 개

첫째, 한국어는 안 됩니다. 포논-2는 영어 전용이고, 다른 언어를 넣으면 제대로 안 나온다는 개발자 보고가 깃허브에 올라와 있어요. 한국어 CS 통화는 클로바노트처럼 쓰던 도구에 그대로 맡기면 돼요.

둘째, 누가 말했는지 갈라주는 기능(화자 구분)은 소개된 게 없어요. 바이어 말과 내 말이 한 줄로 이어 붙어 나온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

셋째, 회의 녹음이 제일 약해요. 7개 시험 세트 중 여러 사람이 오가며 말하는 회의 녹음(AMI)에서 오류율이 9.37%였거든요. 대략 열한 단어에 하나꼴이라, 단가·수량·날짜는 녹음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녹음 폴더를 나누는 새 기준

받아쓰기 도구는 이제 '어디서 도느냐'로 고르면 됩니다. 값은 #91 때 이미 바닥 근처까지 내려왔고, 이번엔 작업 장소가 내 책상 위로 옮겨왔으니까요. 영어이면서 이름·주소·단가가 든 녹음은 맥북에서, 한국어 녹음은 쓰던 도구에서. 녹음 폴더를 이렇게 둘로만 나눠도, 올리기 찜찜해서 묵혀 둔 녹음이 다시 일감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보고 괜히 와이파이부터 끄고 돌려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오늘은 음성사서함에 제일 오래 묵혀 둔 영어 녹음 하나를 데타 창에 끌어다 놓아 보시죠!

— 와이파이 아이콘을 자꾸 쳐다보는 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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