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리센느 아시나요?"
"아니요. 잘 몰라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카페에서 이렇게 꾸벅 인사하고 돌아선 사람은 걸그룹 리센느의 원이예요. 유튜브 예능 '나의 연수 아저씨'의 한 장면이죠.
재밌는 건 이 영상을 만든 회사도 자기 이름을 크게 외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아웃스탠딩은 토스·컬리·케이카의 기업 유튜브 채널을 묶어 '누가 만들었는지 잘 모르는 기업 콘텐츠'라고 불렀는데요. 세 채널 구독자를 더하면 190만 명이 넘습니다.
운전 연수 유튜브를 만든 곳은 중고차 회사였어요
'나의 연수 아저씨'는 운전 초보 원이가 코미디언 이선민·유영우에게 운전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에요. 만든 곳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입니다.
채널 이름은 '스튜디오ㅋㅇㅋ'. 케이카의 초성이면서 기분 좋게 웃는 소리이기도 하대요. 회사는 이 채널을 공식 브랜드 채널과 따로 운영한다고 밝혔죠.
문 연 지 반년쯤엔 구독자가 2만 7천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20만 명을 넘었고, 누적 조회수는 2억 4,500만 회예요. 3일 책임환불제 같은 케이카 서비스는 광고 자막 대신 예능 흐름 속에 슬쩍 끼워 넣었더라고요.
컬리는 구독자 10만 명이 될 때까지 이름을 안 꺼냈어요
컬리의 채널 이름은 '일일칠'이에요. 샛별배송이 도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에서 따왔대요. 간판 코너 '덱스의 냉터뷰'에선 덱스가 게스트 냉장고를 열고, 좋아하는 음식 얘기를 하며 요리를 하죠.
이 채널은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 전까지 컬리 색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거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고요. 당시 김나연 PD는 "저희는 그야말로 컬리의 '부캐'에요"라고 소개했습니다.
같은 PD가 컬리 본채널의 식품 설명은 "진지함 그 자체"라고 했는데요, 여기선 냉장고 앞 수다가 주인공이에요. 지금 일일칠 구독자는 82만 명입니다.
토스 채널에서 재무제표를 펼친 사람은 회계사였어요
토스의 별도 채널은 '머니그라피'예요. 대표 시리즈 'B주류경제학'에선 이재용 회계사가 웹툰·커피·스니커즈처럼 회차마다 정한 주제의 기업 재무제표를 펼치죠. 가장 많이 본 편은 대형마트 편이었고요.
올해 초 구독자 50만 명을 넘겼을 때, 토스는 별도 마케팅 없이 시청자가 스스로 찾아와 모인 숫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89만 명이에요.
백순도 PD는 "기존에 조명되지 않았던 문화와 소비 영역을 금융의 시선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방향"을 기획 단계부터 지켜 왔다고 했더라고요.
'아니요'를 들었던 리센느가 올여름 광고판에 섰어요
그 카페 장면이 실린 스튜디오ㅋㅇㅋ가 구독자 10만 명을 찍었을 땐, 헤럴드경제가 '케이카, 리센느 원이 먼저 알아봤다'는 제목을 달았는데요. 그 뒤 넉 달 사이 구독자는 다시 두 배인 20만 명이 됐죠.
리센느도 광고계에서 바빠졌어요. 도미노피자 광고는 공개 4일 만에 조회수 1,700만 회를 넘겼고, CU는 편의점 최초로 K팝 걸그룹을 브랜드 모델로 골랐습니다.
세 채널은 프로그램 이름부터 '나의 연수 아저씨', '덱스의 냉터뷰'처럼 사람이 먼저 나와요. 회사 이름은 그 뒤에 조용히 서 있죠.
내 가게 계정의 최근 게시물 세 개를 열어 보면 바로 보입니다. 로고가 먼저인가요, 사람이 먼저인가요? 하트 세 개에 한숨 쉰 밤이 있었다면, 다음 게시물엔 상품 옆에 사람 한 명부터 세워 보세요!
— 구독 버튼 누르기 전에 채널 주인부터 검색해 본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