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에서 무선 드릴을 검색하면, 광고가 아닌 첫 상품은 일곱 번째 자리에 나옵니다.
쇼핑 검색광고가 첫 화면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보여 주려고, 미국 이커머스 매체 프랙티컬 이커머스의 필자 아르만도 로지오가 직접 캡처해 올린 화면인데요. 맨 위에는 공구 브랜드 그린웍스의 광고 묶음이 드릴 네 개를 깔았고, 그 아래 상품들에도 스폰서 표시가 붙어 있었습니다.
캡처 꼭대기에는 청바지 브랜드 리(Lee)의 가을 옷 띠 광고까지 걸려 있어요. 드릴 사러 온 사람한테요.
광고가 많다는 불평으로 읽고 넘기기 쉬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로지오가 꺼낸 얘기는 그 광고가 밀어낸 자리의 값이었고, 같은 계산이 광고비를 내는 셀러의 장부에도 걸려 있습니다.
광고 수익은 장부에 찍히고, 밀려난 판매는 안 찍힙니다
유통사 안에는 같은 검색 화면을 두고 일하는 팀이 둘 있습니다. 상품 진열을 맡은 팀은 전환율과 재고 소진, 마진으로 평가받고, 광고를 파는 팀은 광고 매출과 광고주 유지율로 평가받죠.
로지오가 짚은 건 두 숫자가 드러나는 속도입니다. 광고 매출은 이번 달 실적으로 바로 찍혀 위로 보고되는데, 광고 때문에 아래로 밀린 상품이 못 판 몫은 흩어지고 늦게 나타나 누구도 증명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규칙이 없으면 광고 쪽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월마트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광고 사업은 1년 전보다 38% 커졌어요.
그런데 광고 기술을 파는 쪽에서 먼저 선을 그었습니다. 광고 기술 회사 크리테오에서 리테일 미디어를 총괄하는 셰리 스미스는 로지오의 질문에 "광고 자리가 많다고 가치가 커지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어요.
로지오는 유통사가 결국 세 가지 규칙으로 모일 거라고 봤습니다. 화면에서 광고가 차지할 비중을 정해 둘 것, 광고 상품에도 일반 순위와 같은 관련성 기준을 댈 것, 그리고 광고 수익 옆에 밀려난 판매의 값을 같이 적을 것.
플립카트는 120만 명의 화면에서 그 값을 직접 쟀습니다
밀려난 판매를 실제로 재본 곳이 있습니다. 월마트 계열의 인도 마켓 플립카트예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킨슈크 제라스 교수팀은 플립카트 모바일 앱 이용자 약 120만 명을 세 무리로 나눠 8일 동안 실험했습니다. 무리마다 광고가 놓이는 자리와 양을 달리해, 같은 자리에 광고가 있을 때와 원래 순위 상품이 있을 때를 맞비교한 거죠.
결과는 상품군에 따라 갈렸습니다. 전자제품에서는 광고 상품이 자기가 밀어낸 상품보다 클릭도 구매도 적었어요. 의류와 신발에서는 반대로 광고 상품이 더 많이 팔렸고요.
교수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TV는 화면 크기와 해상도 같은 스펙으로 설명이 끝나니, 알고리즘이 손님에게 맞는 상품을 이미 위에 올려 둡니다. 잘 맞는 상품은 광고할 이유가 적고, 덜 맞는 상품이 광고를 사게 되죠.
옷은 다릅니다. 유명인이 어제 입은 원피스가 오늘 팔릴 거라는 건 알고리즘보다 셀러가 먼저 알아요. 그래서 광고가 알고리즘이 놓친 상품을 위로 올려 줍니다.
전자제품에서도 마켓 전체 판매는 줄지 않았습니다. 광고 주변의 일반 상품이 더 팔려 빈자리를 메웠거든요.
제라스 교수는 이 결과를 "유통사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정리했습니다. 전자제품에 광고비를 낸 셀러의 계산서는 그 문장 밖에 있고요.
네이버에서 같은 검색어를 세어 보니 열두 번째였습니다
국내 화면은 어떤지,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로 네이버 통합검색에 '무선 드릴'을 넣고 위에서부터 세어 봤습니다.
PC에서는 글자형 광고 여덟 건이 먼저 나오고, 이어지는 가격비교 묶음의 앞 세 상품에 '광고' 표시가 붙어 있었어요. 모바일은 글자형 광고 네 건에, 쇼핑 묶음의 앞 일곱 상품이 광고였습니다.
구성은 다른데 광고 표시가 없는 첫 상품은 양쪽 다 열두 번째였어요. 로지오의 월마트 캡처보다 다섯 자리 아래입니다.
PC 화면의 광고 여덟 건 중 하나는 쿠팡이 낸 광고였습니다. 쿠팡도 네이버 검색 맨 위는 돈을 내고 삽니다.
물론 검색어 하나를 한 번 센 숫자라, 시점과 계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쿠팡은 앱에서 대표 키워드를 치고 광고 표시가 붙은 상품을 위에서부터 세면 1분이면 돼요.
쇼핑 검색광고는 알고리즘이 아직 모르는 상품에서 새 매출이 됩니다
이 숫자를 셀러 쪽에서 읽으면 계산이 하나 나옵니다. 내 상품이 광고 없이도 첫 화면에 뜨는 키워드라면, 그 광고는 원래 내 자리에서 팔릴 주문을 광고 자리로 옮겨 놓았을 수 있어요.
로지오는 앞선 글에서 가정을 하나 들었습니다. 광고 없이 팔리던 50달러짜리 주문을 지키려고 광고비 5달러를 쓰면, 마켓은 5달러를 벌고 셀러는 5달러를 잃는다는 겁니다. 광고 보고서에는 그 주문이 광고 매출 50달러로 찍히고요.
확인하는 방법은 플립카트 실험을 작게 줄인 것과 같습니다. 광고 없이도 첫 화면에 뜨는 키워드 하나를 골라 일주일만 광고를 끄고, 광고 매출 말고 그 상품의 전체 매출을 앞 주와 비교하는 거예요. 행사가 없는 평범한 두 주를 고르는 게 요령입니다.
전체 매출이 그대로면 그 광고비는 블프 예산으로 돌아옵니다. 줄었다면 그 광고는 제 몫을 하고 있었던 거니 다시 켜면 되고요.
블프 광고 예산을 줄이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옮기자는 얘기예요. 플립카트 실험에서 광고가 값을 한 곳은 알고리즘이 아직 모르는 상품이었습니다.
제 식으로 옮기면 리뷰가 아직 없는 신상품, 스펙표로 설명이 안 되는 상품, 갑자기 찾는 사람이 늘어난 상품이 거기 들어가요. 이미 잘 뜨는 상품에서 뺀 광고비를 그쪽에 실으면 같은 예산에서 새 매출이 나옵니다.
유통사가 이제 막 따지기 시작한 계산을 셀러는 일주일이면 먼저 끝낼 수 있어요. 블프 예산표는 그 일주일 뒤에 짜도 늦지 않으니, 꼭 한번 꺼보세요!
— 드릴은 장바구니에도 못 담고 광고 표시만 세다 나온 미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