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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이력 0줄, 틱톡 1위 침구를 마트가 먼저 찾아왔어요

한이룸 · 2026.10.18 · 읽는 시간 5분

대형마트 입점 미팅 날짜가 잡혔어요. 회사소개서를 열었더니 3쪽 '주요 입점처' 아래가 하얗게 비어 있어요.
오프라인 매장 0곳, 팝업 한 번 안 해 본 브랜드니까요. 뭘 적어야 할지 막막하죠.

그 빈 줄을 들고 미국 대형마트 타깃 550개 매장에 들어가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것도 타깃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94에서 다뤘던 멜로우, 기억나세요? 크리스마스 이불 콘텐츠를 8월에 미리 찍던 LA 침구 회사요. 그 멜로우가 10월 18일부터 처음으로 진짜 매대에 자리를 잡습니다. 연말까지는 미국 전역 타깃으로 넓힌다고 하고요.

장사 수십 년 차 대형마트가 왜 매장 하나 없는 1년 차 브랜드를 먼저 찾아갔을까요.

땀에 젖어 깨던 밤과 베개 하나

멜로우는 채드 켈러와 제이 유에, 두 사람이 세운 회사예요. 켈러는 홈텍스타일과 상관없는 스타트업 몇 곳을 거친 사업가고, 유에는 운영을 맡고 있죠.

시작은 침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다가 땀에 젖어 깨는 밤에 질려 있었거든요. 그래서 수면과학, 체온 조절, 소재 공부에만 2년을 썼습니다. 매출 0원으로 버틴 2년.

"전 잠에 집착해요." 켈러가 비즈니스 오브 홈에 한 말이죠. "업계에서 진짜로 잠을 더 잘 자게 하는 데 집중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첫 제품부터 침구 브랜드 공식을 비켜 갔습니다. 보통은 시트부터 내는데, 멜로우는 베개 하나로 시작했거든요. 카이로프랙터(척추 교정 전문가)와 같이 만든 클라우드얼라인이에요.

2025년 8월, 이 베개는 자사몰 한 곳에서만 팔기 시작했어요. 유에는 출시 보도자료에 이렇게 적었죠. "사람들은 타협하는 데 지쳤어요. 푹신함과 단단한 지지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그해 가을, 틱톡샵 문을 열었습니다.

1위 배지와 베개 한 개짜리 주문

틱톡에선 말 그대로 터졌어요. 클라우드얼라인 베개와 마시멜로 이불은 출시 뒤 줄곧 각자 틱톡샵 카테고리 1위를 지켰고, 멜로우는 틱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면 브랜드가 됐죠.

먹힌 영상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베개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떼면 천천히 부풀어 올라요. 설명은 한마디도 없죠. 팔로워 6만 명쯤인 크리에이터의 베개 리뷰 하나가 1,070만 번 재생됐다는 집계도 있더라고요.

리뷰도 쌓였죠. 출시 1년쯤 됐을 때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올린 리뷰 5만 건, 별 다섯 개 구매 후기 2만 건을 넘겼다고 회사가 밝혔어요. 자사몰 베개 페이지 후기만 지금 5만 1천 건이 넘고요.

그런데 숫자만큼 돈이 되진 않았습니다.

켈러 말로는 틱톡샵 손님은 대개 베개 하나만 사 가요. 자사몰 손님은 여러 개를 한꺼번에 담는데 말이죠. 그래서 틱톡샵은 멜로우 전체 매출에서 작은 부분에 그칩니다. 틱톡 데이터 서비스 패스트모스 추정으로도 1년간 틱톡샵 매출은 3,400만 달러 안팎이에요. 첫해 전체 매출이 1억 달러를 훌쩍 넘긴 걸 생각하면 3분의 1이 안 되죠.

물류도 덜컹거렸어요. 틱톡이 보관·배송을 맡아 주는 FBT가 아직 걸음마라 켈러도 들쭉날쭉하다고 인정했죠. "수수료 구조도 좀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어요."

거기다 꼬리표까지 붙었습니다. "우리는 '틱톡 브랜드'가 되려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켈러가 굳이 이렇게 말해야 할 만큼요. 무엇보다 매장에서 이불을 만져 보고 사는 손님한테 멜로우는 아직 없는 브랜드였어요. 1위 배지가 아무리 반짝여도 매대 앞을 지나는 사람 눈엔 안 보였죠.

6조 원이 빠져나간 침구 매대

이제 테이블 반대편으로 가 볼게요. 타깃 홈 카테고리는 몇 년째 앓고 있었거든요.

