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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에서 '마감 임박'은 빠지고 숫자가 남았습니다

한이룸 · 2026.10.10 · 읽는 시간 4분

공정위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의 13개 유형 목록에 '마감 임박'은 없습니다. 보도자료 3쪽에 별첨 문서 49쪽인데, 본문 글자에서 '마감'과 '임박', '시간제한'을 검색하면 한 건도 안 나옵니다.

보도자료가 대표 사례로 든 건 회원 탈퇴 버튼입니다. 스마트스토어 하나 굴리는 입장이면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물건이죠.

그래서 나머지 쪽을 끝까지 넘겨봤는데요. 예시로 나온 건 소파와 삼겹살, 롤휴지, 운동화였습니다.

다크패턴 19개 유형에서 빠진 여섯 줄

공정위는 2023년에 다크패턴을 19개 유형으로 나눈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냈습니다. 이번 문서는 그 목록을 13개로 줄였습니다.

빠진 여섯 줄 가운데 넷이 문구 쪽입니다. '시간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감정적 언어사용'이죠. 카운트다운 타이머, 남은 수량 표시, 지금 몇 명이 샀다는 알림이 여기에 들어 있었습니다.

나머지 둘은 '클릭 피로감 유발'과 '몰래 장바구니 추가'입니다. 몰래 장바구니 추가는 유형 목록에서만 내려갔고, 문서 끝 제재 안내에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2023년 문서도 이 알림들을 통째로 막지는 않았습니다. 시간 제한이나 재고 상황을 "거짓으로 알릴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적었죠.

이번엔 그 줄을 목록에서 내리고, 거짓 재고를 '유인 판매' 예시 안에 옮겨 적었습니다. 보통 70만 원에 거래되는 운동화를 올리면서 한 사이즈가 35만 원에 1개 남았다고 표시했는데, 실제로는 재고가 없는 경우죠.

"1개 남음"이라고 적었으면 창고에 1개가 있으면 됩니다. 세어보는 데 1분도 안 걸립니다.

소파·삼겹살·롤휴지로 읽는 판매자 가격표

문구가 빠진 자리에 남은 건 숫자입니다.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면서 직접 넣는 내용만 골라 읽으면, 예시들이 한곳을 가리키는데요. 손님이 처음 본 숫자와 실제가 같으냐는 겁니다.

먼저 배송비입니다. 16쪽 예시 화면에는 검색 결과에 50% 할인 62,000원으로 뜬 긴팔 티셔츠가 나옵니다. 주문서로 넘어가면 배송비 40,000원이 붙어 102,000원이 되죠. 공정위는 이걸 '순차공개 가격책정'이라고 부릅니다.

"얼마 이상 무료배송"도 마음 놓을 얘기는 아닙니다. 조건에 못 미치면 배송비가 붙으니 해당할 수 있다고 각주에 적혀 있거든요. 반대로 도서산간 추가 배송비나 손님이 고른 특급 배송비는 첫 화면에서 빼도 됩니다.

오픈마켓 검색 화면은 플랫폼이 그립니다. 하지만 자사몰 상품 목록과 배너는 판매자가 그리는데요. 카테고리 상품 목록은 물론이고 쇼핑몰 첫 화면이나 배너에 값을 적으면 거기도 가격을 알리는 '첫 화면'이라고 문서는 밝힙니다.

배송비가 고정이면 값 옆에 같이 적고, 주문마다 달라지면 배송비가 빠진 값이라고 적으면 되죠.

다음은 대표 사진입니다. 문답에 소파가 나옵니다. 가죽 소파와 패브릭 소파를 한 상세페이지에서 옵션으로 팔면서 첫 화면에 더 싼 패브릭 소파 값을 적는 건 순차공개 가격책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사진은 가죽 소파만 걸고 값은 패브릭 소파로 적으면 소비자 기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죠. 권고는 간단합니다. 두 소파 사진을 첫 화면에 다 보여주라는 겁니다.

옵션 최저가를 대표가격으로 세워둔 상품이면, 대표 사진 속 물건을 그 값에 살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묶음 단위도 있는데요. 삼겹살을 '1팩'이라고만 적고 무게나 단위가격을 안 적은 경우가 '가격비교 방해' 예시로 실렸습니다. 롤휴지는 한 팩에 든 롤 수와 한 롤 길이, 1m당 값이 빠진 경우입니다.

마지막은 할인율입니다. 판매된 적 없는 값을 기준가격으로 올려 적은 경우, '모바일 특가' 코너인데 웹과 값이 같은 경우가 '거짓 할인' 예시죠. 판매자나 제조사가 정한 정가라고 해서 꼭 기준가격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문장도 있습니다.

과태료는 두 갈래인데요. 거짓 할인이나 유인 판매처럼 기만행위로 묶이는 쪽이 2천만 원 이하, 순차공개 가격책정처럼 화면 설계로 묶이는 쪽이 1천만 원 이하입니다.

이 가이드라인 자체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판단은 법과 시행령이 우선하죠. 다만 공정위는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한 모니터링 결과와 시정 내역을 예시에 반영했다고 첫 장에 적었습니다. 실제로 지적받은 화면을 모아둔 문서인 셈입니다.

정기배송 첫 달 반값과 30일

숫자가 바뀌는 날이 미리 정해진 상품도 있습니다. 자사몰에서 직접 돌리는 정기배송이죠.

문서의 예시는 이렇습니다. 5월 1일에 가입한 손님이 두 달 동안 50% 할인받아 5,000원을 내다가, 7월 1일부터 원래 값 10,000원을 냅니다. 가입할 때 약관에 "프로모션 만료 시부터 원래 가격으로 매달 자동결제 된다"고 넣어뒀어도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값이 오르는 결제일 전 30일 안에 따로 동의를 받아야 하거든요. 동의하지 않은 손님에겐 오른 값을 청구하지 말고 해지하거나 연장을 멈추라는 게 모범사례입니다. 가만히 있었다고 동의로 치는 것도 안 됩니다.

반가운 문답도 하나 있는데요. 원래 값을 내던 손님에게 잠깐 할인을 줬다가 되돌리는 건 대금 증액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동의를 받게 하면 할인 혜택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신규 손님 반값엔 동의 절차가 붙고, 단골 반값은 그냥 됩니다. 공정위 문서가 단골 편을 들어준 드문 대목입니다.

타이머가 가리킨 시각에 행사가 끝나고, 남았다고 적은 수량이 창고에 있고, 검색에서 본 값 옆에 배송비까지 보이는 가게라면 고칠 데가 많지 않습니다. 올해 대목엔 문구는 그대로 두고, 대표 사진과 대표가격이 같은 물건인지부터 맞춰보세요!

— 김윤아 · 공정위 문서에서 삼겹살 한 팩 무게를 따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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