홈텍스타일투데이 집계로 타깃 홈 매출은 2021년 이후 한 번도 전년보다 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46억 달러, 우리 돈 6조 원어치 손님이 다른 데로 갔습니다. 2025년 홈 매출은 156억 달러. 그해에만 10억 9천만 달러(6.5%)가 줄었고, 10억 달러 넘게 빠진 게 3년 연속이에요.

올봄 투자자의 날 무대에서 타깃 홈 담당 부사장 마라 서할은 이걸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간 의미 있는 점유율을 잃었습니다. 그건 우리 책임이에요."

처방은 덜어내기였어요. 침구 상품 수를 10% 줄이고, 리뉴얼한 자체 브랜드 침구 값은 평균 15% 내렸죠. 90년대 인기 침구 셰비 시크도 '심플리 셰비 시크'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러왔고요.

그렇게 깎고 줄이던 와중에 새로 들인 이름이 있었습니다. 매장 0곳의 멜로우요.

켈러에 따르면 타깃이 먼저 연락해 온 건 올봄이었습니다. 멜로우가 틱톡샵과 자사몰을 연 지 1년도 안 됐을 때죠. 연락한 바이어는 이미 멜로우 제품의 팬이었대요.

유에의 말은 이렇습니다. "그분은 몇 년 안에 멜로우가 큰 홈 브랜드들 사이에 서는 데 크게 걸고 싶어 해요." 미팅 전에 그 베개를 베고 자 봤는지까진 기사에 없어요. 다만 회사소개서보다 제품을 먼저 안 사람이었던 건 분명하죠.

켈러는 이유를 이렇게 짚습니다. "미국엔 틱톡과 틱톡샵에 푹 빠진 소비자가 정말 많아요. 그러니 타깃이 거기서 존재감 큰 브랜드를 왜 안 쓰겠어요?"

여기서 멜로우가 쥔 카드가 보이죠. 입점 이력은 0줄이었지만, 바이어가 묻지 않아도 휴대폰으로 열어 볼 수 있는 기록이 있었어요. 카테고리 1위 배지, 수만 건의 리뷰, 크리에이터 1만 8천여 명이 올린 영상. 매출에선 작은 조각이던 틱톡샵이 누구나 보는 성적표 노릇을 한 거죠.

회색 시트 사이 라벤더 구름

10월 18일부터 타깃 550개 매장에 멜로우 제품 다섯 가지가 깔려요. 대표 베개 클라우드얼라인이 39.99달러(약 5만 3천 원), 마시멜로 이불이 129.99달러(약 17만 3천 원)예요. 당분간은 타깃에서만 팔고요.

매대 끝 엔드캡은 멜로우가 따로 돈을 들여 꾸몄습니다. 라벤더색 바탕에 구름과 로고를 얹었죠. "통로마다 무채색 시트가 쭉 깔려 있잖아요. 우리 건 눈에 띄었으면 해요." 켈러 말이에요.

회색·베이지 이불이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에 라벤더 구름이라니. 오트밀 죽 그릇들 사이에 마카롱 하나 올려둔 격이죠.

칸타의 리테일 분석가 배리 토머스는 요즘 손님이 매장에 오기 전에 소셜미디어나 AI한테 '이런 느낌'의 집 꾸미기부터 찾아본다고 말합니다. 손님이 먼저 들르는 곳에서 이미 1등인 브랜드라면, 매대 입장에선 검증을 남이 대신 해 준 셈이죠.

회사소개서 3쪽의 빈 줄

멜로우 얘기를 우리 크기로 줄여 보면 원리는 두 개더라고요.

하나, 큰 매대는 '어디 들어가 봤냐'보다 '남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판매 기록'에 먼저 반응해요. 멜로우의 카드는 매장 이력이 아니라 바이어가 혼자 열어 볼 수 있는 순위와 리뷰였어요. 우리로 치면 쿠팡 카테고리 순위, 스마트스토어 리뷰 수, 재구매 후기 같은 숫자죠. 내가 말로 설명하는 매출보다, MD가 검색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가 힘이 셉니다.

둘, 문은 매대가 급할 때 열려요. 타깃은 홈 매출이 3년 내리 10억 달러 넘게 줄던 차에 멜로우를 불렀죠. 우리가 노리는 유통사에서 요즘 기획전이 유독 잦은 카테고리, 새 브랜드 모집 공지가 자주 뜨는 카테고리가 어딘지 보면 미팅 타이밍이 보여요.

멜로우 기록이 매대 위에서도 통했는지는 연말 전국 확대 때 드러날 겁니다. 그 라벤더 엔드캡이 550곳에서 몇 곳으로 늘어나는지, 그게 우리가 지켜볼 숫자예요.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우리 상품의 순위와 리뷰 수부터 캡처해서 회사소개서 3쪽 빈 줄에 붙여 보세요!

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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